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미애 기자] 소중한 추억을 선물해준 배우 강은비가 돌아왔다.
2005년 영화 ‘몽정기 2’에서 당찬 여고생으로 등장했던 강은비가 ‘송은채’라는 이름을 벗어던지고 새롭게 태어났다. 통통 튀는 매력으로 스크린의 샛별이었던 그는 어느덧 성숙한 여인으로 성장했고 카메라 셔터 소리에 맞춰 자연스럽게 포즈를 구사하는 프로가 되어 있었다.
다시 ‘강은비’ 본명을 되찾은 그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매력으로 대중에게 인사를 드리기 위해 bnt와 화보 촬영을 진행했다. 청순하고 강렬한 눈빛은 이제껏 스크린에서 볼 수 없던 색다른 ‘반전’이었다.
Q. 정식 화보 촬영은 꽤 오래전에 찍으셨죠. 이번 화보 촬영이 조금은 어색했을 것 같아요.
영화, 드라마 포스터 외 화보 촬영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7년 만에 진행되는 화보 촬영이다 보니 잘한다고 칭찬을 해줘도 어색하고 셔터 소리도 낯설더라(웃음).
Q. 가장 마음에 들었던 콘셉트.
제 성격과 가장 잘 맞는 건 꽃을 소품으로 촬영했던 두 번째 콘셉트지만 세 가지 모두 어려웠다. 실제 저는 보이시한 성격이기 때문에 러블리한 느낌을 만들어내는 일이 어색했다.
Q. 데뷔한지 어느덧 10년이 지났어요.
2005년 영화 ‘몽정기 2’로 데뷔했다. 이후 MBC 시트콤 ‘레인보우 로망스’에 출연했다.
Q. 강은비에서 송은채로, 그리고 다시 강은비로 돌아왔어요.
송은채로 1년 6개월 정도 활동했지만 그 당시에도 저는 강은비였기에 다시 돌아온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웃음). 은채라는 이름은 많은 분들이 이질감을 느꼈던 것 같다.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마음가짐으로 활동에 전념하겠다.
Q. 송은채와 강은비, 어떤 이름에 더 애착이 가는지.
당연히 강은비다. 은비라는 이름으로 욕도 많이 들었지만 칭찬과 사랑도 많이 받았다. 은비가 제일 좋다. 송은채라는 이름으로는 가장 최근에 참여한 영화 ‘레쓰링’과 ‘어우동’ 두 작품을 했다. 강은비라는 이름을 되찾아서 기분 좋다(웃음).
Q. 강은비라는 이름으로 욕과 칭찬을 모두 많이 받았다고 했는데 어떤 욕에 가장 많이 상처를 받았는지.
연기나 외모, 방송태도 등 연기자로서 필요한 부분에 대해 지적하거나 혼내는 점에 대해서는 기분 나쁘지 않다. 오히려 저를 연기자로 봐주시는 것 같아 좋다. 가장 상처를 많이 받은 순간은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세상에 없어야 할 존재로 여겨지는 순간 힘들었다. 데뷔 초에 유독 가슴에 꽂히는 비수 같은 말을 많이 들었다.
Q. 데뷔 초에 유독 악플이 심했던 이유가 있다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인공을 맡고 예능에 출연하면서 주목받다 보니 욕을 많이 들은 것 같다. 계속 주연만 했다. 두 작품을 제외하고는 모두 주연이었다.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스크린에 비치다 보니 질타를 받은 것.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그 시절에 제가 조금 더 강하게 버티고 준비를 잘 해냈으면 조금은 지혜롭게 버텨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Q. 주목받은 만큼 칭찬도 많이 들었을 텐데. 가장 감사했던 순간이 궁금해요.
요즘 들어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과거에는 욕을 너무 많이 들으니 악플 사이에 있는 칭찬 글을 봐도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지금은 다시 활동을 재개하려고 하니 많은 분들이 “보고 싶었다”, “그립다”, “빨리 TV에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시더라. 저를 기억해주시고 있음에 감사하다.
