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신 기자] 한층 성숙되고 숙성된 ‘헐(her)’녀가 돌아왔다. 다양한 삶의 경험과 일일 드라마 현장에서 직접 몸소 배우는 그의 연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단단해 져가고 있다. ‘롤러코스터3’의 톡톡 튀는 귀여운 여자 친구 역할에서부터 ‘마녀의 성’의 독한 악녀까지 1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자신만의 색이 드러나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하는 배우 이해인을 bnt에서 만났다. 세 번의 악녀 역할로 이제는 반대되는 푼수 역할을 하고 싶다는 그는 알고 보면 옆집 언니처럼 편안하면서 해맑고 순수함을 가진 배우였다.
악녀 연기로 남모르게 스스로 고통을 참아내고 견디며 더욱 강해졌다는 그. 이제는 대중에게 밝은 에너지를 뿜어낼 타이밍이다. 그런 그의 깊이 있고 진솔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오늘 화보 촬영 소감은.
세 번째 촬영이라 bnt와 가족 같은 느낌이다. 오늘 날씨가 참 좋은데 하늘이 도와주는 것 같아 기분 좋게 촬영했다. 이태원에 밤이 아닌 낮에 와 경치를 보니 외국에 온 느낌이 든다.
Q. 가장 마음에 들었던 콘셉트는.
첫 번째. 셔츠에 자연스러운 느낌이 제일 나다운 것 같다.
Q. 근황이 궁금하다.
지금은 쉬고 있다. 잠도 많이 자고 중국어, 수영도 배우고 있고 취미로 피아노를 다시 시작했다. 하루에 세 가지를 하면 시간이 정신없이 흐른다.
Q. 얼짱 출신으로 데뷔를 했다.
그때 유명했던 얼짱 사이트에 재미 삼아 스스로 사진을 올렸더니 잘되어 2기로 당선이 됐다. 내가 창원 출신이라 지방에는 연예인 할 기회가 없었는데 그 사이트에 연예관계자가 사진을 보고 연락이 와서 같이 일하게 됐다. 처음에는 광고 촬영으로 시작했다.
Q. 가수 활동도 했다.
가끔 가수 출신이라는 말을 듣는데 전혀 아이돌 출신이 아니다. 오랫동안 연기를 하다가 우연히 가수 회사에 들어가게 되어 배우랑 모델을 합쳐 프로젝트 그룹을 만들었다. 처음부터 가수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Q. 배우가 꿈이었나.
고등학교 때 공부에 대한 흥미는 없었고 사진 찍고 꾸미는 것을 좋아했다. 얼짱 사이트 사진으로 인연이 닿아서 연기를 하게 되니 이 길이 내 길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막연하게 나도 TV에 나오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Q. 집에서 반대는 없었나.
언니는 너무나 평범한데 나는 연예인을 하니까 부모님이 신기해한다. 처음에 반대를 많이 해서 가출하다시피 나왔다. 이제는 포기한 상태이고 요즘은 일일 드라마를 하니까 너무 좋아하신다.
Q. 드라마 ‘마녀의 성’에 함께 출연한 김선경은 악역의 후유증으로 공황장애 초기증상까지 왔다고 하던데.
그때 나랑 상담을 많이 했다. 드라마 내에서 같은 위치에 있었고 음모를 꾸미는 장면이 많다 보니 서로 위로해 주면서 연기했다. 현장에 가면 스텝들이 나에게 와서 괜찮냐고 많이 물어봤다. 나는 힘들어도 내색을 하지 않는 편이라 집에서 혼자 힘들어하고 잠을 많이 못 잤다. 드라마가 잘 끝나야 해결되는 스타일이라 무조건 참았다.
Q. 악녀를 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는.
길거리를 지나가면 사람들이 그만 괴롭히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럴 때마다 내가 먼저 드라마에 나오는 그런 사람 아니라고 선수 치는 편이다.
Q. 악녀 역할 하면 사생활도 우울해 진다고 하던데 어떻게 극복하는가.
극복할 수가 없다. 그냥 버티는 거다.
Q. 연기를 포기하고 싶었을 때는 없었나.
순간마다 내가 연기를 못한다는 생각이 들면 포기하고 싶다. 감정기복이 심한 직업이라 내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가장 힘들다. 자기 컨트롤을 하고 스스로 긍정적인 주문을 걸고 생각을 해야 하루를 잘 넘기는 편이다.
Q. 연기하면서 가장 행복할 때는 언제인가.
스텝들이나 카메라 감독님이 잘했다고 칭찬해 줄 때 가장 행복하고 감동이 크다.
