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 수입차 판매 통계가 나온 후 디젤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단순하게 숫자만 봐도 올해 상반기 수입 디젤 판매는 전년 대비 6,347대가 줄어든 반면 가솔린차는 833대가 늘었기 때문이다. 물론 가솔린 하이브리드도 2,454대가 증가했는데, 수입차 전체 판매가 3,083대 줄었다는 점에서 가솔린의 약진은 그야말로 거셌던 셈이다. 이런 결과를 놓고 폭스바겐 배출가스 이슈가 디젤의 발목을 잡았고, 소비자들의 시선이 가솔린으로 이동 중이라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수입차 업계에선 아직 디젤의 인기가 식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줄어든 6,347대의 대부분이 아우디폭스바겐에 한정됐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슈가 불거진 아우디폭스바겐의 디젤 판매가 전체 수입 디젤차 감소의 결정적 요인이고, 이외 브랜드는 여전히 디젤 선호도가 높아서다. BMW와 재규어, 포르쉐, 푸조시트로엥 등 유럽산 디젤은 아직 견고하고, 판매도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상반기 통계만으로 디젤 인기가 한풀 꺾였다고 해석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런 이유로 실제 디젤 인기 하락을 판단하기 위해선 하반기를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각 브랜드가 하반기 제품을 본사에 요청할 때 연료별 제품군을 어떻게 요구하는지에 따라 판매 비중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어서다. 디젤 인기가 여전할 것으로 예측하면 디젤 엔진 제품을 요구하겠지만 소비 트렌드가 가솔린으로 전환됐다고 판단하면 가솔린 주문을 늘릴 수밖에 없어서다. 즉, 시장 상황에 대응하는 수입사 결정에 따라 디젤과 가솔린 비중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현재 수입사들은 하반기를 어떻게 전망할까? 전망은 브랜드에 따라 극명하게 갈라진다. 유럽 브랜드는 여전히 디젤의 고효율을 포기 못하는 소비자가 많아 점유율이 계속 유지될 것으로 내다보는 반면 미국과 일본 브랜드는 하이브리드와 가솔린으로 수요가 이동한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디젤 이슈가 소비자들의 생각을 바꿨고, 향후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도 예고된 만큼 하반기는 가솔린 또는 하이브리드가 주목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처럼 어느 연료 쪽에 주안점을 둘 것인가는 수입사에게 매우 중요한 예측 가운데 하나다. 디젤이 꺾일 때 본사에 디젤 제품을 주문하면 자칫 재고를 떠안아 수익이 악화될 수 있고, 가솔린에 방점을 찍은 후 디젤 점유율이 유지돼도 마찬가지의 위험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한경닷컴이 향후 자동차 연료별 소비 트렌드를 조금이나마 파악할 수 있는 설문을 하나 했다. '정부의 노후 경유차 지원책으로 자동차를 다시 구입한다면 어떤 연료의 차를 구입하겠느냐'는 질문을 온라인 상에서 던지자 총 응답자 1,868명 중 55.8%인 1,042명이 가솔린을 사겠다고 답했고, LPG도 413명(22.1%)이나 됐다. 반면 디젤은 LPG와 같은 413명(22.1%)에 그쳤다. 단순 예측이지만 미래의 디젤 수요가 가솔린 또는 LPG로 급격히 이동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설문의 응답과 실제 구매는 다를 수 있다. 경제적 상황 또한 변수여서다. 기름 값이 오르면 디젤 수요가 다시 늘어날 것이고, SUV 증가세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 수입차 업계는 '디젤 vs 가솔린' 사이에서 고민이 한창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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