Q. 데뷔 시절 인기를 내면적으로 강했다면 조금 더 오래 끌고 갈 수 있었을까요.
그 당시에 일이 참 많이 들어왔는데 고의적으로 거부했다. 악플에 시달리면서 자신감이 많이 사라졌다. 방송이 들어오면 피했다.
Q. 방송에서 은비 씨를 찾은 건 특유의 매력이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그걸 그 당시에는 몰랐다. 연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중간에 많이 쉬었다.
Q. 휴식기를 어느 정도 가졌는지.
틈틈이 쉬었다. 10년 활동 중에 휴식기만 5년 정도. 쉬면서 여행도 많이 다니고 공부도 했다. 20살에 데뷔를 하면서 일주일 내내 스케줄이 너무 많아서 돌아다니질 못했었기에 지금은 많이 돌아다닌다. 지하철도 타고(웃음).
Q.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사람들이 알아보지 않는가.
최근에 지하철을 갈아타러 가는데 젊은 분이 길을 여쭤보더라. 그래서 알려드리는데 그분이 저에게 “연예인 닮으셔서 정말 좋겠어요”라고 하면서 가셨다(웃음). 행복했다.
Q. 예전에는 사람들이 많이 알아봤죠.
예전에는 많이 알아보셨고 욕도 많이 했다. 지금은 아무도 그러지 않는다. 20살, 21살에 정말 악플을 많이 받았다. 그때는 댓글이라는 문화가 발달하는 시기였고 지금처럼 연기자분들이 고소를 하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Q. 그럼 지금 다시 그런 상황에 맞닥뜨린다면 어떻게 헤쳐나갈 생각인지.
상처 입는 말을 가슴에 간직하지 않고 훌훌 털어버리고 잊어버릴 것이다. 그 당시에는 너무 무서웠다. 그저 댓글로 끝나면 괜찮은데 집 앞에 찾아오는 분들을 비롯해 촬영장에서도 많은 분들이 저를 욕하러 왔다. 특히 ‘레인보우 로망스’가 ‘논스톱’ 다음으로 공개되는 작품이다 보니 이슈도 많이 형성됐고 관심도 많이 받았던 만큼 구경하러 오신 분들이 많으셨는데, 제 역할이 예쁜척하는 캐릭터다 보니 더 미움을 받은 것 같다(웃음).
Q. 짜증 나는 순간들이 참 많았겠어요.
그 당시에는 짜증 나지 않았다. 그저 무서웠다.
Q. ‘몽정기 2’ 데뷔 후 수위가 조금 높은 영화를 많이 촬영했어요. 그러다 보니 은비 씨에 대한 편견과 색안경이 생긴 것 같아요.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다만 시청자분들께 제 이미지가 앙큼하게 인식됐다면 다음 작품은 다른 느낌에 도전하고 최선을 다하면 되지 않을까(웃음). 저는 인기가 많은 다작 배우도 아니고 어떤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위치도 아니기에 주어지는 역할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언젠가는 저를 좋게 봐주시지 않을까(웃음).
Q.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 혹은 장르가 있다면.
저는 평생 연기하고 싶다. 김혜숙, 윤미라 선생님처럼 성장하고 싶다. 꼭 주인공이 아니어도 된다. 다양한 장르에서 여러 가지 성격의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실력을 꾸준히 쌓아가고 싶다. 훗날 엄마 역할을 해도 풍부한 감성이 나올 수 있도록. 저는 주연을 욕심냈던 배우가 아니다. 운이 좋아서 주연의 기회가 많았을 뿐. 친구 혹은 잠시 나오는 캐릭터 등 비중이 작아도 여러 캐릭터를 소화해보고 싶다.
Q. 2004년 대한민국 얼짱전 대상을 수상했던데.
제가 5대 얼짱 출신이다. 박한별, 구혜선 씨가 1기고 제가 2기다. 얼짱전 대상으로 뽑혔을 내가 일등이 맞는지 계속 반신반의했다. 집에 돌아오니 어머니가 매우 기뻐하더라. 그날 가족끼리 고기를 구워 먹으면서 소소하게 축하파티를 했다(웃음).
