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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허이재 “연기? 영원히 짝사랑할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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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현 기자] 여전히 연기를 짝사랑 하고 있는 배우 허이재가 111부작이라는 긴 호흡의 드라마 ‘당신은 선물’을 통해 싹싹하고 똑 부러지는 똑순이 공현수로 돌아왔다.

여전히 연기에 대한 사랑만이 가득한 그. 그가 보여준 간절함과 진지함만큼 그와 함께 나눈 연기에 대한 대화는 진실만으로 채워졌다.

새로운 연기를 통해 더욱 공부하고 노력할 배우 허이재. 언제까지 변치 않길 바라는, 연기를 향한 일편단심이 절절히 묻어 나오는 그의 이야기는 늘 진심이었다.

Q. 그간 어떻게 지냈나요?

드라마 하느라 정신이 없었죠. 드라마 촬영으로 7개월 정도 보내고 끝난 지는 한달 정도 밖에 안됐어요. 그래서 그 동안 너무 바쁘게 지내느라 쉬지 못했던 만큼 휴식하고 있어요(웃음)

Q. ‘당신은 선물’, 오랜만의 일일극이었죠?

거의 매일 촬영하느라 정신 없이 보냈어요. 들어가기 전에는 많이 쉬어서 ‘그쯤이야’ 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어려운 부분도 있고 제가 더 노력해야 하는 부분도 있더라고요.

Q. 오랜만에 드라마 출연에 주변의 반응은 어땠는지

주변에 반가워하시는 분들도 있고 응원도 많이 해주셨지만 사실은 제가 이 드라마를 하면서 정말 작품만 집중하고 또 제 스스로 어려움을 많이 느꼈기 때문에 주변의 반응을 물어볼 새가 없었어요.

Q. 극 중에서 도진과 윤호 두 사람의 사랑을 받았던 캐릭터였잖아요.

저는 너무 어려웠어요(웃음). 거의 마지막까지도 제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거든요. 내용을 모르는 상황에서 제가 섣불리 한쪽에 마음을 줬다가는 다른 사람하고 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고요.

도진과 윤호 사이에서 감정적으로도 누구를 택할 수도 없고 왔다, 갔다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니까 그게 어렵더라고요. 한 사람을 사랑하거나 좋아하면 몰입하는데 있어서 그 감정을 떠올리면 몰입이 더 잘될 텐데 그것도 아니고 ‘자제해야 해,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너도 아니고 너도 아니야’ 라는 냉정한 모습도 보일 수 없더라고요. 저는 멜로 라인을 보여주면서도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감정 몰입이 굉장히 어려웠어요.

Q. 100부작이 넘는 만큼 그 조절이 어려웠겠네요.

맞아요. 마지막 컷도 거의 끝에 나왔는데 거기에 대한 힌트도 못 받았죠. 그래서 저는 심지어
두 사람과 아예 안 이어지고 ‘공현수 그대로, 싱글 엄마로서의 모습으로 살아 갈 것 같다’라는 생각도 했었어요(웃음).

두 사람과의 관계를 이어나가는데 갑자기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기에는 급작스러운 전개처럼 느껴질 수도 있어서 그런 생각도 했었는데 윤호와 연결되면서 제가 생각했던 걸 완전히 뛰어 넘었죠. 조금은 의외의 전개처럼 느껴졌어요.

Q. 촬영을 하며 드라마 매 회만 집중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인가 봐요.

맞아요. 매회 집중 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어요. 게다가 우는 연기가 굉장히 많았어요. 세트 촬영 중에 22신을 찍는데 그 중에 18신을 울었어요. 제가 이상한 고집이 있어서 인공 눈물 넣는 걸 싫어해요. 근데 사실 울 때 항상 콧물이 나오기도 하고 우는 얼굴이 예쁜 얼굴도 아니거든요(웃음). 그런데도 불구하고 저는 굳이 인공 눈물을 안 넣고 하는 걸 좋아해요.

인공 눈물을 부득이 하게 넣으면 ‘내가 몰입을 못했기 때문에 눈물이 안 나왔던 거야. 안 나왔던 원인이 뭐였을까? 그렇지 않으려면 다음에 어떻게 해야겠다‘라고 계속 생각하게 되요. 진짜 울려고 하다 보니까 그래서 더 힘들었어요. 울면서 촬영하고 나서 방송을 보니까 정말 못생기게 부어서 나오더라고요(웃음). 평소 제 연기에 대해서 만족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그래도 연기에 대한 몰입도에 대해서는 조금은 열심히 했다는 마음이 들기도 해요. 하지만 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웃음). 예쁘게 울기는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웃음).

