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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자동차 품질이 좋아질수록 위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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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자동차회사는 신차를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때가 되면 제품이 달라지고, 그것도 모자라 매년 어떻게든 상품성을 바꾸며 '연식변경'을 내놓는 것도 결국은 '언제나 신차'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그래야 소비자가 주목하고 판매로 연결돼 기업이 존속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차를 많이 판매하려면 기본적으로 '품질'이 좋아야 한다. 잘 고장나지 않아야 하고, 흔히 말하는 '내구성'도 뛰어나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가 제품을 인정하며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다. 매년 각종 조사기관에서 나오는 갖가지 품질 평가를 소비자들이 예의주시하는 것도 '보다 좋은(?) 차'를 사려는 본능적인 욕구다. 

 하지만 품질이 향상되면서 말 못할 고민도 적지 않다. 내구성 증대에 따라 자동차 보유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신차로 바꾸는 시점이 점점 길어져 오히려 판매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시장분석업체 IHS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자동차 보유 기간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내 평균 차령은 지난 2002년 9.6년에서 2015년 11.5년, 2016년에는 11.6년으로 늘었고, 보유기간도 2015년말 기준 전년 대비 1.5개월 증가한 79.3개월에 달한다. 쉽게 말해 과거 5년마다 새 차를 구매했다면 지금은 6년이 넘어야 타던 차를 처분하고 새 차를 산다는 뜻이다. 물론 시장이 커지는 곳이라면 별 어려움이 없지만 한국이나 미국, 유럽처럼 이미 시장이 포화된, 다시 말해 대차 수요가 80%가 넘는 곳은 보유 기간이 확장될수록 신차 판매는 그만큼 힘들어지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일부러 신차 교환을 앞당기기 위해 기업이 인위적으로 품질을 저하시킬 수도 없다. 떨어지는 순간 소비자 외면은 불을 보듯 뻔해서다. 

 신차 교환을 늦추는 또 다른 요소는 대중교통의 확장 발전이다. 지하철과 버스, 기차, 항공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개인이 보유한 자동차의 주차 시간만 늘리고 있다. 대중교통의 발전은 자동차의 평균 이용 거리를 줄이는 요소로 작용하는데, 실제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1대당 1일 평균 주행거리는 2014년 대비 1.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자동차회사들이 눈을 돌리는 곳이 애프터마켓 사업이다. IHS는 지속적인 자동차 품질 향상으로 고령차가 늘어나면 이를 관리하기 위한 애프터마켓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2021년까지 미국 내 16년 이상된 차가 현재 6,200만대에서 8,100만대로 30% 증가하는 만큼 애프터마켓 사업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최근 미국 내 완성차기업이 서비스센터를 정비점에서 무언가 다른 공간으로 바꾸려는 움직임도 자동차 노후화 때문이다. 

 또 하나의 돌파구는 소비자의 운행 거리 확대 노력이다. 주행거리가 많아질수록 신차로 바꾸려는 욕구가 강해져서다. 다시 말해 차령이 오래돼도 주행거리가 짧으면 신차 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판단, 주행거리를 단기간 늘리는 묘수를 찾는 셈이다. 이른바 '자동차 소비 촉진'이다. 얼마 전 국내에서 화제가 된 미슐랭 가이드 또한 타이어회사인 미쉐린이 소비자들의 타이어 마모를 촉진시키기 위해 만든 판매 확대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주행거리를 무작정 늘리는 것은 제약이 많다. 소비자 유류비 부담이 증가하고, 장시간 운전에 따른 피로도 무시할 수 없다. 대중교통 이용 증가의 주요 이유가 '운전이 힘들어서'인데 자꾸만 운전을 유도해봐야 대기오염 확대라는 한계에 봉착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앞으로 자동차회사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얘기가 적지 않다. 물론 먼 미래에 다양한 이동 수단 경쟁이 펼쳐지겠지만 앞으로 20년 이내 내연기관의 수요가 점차 감소할 수 있어서다. 게다가 품질 향상 및 대중교통 발전으로 신차 교체 주기가 점점 길어지니 이래저래 진퇴양난이다. 수 많은 자동차회사들이 미래 비전을 앞다퉈 내놓지만 미래학자들은 50년 이내에 사라질 자동차회사가 꽤 많다고 전망한다. 

 그럼 생존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융합'에 먼저 나서는 곳이 결국 주도권을 갖는다고 조언한다. 업종 간 장벽을 먼저 허무는 곳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다고 말이다. 그러자면 먼저 조직 간 장벽부터 허물어야 한다. 자동차미래연구소 박재용 소장은 "국내 자동차회사의 조직을 보면 융합이 매우 쉽지 않은 구조를 갖고 있다"며 "그걸 먼저 깨뜨리는 곳이 결국 살아남을 수밖에 없도록 사회가 변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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