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준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는 단연 중국이다. UN에 따르면 중국은 13억6,700만명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으며, 다음으로 인도가 12억5,100만명에 이른다. 둘을 합치면 글로벌 인구의 36.5%를 차지할 만큼 인구 규모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게다가 인구증가율은 인도가 중국의 3배인 만큼 조만간 인도가 중국을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어 미국이 3억2,100만명, 인도네시아가 2억5,500만명으로 4위다. 그리고 브라질이 2억400만명, 파키스탄이 1억9,000만명, 나이지리아가 1억8,200만명, 방글라데시도 1억6,500만명이나 된다. 러시아와 일본도 각각 1억4,600만명과 1억2,600만명으로 9위와 10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리고 5,159만명의 한국은 27위로 집계돼 있다.
갑자기 인구 얘기를 꺼내든 데는 자동차 내수 판매 때문이다. 지난 2014년 세계자동차협회가 집계한 국가별 내수 판매 1위는 단연 중국으로 2,349만대다. 다음이 1,684만대를 기록한 미국이며, 일본(556만대)과 브라질(349만대), 독일(335만대), 인도(321만대) 순이다. 이어 284만대의 영국, 269만대의 러시아, 221만대의 프랑스, 149만대의 이태리 및 146만대의 한국이다. 자동차 판매가 많은 나라의 대부분이 한국에 비해 인구가 월등히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또한 자동차판매가 결코 적지 않은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미래 성장 가능성이다. 인구가 많은 나라일수록 보유대수도 가파르게 늘어나는 반면 한국은 이미 내수가 포화라는 점이다. 이에 따라 개별소비세 등의 정책을 쏟아내 판매를 촉진하지만 인하 기간이 끝나면 판매는 원점으로 되돌아오기 일쑤다. 다시 말해 국내 자동차 시장은 한 마디로 '규모는 크되 성장은 더딘 곳'으로 정의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여기서 '규모'는 어디까지나 한시적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해마다 우리보다 인구가 많은 국가의 자동차 판매가 크게 늘고 있어서다. 가까운 미래에 인구 순위와 자동차 내수 판매 순위가 같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자동차 생산은 6년 연속 글로벌 5위를 유지하고 있다. 해외 시장의 적극적인 개척이 생산 순위 변동을 막아낸 배경이다. 게다가 많은 인구를 무기로 점차 소득이 증대하는 신흥국의 자동차 판매 증가는 눈부시고, 한국은 이들 시장을 집중 공략해 텃밭을 일구어냈다. 연간 800만대 생산에 150만대만 한국에 팔고 나머지는 모두 해외 시장에 내다 판다.
그렇다보니 한국의 해외 시장 의존도는 점차 높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 유럽, 브라질, 인도 등은 현지 공장이 들어서며 생산이 늘어나는 반면 국내 생산은 좀처럼 확대되지 않는다. 물론 아직은 국내 제조사에게 한국 시장이 중요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중요도는 점차 약화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중요도가 떨어지면 적극적인 마케팅과 상품성 개선에 나서지 않게 되고,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GM과 폭스바겐이다. 양사 모두 지난해 900만대 넘게 생산한 거대 기업이지만 한국 내 판매는 연간 13만대와 4만대 정도에 그친다. 120만대를 국내에 판매하는 현대기아차와 비교하면 이들에게 한국은 그저 작은 시장일 뿐이고, 인구 규모를 고려할 때 향후 판매 성장 가능성도 크지 않다. 그나마 GM은 한국에 공장이 있어 내수 확대에 적극적이지만 폭스바겐 입장에서 4만대는 팔아도 그만이고, 필요하면 한국 물량을 다른 국가로 전환할 수도 있다. 현대기아차가 국내 소비자의 상품성 개선 요구를 발 빠르게 받아들이는 것과 달리 GM과 폭스바겐이 소비자 목소리에 크게 귀를 기울이지 않는 배경도 바로 시장 규모인 셈이다. 소비자로선 분통이 터질 일이지만 영리 추구가 본질인 기업에게 한국은 그리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라는 의미다.
최근 폭스바겐USA가 미국 소비자들에게 보상을 결정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왜 그럴까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시장이 깡패'라는 말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1,600만대의 미국과 150만대의 한국, 그리고 연간 40만대를 판매하는 폭스바겐USA와 4만대를 파는 폭스바겐코리아의 차이라는 의미다. 그리고 이런 전략은 폭스바겐 독일 본사가 수립했다. 그래서 4만대를 판매하는 폭스바겐코리아는 아무 힘이 없다. 애꿎은 폭스바겐코리아 임원 구속해봐야 독일 폭스바겐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게 현실이고, 작은 나라의 설움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그럴 일은 없겠지만 한국 내 소비자 정서 및 정부의 전방위 조사를 못견뎌 폭스바겐이 한국 시장을 철수한다고 가정을 해봤다. 글로벌 시장에서 900만대 이상을 판매하는 폭스바겐에 얼마나 큰 타격이 될까? 진지하게 고민해보면 타격은 폭스바겐이 아니라 폭스바겐코리아만 입을 뿐이고, '폭스바겐'이 떨어져 나가면 이 곳에 남을 수밖에 없는 '코리아', 즉 판매사와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만 허공을 보게 된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최근의 돌아가는 분위기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로 무게 추가 조금씩 이동하는 것 같기도 하다. 칼을 뽑았으니 꼬리라도 잘라야 한다는 한국 검찰과 뽑은 칼을 무시하는 독일 폭스바겐 본사의 싸움에 등터지는 이들은 다름 아닌 본사(몸통) 지시를 따른 선량한 폭스바겐코리아의 한국 임직원 뿐이니 말이다.
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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