Q. 감정 소모도 심했겠네요.

너무 피곤하고 예민해지더라고요. 저는 막 웃으며 지내다가 갑자기 우는 연기로 들어갈 수 없어요. 울게 되는 상황을 아침부터 떠올리면서 계속 그 상황을 생각을 해요. 그러니까 식사도 잘못하고 촬영 중간에 스텝들과 대화도 잘 못 나눠요.

드라마는 신을 왔다 갔다 찍기 때문에 앞 뒤 상황에 따라서 연기가 달라지죠. 영화는 드라마보다 호흡이 길기도 하고 내용상의 순서대로 찍는 경우가 많아서 상황에 맞게 감정이 자연스럽게 나오죠. 드라마는 급하게 찍기도 하고 나 혼자만 있는 게 아니라 장소나 상황이 맞아야 하기 때문에 순서대로 가는 경우가 없어요. 이번 작품이 유달리 길게 찍었던 작품이었기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 스스로 조절하는 방법을 많이 배운 것 같아요.

Q. 드라마가 길었던 만큼 에피소드도 많았을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을까요?

기억에 남는 장면은 도진에게 분수대 앞에서 청혼을 받는 장면이었어요. 콘티 상으로는 흔히 생각하는 예쁜 분수대 앞에서 로맨틱하게 청혼을 받는 느낌이었는데 현장에서는 분수대가 그냥 바닥에서 나오는 장소더라고요. 어린아이들이 뛰어 노는(웃음). 더군다나 가운데 분수의 수압이 굉장히 강한데 거기서 촬영하길 원하셔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젖었어요. 촬영 당시에도 도진이 로맨틱한 장면을 연출해야 하는데 너무 젖어서 미끄러지기도 하고 머리카락이 얼굴에 붙기도 했어요. 촬영 후에는 급하게 다음 신을 준비하면서 헤어, 메이크업, 옷 다 수정하느라 정신 없었죠.

영화처럼 한 신만 몰입해서 찍는 게 아니니까 급박하게 다음 신도 바로 들어가야 되는데 너무 젖어 버려서 힘들었던 장면이라 굉장히 기억에 남아요. 로맨틱한 장면이 다이나믹한 느낌처럼 촬영이 돼서 굉장히 놀랐어요. 수압 때문에 얼굴이 아픈데도 행복하게 웃어야 했으니까요(웃음).

Q. 오랜만에 만나는 선배님들도 많았을 것 같아요.

이번 촬영에서는 대부분 처음 뵙는 선배님들이 많으셨어요. 촬영 중에도 힘들어하고 어려웠던 부분이 많았는데 선배님들이 많은 응원과 용기를 주셨어요. 특히 최명길 선배님은 제가 심적으로도 기댈 곳을 마련해주셨던 선배님이세요. 최명길 선배님이랑 촬영하는 스케줄이 나오면 그냥 너무 좋았어요. 의지가 되었고요. 그래서 제가 느끼기에는 남자 배우들과의 호흡보다, 제가 굳이 감정을 잡지 않아도 자연스레 감정을 가질 수 있게 해주셨던 건 최명길 선배님이셨던 것 같아요. 최명길 선배님께 너무 감사해요(웃음).


Q. 좋은 기억이 된 것 같네요.

현장 밖에서는 굉장히 편하게 후배들을 대해주세요. 촬영할 때는 연기자로서의 카리스마가 엄청나셔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가 대단하세요. 연기자로서는 굉장히 존경하는 선배님이신대도 사적으로 말을 먼저 꺼내기가 어려울 수 있잖아요. 먼저 말도 해주시고 일부러 더 친근하게 대해주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 역시도 지금보다 더 연차가 쌓인 선배가 되었을 때 ‘최명길 선배님처럼 후배들을 대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제가 어렵다고 느끼는 장면들이 있을 때마다 엄마 역할을 해주신 윤유선 선배님이랑 최명길 선배님 대기실에 찾아가서 연기를 봐달라고 부탁 드렸어요. 많이 귀찮으실 수 있으신대도 봐주시고 가르쳐주시고 하셨어요. 배운 게 너무 많아요.

