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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길에서 모차르트까지, ‘천의 얼굴’ 뮤지컬배우 김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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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신 기자] 낭창낭창한 걸음걸이로 현장을 찾아 기분 좋은 미소로 인사를 건네곤 이내 알던 사람처럼 친근하게 말을 잇는다.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사람이 몇 있을까 했는데 여기 있었다. 뮤지컬 배우 김호영은 그런 사람이었다.

앳된 얼굴과는 달리 14년차 뮤지컬 배우로 굵직굵직한 필모그래피를 지닌 이 중견 배우가 뿜어내는 아우라는 예사롭지 않았다. 가벼운 듯 가볍지 않았고 무겁지 않지만 가볍지도 않았다. 찰랑찰랑 쏟아질 것 같은 감정의 호수 위에서 노니는 폼이 베테랑의 그것이었다.

bnt와 김호영이 만난 화보 촬영은 그가 아무렇지도 않게 소화해내던 1인 다 역의 작품처럼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진행 됐다. 이어진 인터뷰에서는 그가 지금껏 녹록치 않은 시간을 보내 왔음을 짐작케 했다.

- 촬영 중 마음에 들었던 콘셉트

전반적으로 다 좋았다. 마치 1부터 10을 합쳐서 굵직하게 단계적으로 간 것 같아 좋았다. 첫 번째는 내추럴한 의상이었지만 평소 찍던 느낌과 달리 찍어 좋았다. 두 번째는 보통 해보지 않았던 메이크업이라 좋았고 마지막은 옷처럼 강렬해서 좋았다.

- 14년차 뮤지컬 배우, 짧지 않은 시간인데 소감이나 생각

해를 거듭하면 할수록 작품과 배우가 많아지면서 그 와중에 버티고 있다는 게 스스로 대견할 때가 있다. 다만 요즘은 티켓 파워가 없으면 어렵기 때문에 그만큼 나만의 독보적인 뭔가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곧잘 한다.

배우가 얼마나 노래나 연기, 춤을 잘 한다는 건 다음 문제고 얼마나 티켓 파워가 있고 인지도가 있는 지가 먼저가 돼서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답답하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이시대의 스타일인 거니까 내가 거기에 뒤처지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에 필요한 방법적인 것들을 계속 도전하고 실패도 해보고 다시 도전하는 계기들을 만들고 있다.

- 연기력과 티켓 파워의 관계

최근 예전보다 뮤지컬이 대중화 되고 상업적으로 변하면서 붐이 일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더 찾게끔 만들 수단이 필요한 것 같다. 그래서 스타마케팅을 하고 작품의 양이 많아졌지만 내 입장에서는 다 좋다고 할 수는 없다.

드라마도 예전에는 3사 방송 밖에 없다가 지금은 다양한 채널이 생겨 드라마의 양도 늘었다.  하지만 양에 비해 다 좋은 작품인 건 아니니까. 그리고 희한한 건 그렇게 많이 늘었지만 사실 대부분 나오는 사람들만 나온다. tv를 켜면 다른 드라마인데 겹치는 사람들도 많고.

그러다가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익숙지 않은 배우 혹은 신인들을 썼을 때 예상치 못하게 흥행하는 경우도 있다. 뮤지컬도 저예산 혹은 파격적인 시도를 했었던 작품이 갑자기 터진다든가 출연 배우가 많이 뜬다거나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또한 대학로 소극장 공연과 대극장 뮤지컬이 극명히 나뉘는데 배우 또한 대학로는 또 대학로만의 스타가 있다. 그건 새롭게 공연을 보는 관객들의 취향 자체가 달라진 것도 있고 이제는 그런 게 결론적으로 티켓 파워로 이어져 팬들이 만들어주는 배우 스타가 탄생하는 거다.

물론 실력이 있는 분들 중에서도 그렇게 주목 받는 사람들도 있지만 일단 전체적으로 그런 것과는 별개로 이 사람이 얼마나 유명한지와 인지도에 따라 캐스팅이 좌지우지 되니까 실력과 티켓 파워가 비례한다고 볼 수는 없는 것 같다.

- 요즘 아이돌의 뮤지컬 진출, 솔직한 생각

나는 솔직히 나쁘게 보지 않는다. 무대라는 곳이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기 때문에 오면 평가를 받게 된다. 본인들이 제풀에 꺾여 나가는 경우도 많고 이제 뮤지컬이라는 장르 자체에 넘어온다는 것은 갈 곳이 없어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만큼 퀄리티 높은 뮤지컬 무대에 서서 검증을 받아야 실력 있는 가수 혹은 배우로서 확인 받는 장이 되가는 것 같다. 또한 공연 예술 문화 자체에 관심을 끌기 위해 대중스타가 넘어오는 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시스템인 것 같다.