Q. 11년 배우 생활에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 있나.
드라마 ‘지성이면 감천’이다. 그 전까지는 연기보다는 예쁜 연예인으로 이미지만 좋았는데 일일 드라마를 처음 만나고 나서 내가 배우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때 내가 연기를 해야 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헐(her)녀, 꽃사슴녀라는 타이틀만 가져가기에는 연예계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첫 번째는 무조건 연기였다. 그때 호랑이 김명욱 감독님을 만나서 연기할 때 엄청 혼이 났다.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욕을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욕한다. 모든 스텝들이 다 있는데 심한 욕을 많이 했다. 살면서 들을 수 있는 욕은 다 들었던 것 같다. 연기자로써 수치스럽고 창피했지만 그분이 아니었으면 이를 갈고 연기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감독님 때문에 연기가 조금은 편해졌다. 그대보다는 지금 어른이 됐고 현장에 대한 책임감이 생겼다.
지금은 내가 가장 존경하고 좋아하지만 그때는 나를 너무 힘들게 했던 감독님이라 잊을 수가 없다.
Q. 연기 공부는 어떻게 하는가.
연기를 준비하는데 있어서 사람들에게 받았던 상처나 사기를 당했던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하면서 연기를 하다 보면 도움이 된다. 연기는 스스로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내가 이겨내야 하고 강해져야 한다. 누구의 도움을 받고 이겨내는 상황이 아니라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한다. 연기 학원에 다녀봤지만 인생과 현장에서 배우는 것이 최고의 학습인 것 같다.
나문희 선생님께서 연기의 포인트를 알려주셔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일일 드라마의 환경이 너무 좋다. 같이 연기를 주고받다 보니까 배움의 기회가 더 많이 있다. 현장은 최고의 수업장소다.
Q.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은 어떤 캐릭터인가.
시간이 더 지나기 전에 학교물을 하고 싶다. 교복을 입고 싶은데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웃음) 아니면 ‘환상의 커플’의 한예슬 같은 푼수 역할. 악역을 많이 보여줘서 반대되는 역을 하고 싶다. 악역을 많이 하다 보니까 현장에서 다운되어 있어서 힘들다. 밝고 즐거운 에너지를 뿜으면서 연기하고 싶다.
Q. 하고 싶은 예능은.
자연스러운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인터뷰 때마다 ‘나 혼자 산다’를 많이 얘기했는데 아직도 연락이 안 왔다. (웃음) 요즘 ‘8시에 만나’에서 혼밥하는 것도 해보고 싶다. 평소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고 혼자 영화보고 밥 먹는 것을 잘해 보여주고 싶다. 이미지상 활발하고 사람을 좋아할 것 같은데 의외로 그렇지 못하다. 놀아보지 못해서 잘 못 논다.
Q. 자신에게 붙었으면 하는 수식어는 무엇인가.
헐(her)녀가 돌아왔다. 지금은 그게 너무 감사하다. 성숙해져서 돌아온 내 모습을 기억해 줬으면 좋겠고 추억을 되새기는 것도 너무 좋다.
Q. 배우가 되지 않았더라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결혼을 해서 평범하게 살 것 같지는 않다. 내 성격이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여행가이드나 활동적인 직업을 선택했을 것 같다.
Q. 본명은 이지영이다. 이해인으로 활동하는 이유는.
당시 지영이라는 이름이 너무 흔했다. 예쁜 이름을 찾다가 이해인을 회사에서 급하게 지었다. 활동을 하다 보니 해인 수녀님이 있고 최근에는 이해인이라는 어린 친구가 나와서 위압감을 느끼고 있다. 왜 하필 이해인인지 한번 만나서 물어보고 싶다.(웃음)
Q. 평소 성격이 궁금하다.
상대방에 따라 달라진다. 상대방이 밝으면 나도 밝게 변하고 과묵하면 과묵해진다. 그래도 연기를 하면서 내성적이었던 성격이 많이 털털해졌다. 혼자 오래 살다 보니 성격이 바뀐 것 같다.
Q. 결혼할 나이다. 이상형은.
마동석씨. 요즘 너무 멋있다. 여자를 지켜주는 모습이 듬직하고 좋다. 결혼을 혼자 할 수 없다. 너무 사랑해서 결혼을 해도 헤어지는 세상인데 신중하게 하고 싶다. 성실하고 나만 바라 봐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외모를 굳이 따지자면 곰 같은 사람, 남자답고 키도 크고 덩치도 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웃음)
Q.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대중적인 배우가 되고 싶다. 아직까지 이해인을 모르는 사람도 많고 역할 자체가 차갑다 보니 다가오기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다. 알고 보면 편하지만 그 전까지가 힘들어서 그걸 깨고 싶다. 가족 같은 분위기의 친근한 이미지의 배우가 되고 싶다.
Q. 배우로서의 목표는.
지금 내가 선생님이라 부르는 분들처럼 꾸준히 한 길을 가고 싶다.
Q. 팬들에게 한마디.
다음 작품을 많이 기다리는 분들이 있다. 겨울이나 내년 봄쯤에 인사드릴 것 같다. 예능으로도 많은 활동 보여 드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