제 스스로 부족한 부분이 뭔지 더 잘 알게 됐고 그런 것들을 메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접근을 해야 부족한 게 덜 드러나겠구나 하는 점들을 배운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한 게 많아요. 선배님들 같은 모습을 지닌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 촬영 현장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나 자신만 생각하게 되는 게 현장인데 후배와 동료를 배려하면서도 본인의 연기도 굉장히 훌륭하게 해내시기 때문에 굉장히 존경스러운 분들이죠.

Q. 영화 ‘우주의 크리스마스‘가 조금 늦게 개봉한 점도 있어서 어찌 보면 두 작품을 선 보인 게 되네요. 감회가 새로웠을 거 같아요.

저는 항상 그 영화를 계속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결과를 떠나서 현장에서의 분위기며 촬영에 임했던 생각, 기분, 많은 것이 스스로 만족했던 작품이었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지나갔다’라는 생각이 많이 안 들더라고요. 이틀에 한 번 꼴로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 어제도 영화 촬영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오히려 드라마는 끝난 지 한 달 정도 밖에 안됐지만 끝난 지 오래된 것 같아요. 워낙 그 동안 힘들었던 부분도 많았고 스스로가 한계에 부딪히는 기분도 들었기 때문에 오래 된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우주의 크리스마스’는 촬영한지가 꽤 지났는데도 그렇게 오래된 것 같지 않아요.

Q. 영화 오디션 당시에 눈물, 콧물을 흘리면서 임했다는 인터뷰 내용이 있더라고요. 이재씨의 연기에 감독님의 반응은 어땠나요?

감독님은 제가 활동이 많이 없었으니까 완전 신인인줄 아셨대요(웃음). 오디션을 다 보고 나서 아셨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감독님은 뭐든지 하려고 하는 각오가 있는 신인인줄만 아셨다고 하시면서 ‘활동을 하다가 쉬었던 배우지만 참 열심히 했구나‘ 라는 말을 해주시면서 굉장히 놀랐다고 하시더라고요.

오디션용 대본에는 영화 ‘너는 내 운명’의 전도연 선배님과 황정민 선배님이 교도소에서 열연하시던 부분이었어요. 오열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연기였어요. 오열하지 않으면 연기가 어색해지기 때문에 그러지 않도록 심리적인 압박감을 가지고 오디션을 임했었어요. 상대 배우는 연기 전공도 아니신 조연출 분이셔서 혼자 연기한 거나 다름 없었어요(웃음). 그 마음을 예쁘게 봐주셔서 ‘같이 작업을 하자’라고 해주셨던 것 같아요.

Q. 영화 ‘우주의 크리스마스’에서 김지수씨와 같이 연기해서 행복했다고 말씀해주셔서 많은 분들이 김지수씨와의 연기 호흡이 어땠는지 궁금해 하시더라고요.

저는 언니 연기 스타일이나 호흡을 동경하는 편이여서 제가 좋았다 나빴다를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제가 감히 느낀 바로는 언니의 연기는 강렬하고 뭔가를 표현하려는 스타일보다는 숨쉬듯이 연기하는 분인 것 같다는 거에요. ‘연기가 맑다‘라고 생각 들어서 참 좋아요. 저 역시도 그런 연기를 하고 싶기 때문에 보면서 ‘좋다’라고 느꼈고 ‘언니와 연기를 또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많이 했어요.

현장 이외에서도 언니와 사적인 얘기를 많이 나눈다거나 이러지는 못했어요. 워낙 짧은 촬영이기도 했고 저와 언니가 붙는 신 외에는 따로 사적인 시간을 낼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기 때문에 사적인 얘기는 많이 못 나눴지만 그래도 언니의 연기가 좋더라고요.

Q. 영화 홍보 하시면서 또 오랜만에 뵙기도 했겠네요.

언니는 언제 만나도 비슷한 느낌이에요. 언니만의 성향이라든가 분위기도 있지만 의외로 굉장히 털털하세요. 말투는 조곤조곤 하시지만 성향이 털털하신 거죠.