Q. 학창 시절에 인기가 많았겠어요.
17살 까지는 인기가 없었다. 갑자기 18살부터 얼짱이 됐고 연기가 너무 하고 싶었다. 인기 있는 여학생이라기보다는 그냥 화제의 인물이었던 것 같다(웃음).
Q. 학창시절부터 꿈꿔온 연기를 직업으로 갖게 됐어요. 현재 강은비에게 연기란 무엇인가요.
하면 할수록 더하고 싶은 것. 포기하려고 해도 놓을 수 없는 것이 연기다. 연기는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난다. 너무 하고 싶어서(웃음). 정말 소중하다.
Q. 그렇게 소중한 연기를 왜 포기하려고 했었는지.
너무 좋아서 포기하고 싶었다. 내가 감히 더해도 되는 건지, 좋아하는 걸로 끝내야 하는 건지 고민을 많이 했다.
Q. 힘든 순간은 어떻게 극복했는지.
가족들에게 많이 의지했다. 6살 어린 남동생이 있는데 정말 많이 응원해주더라. 그리고 모니터를 할 때마다 힘들었던 시간을 조금씩 치유받는 기분이다. 현재 저의 연기력은 30% 완성된 것 같다. 50~60대쯤에는 100%로 채울 수 있지 않을까(웃음).
Q.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데뷔작인 영화 ‘몽정기 2’와 KBS ‘솔약국집 아들들’. 데뷔작은 절대 잊을 수 없는 가장 사랑하는 작품이자 제 인생이다. 모든 분들이 저를 보면 ‘몽정기 2’를 제일 먼저 떠올린다. 다시 ‘몽정기 2’ 오디션이 생기고 도전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조건 할 것이다.
Q. ‘몽정기 2’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그냥 미친 듯이 하고 싶었다. 공개 오디션으로 진행됐는데 한 달 내내 영화사 앞에 살았다. 누군가가 우편접수를 하러 오면 그 사람은 제 라이벌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계속 지켜봤다. 저는 그 당시 기획사도 없었다. 캐스팅 후 영화사에서 소속사를 소개해줬다(웃음).
Q. 함께 도전했던 지원자 중 가장 기억나는 분이 있다면.
박슬기의 끼를 보고 정말 놀랐다. 오디션을 준비하는 연습실에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사이에서 슬기라는 친구의 당당함과 상큼함에 반했다.
Q. 보여주고 싶은 매력.
연기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영화 ‘어우동’을 찍고 처음으로 연기 못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전에는 정말 외모, 성격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면 ‘어우동’때 연기에 대해 지적을 받았고 감사했다. 제 연기를 봐주는 것 같아 행복했다. 이제 희망이 생겼다. 연기를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연기를 잘한다는 칭찬을 들을 수 있는 희망.
Q. ‘어우동’에서만 연기 지적을 받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사극은 처음이었다. 1인2역 연기를 해야 했고 배드신도 있었고. 여자 혼자서 끌어가는 영화를 감당하기에 전 아직 어렸다. 갑자기 큰 역할을 준비되지 못한 상태로 받아 고민을 많이 했다.
Q. 어릴 적부터 꿈이 연기자였나.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한국 무용을 전공했지만 작품을 준비하던 중 다리를 심하게 다쳤고 그 후로 무용을 접었다. 연기자 꿈은 엄정화 선배님과 전도연 선배님을 보면서 키웠다. 가만히 계셔도 빛난다. 눈빛이 너무 좋다.
Q.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연기하는 사람. 지금까지는 완성되지 못한 아이였다. 이제는 천천히 맡겨진 업무에 최선을 다하면서 성장하고 싶다.
기획 진행: 임미애
포토: bnt포토그래퍼 박지나
의상: 레미떼, 플러스마이너스제로
슈즈: 아키클래식
주얼리: 아가타 파리
헤어: 김활란뮤제네프 청담부티끄점 최수정 디자이너
메이크업: 김활란뮤제네프 청담부티끄점 조수민 원장, 이영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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