Q. 절친인 수아씨랑은 자주 보시나요? 두 분이 워낙 바쁠 것 같은데

작품을 할 때는 자주 못 만났는데 하루에 몇 번씩 연락할 정도로 가족 같은 사이에요. 그냥 친한 게 아니고 서로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이죠. 이 친구와 굉장히 오래된 사이니까 서로에 대한 장점도 많이 알고 있고 단점에 대해서도 많이 알고 있는 만큼 그 점에 대해 신랄하게 말해줄 수 있는 사이거든요. 정말 가까워요. 그런 알맹이를 드러낼 수 있고 단점들도 인정해줄 수 있는 귀한 관계예요. 수아가 작품을 들어가게 돼서 잘 볼 수는 없지만 틈틈이 보거나 연락은 자주하고 있어요.

Q. 평소 여가 시간은 어떻게 보내시나요?

영화를 매일 보고 있어요. 그게 제가 스트레스 푸는 방법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영화를 보면서 참 행복해요. 특히 ‘좋다’라고 느낀 영화들을 보게 되면 뿌듯함도 많이 느끼고 만족감이 드는 하루를 보내게 되는 것 같아요. 영화를 보더라도 남는 게 없는 영화라면 하루가 아쉽고요.

가끔은 배우가 아닌 관객으로서 영화를 즐기는 것 같아요. 또 정말 좋은 영화는 세 번은 봐요.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영화를 보고 두 번째는 감독님의 의도가 무엇일까라는 생각으로 영화를 봐요. 그리고 세 번째는 배우로서 영화 속의 한 배우를 따라가듯이 영화를 보고요. 예를 들어 두 배우가 등장해도 대사를 하는 배우보다는 제가 배우고 싶은 배우를 보죠. 그 배우가 걸리기만 하는 신이라 대사가 없어도 동작이나 연기를 따라 다니면서 쭉 보는 것 같아요.

세 번째로 영화를 볼 때는 영화를 배우듯이 보니까 제일 피곤하고 어렵고 재미없게 보게 되죠. 관객으로서 보는 영화가 제일 재미있지만 솔직하게 얘기해서 매력을 크게 느끼지 못한 영화는 굳이 세 번은 보지 않아요. 매력을 느꼈을 때만 세 번은 보는 것 같아요.

그렇게 영화를 배우듯이 보더라도 잘 안 되는 게 연기인 것 같아요. 연기에 대해서 사랑하고 연모하는 기분인데 짝사랑과 같이 어려운 기분이에요. 연기를 생각하면 짝사랑하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관객으로서는 영화를 즐기는 건데 배우로서는 짝사랑하는 기분이에요. 내 자신이 상대보다 부족한 것 같고 사랑 받고 싶고 더 잘해내고 싶은 마음이에요.


Q. 연기를 짝사랑해도 행복하지 않나요?

짝사랑은 정말 슬프잖아요. 다른 데를 보고 싶지만 마음은 계속 향하는 것처럼. 일부러 조절이 안되듯이, 어쩔 수 없이 마음이 저절로 계속 가는 것처럼 연기를 할 때 짝사랑과 같은 마음이 들어요. 너무 사랑하지만 너무 어려워요.

Q. 언제쯤 연기가 쉬워질까요?

쉽다고 느껴지는 순간 노력을 안 하는 배우가 될 까봐 쉬워져 버리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연기는 영원히 짝사랑을 해야 할 것 같아요(웃음).

Q. 드라마로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지고 시작하신 만큼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장르나 분야가 있나요?

저는 분야보다는 캐릭터로, 이기적인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타인을 배려하는 역할은 너무 많이 했어요. 그래서 캐릭터 자체가 나만 생각하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그런 역할을 한 번도 맡아본 적이 없어서 상상이 안가요. 그리고 안 해본 역할인 만큼 어려울 것 같기도 하고 도전 해야 할 것 같아서 더 해보고 싶고요.

내 위주로만 사랑하는, ‘뭐 저런 애가 다 있어’ 라고 생각이 들 수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제가 잘 웃고 푼수 같으면서 어설픈 면도 있지만 일 적인 부분에서는 제가 다른 사람에게 맞춰줘야 제 스스로가 편해지는 성격이에요. 그런 면들을 연출 관계자 분들이 보시면서 제게 배려하는 역이 더 맞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기적인 역을 맡는다면 제가 그 동안 했던 역할들이랑 다른 성향의 역할이 또 다른 도전일 것 같다고 생각해요. 제 생활도 그렇고 그 동안 했던 역할들이랑도 그렇고 완전 반대니까 그 역에 대해 공부하면서 더 해보고 싶다는 기분이 들어요.

Q. 20대의 허이재와 30대의 허이재

좀 더 천천히 가는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일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사적인 부분에서도 내가 바라는 흐름대도 안되더라도 ‘아직은 타이밍이 아닌가 보다’ 하고 받아들이는 게 생긴 것 같아요.

나쁜 면에서는 좀 더 냉정해진 것 같고요. 어렸을 때는 오픈 마인드로 어떤 사람이든 과할 정도로 좋은 면만 보는 성격이었던 것 같아요. 저에게 좋지 않게 대해도 제가 좋은 면만 받아들이는 성격이었다면 지금은 나쁘게 볼 것도 좋게 볼 것도 아닌 객관적으로 보게 되면서 냉정해진 것 같아요. 인간 관계적으로는 기대를 안 하고 도전을 안 하게 되면서 상처를 덜 받는 것 같아요.

Q. 허이재에 대해

저는 아직까지 스스로를 잘 모르겠어요. 제가 느끼는 저는 어렸을 적부터 위험한 느낌이 들면 시도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 한탕주의가 없어요. 생활의 전반에 아예 없죠.

제가 뭔가를 해서 반짝 잘 될 거라는 기대를 안 해요. 그게 좋지 않을 거라 생각도 들고 ‘그냥 잘 될 거야’ 하는 느낌을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도 같이 노는 무리에서 친구들이 땡땡이를 쳐도 저는 교칙을 지켜야만 안정감을 느꼈었어요. 무모하게 시도를 하고 모험하는 걸 별로 안 좋아했어요.

연기는 모험을 해도 연기라는 틀 안에서 허락이 되는 분야잖아요. 주어진 역할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이기 때문에 모험이 허락 되는 분야라고 생각해요. 연기를 제외하고는 작품, 배우로서 순식간에 높아질 것을 바라지 않아요. 연기적인 부분에서는 당연히 한 순간에 연기력이 좋아지고 싶지만 그건 어려운 거잖아요(웃음).

Q. 앞으로 어떤 연기를 보여주고 싶은지

생각을 많이 했는데 말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모르겠어요(웃음). 이게 굉장히 난해한 것 같아요. 저는 연기하듯이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생활하듯이, 연기가 아닌 듯한 연기를 하고 싶어요.

제가 예의를 중시하는 성격인데 그게 연기할 때 때때로 가로막이 되는 것 같기도 해요. 생각할 거리가 많잖아요.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정신적, 신체적으로 너무 어렵고 힘든 점이 많아서 배려를 안 하고 했어요. 주변의 여러 가지 상황과 허이재라는 배우에 대해 생각하기 보다는 공현수라는 역할만 생각했어요.

예전에는 스텝들이 불편할까봐 말도 많이 하고 관계를 많이 생각했지만 이번에는 제 자신이 너무 힘들다 보니까 극 중 역할인 공현수만 생각해도 부족한 거예요. 집중하고 몰입해야 할 신에 대해서는 그것만 생각하느라 아침 인사 외에는 말도 잘 안 걸게 된다거나 그랬었죠. 배우가 현장에서 말이 없으면 뚱해 보인다거나 예의 없어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예전에는 말도 많이 하면서 현장 분위기도 좋게 했었지만 이번에는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그런 것들을 잘 못했어요. 그렇게 했더니 오히려 연기에 대한 몰입도나 자연스러움이 조금은 더 좋아졌던 것 같아요.

물론 이러한 모습이 결과가 됐다고는 할 수 없지만 연기적으로 하나의 얇은 막을 깬 것 같아요. 근데 아마 외적으로는 좋아 보이진 않았을 거예요. 그게 어렵죠. 하지만 결국엔 결과가 좋아야 하는 것 같아요. 예의 없이 하지 않는 한 결과로써 제대로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획 진행: 박승현, 마채림
포토: bnt포토그래퍼 김연중
영상 촬영, 편집: 정도진 PD
의상: 레미떼, 제인하우, 메롱샵
헤어: 꼼나나 박정은 원장
메이크업: 꼼나나 문혜은 부원장
장소: Casa 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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