마인드 자체를 어떻게 하고 오느냐가 중요한데 사실 한 번 발을 담구고 간다고 하더라도 나랑 상관없는 일이기에 좋고 나쁘고 생각할 게 없다. 가벼운 마음에 왔다가 데이고 가는 경우도 있고 회사에서 시켜서 왔는데 의외의 매력에 빠져 더 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이게 어딜 가던지 자기가 하기 나름이라 더 견디고 재미를 느끼는 사람들은 기존에 있던 배우들과도 잘 지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아닌 경우가 있으니까. 사실 그렇게 뮤지컬의  인지도가 올라간다면 그건 정말 감사한 경우다. 반대로 뮤지컬배우들이 방송으로 갔을 때 기존에 있던 분들이 환영하고 이끌어주면 그것만큼 좋은 게 없을 것 같다.



- 아이돌 뮤지컬 배우 중에 기대가 가는 사람이 있는지

조권. 그 친구가 깝권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가벼워 보일 수도 있는데 굉장히 생각이 깊다. 그만큼 연습생 생활을 오래 하며 힘든 시절도 보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확실히 콘서트나 무대를 많이 했던 친구들은 무대에 섰을 때 다르다.

무대라는 것 자체를 신성시 여기고 갑자기 잘된 케이스가 아닌 친구들은 나름의 깊이도 있고 노래실력도 굉장히 좋고 작품을 대하는 태도도 괜찮더라. 최근 그와 ‘프리실라’ 라는 작품을 같이 할 때도 연습에 빠짐없이 나오더라.

다른 일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닌데 처음 하는 작품이고 장르이기 때문에 그만큼 더 알아가고 그만큼 집중하려는 자세가 굉장히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더더욱 친해질 수 있었던 계기가 됐던 것 같다.

- 방송진출 생각은

드라마 ‘태왕사신기’ 이후 몇 편의 드라마를 했었다. 예능도 작품 홍보 위주이지만 ‘스타킹’, ‘세 바퀴’, ‘도전 1000곡’ 등에 출연했었다. KMTV 시절 아예 하루 동안 나를 따라다니며 패션 스타일이 어떤 지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 뭔지를 얘기해주는 프로그램도 했었다.

tvN에서 옥주현의 ‘라이크 어 버진’이라는 프로그램의 패널 mc를 보기도 했었고 이래저래 많이 했었다. 그때는 tv나 영화에 나오는 배우와 다르게 방송계에 있는 사람들이나 대중들이 무대에 서는 연극배우와 뮤지컬배우를 특화되게 바라보는 게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에 반해 나는 패션이나 말 투, 표현방식 등이 강했다. 그런 부분이 단발 적으로는 너무 재밌었다고 하지만 방송에서는 뮤지컬 작품에 대해서 얘기하는 장면만 편집돼서 나갔다. 아마 지속적으로 나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도 고정으로 ‘박정아의 달빛낙원’과 ‘이국주의 영스트리트’ 라디오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너무 재밌다 같이 코너 한 번 하자고 하다가 항상 나오는 말은 뮤지컬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까 이다.

영화배우나 가수라고 해서 드라마나 영화에 대해서 혹은 노래에 대한 프로그램만을 하는 게 아닌데 특별히 뮤지컬 배우는 뮤지컬에 관한 얘기만 해야 된다고 생각 하는 것 같아 조금 답답했다.

근데 이젠 주방에 있던 분들도 나와서 예능 방송을 하고 인테리어 하시던 분들도 방송을 하는 시대가 되다보니 뭔가 전문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들 중에 개성 있는 사람들이 각광을 받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이제는 대놓고 뭔가를 해야 할 타이밍이 온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주변에서도 많이 한다. 희한한 건 방송을 꽤나 했음에 불구하고 드라마 작가 분들이나 예능하시는 분들이 이제는 내가 아예 방송에 마음이 없고 뮤지컬에만 뜻이 있는 사람이구나 생각하더라.

사실 몇 번의 기회가 있었고 타이밍이 안 맞다 보니 방송에 대한 침체기가 있어 잘 찾지 않는 경우가 생기고 그러다보니 내가 하던 뮤지컬에 더 집중했던 건데 이게 세월이 흐르면서 오해를 많이 하는 거 같다.

그래서 이제는 내가 대놓고 얘기를 하고 다녀야 오해가 없겠구나 싶다. 주위에서 너 같은 사람이 ‘라디오 스타’에 나와야 되는데 하면 나는 나 같은 사람이 ‘복면가왕’에 나와야 되는데 라고 한다(웃음).

그래서 이제 인지도에 대한 걸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에 매체를 타고 방송을 하는 부분 쪽으로 조금 더 주력을 해야 되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

- 영화 혹은 드라마에 관심 있는 지

있다. 아마 연극이나 뮤지컬을 하는 사람 중에 드라마나 영화를 하자고 해서 안할 사람은 없을 거다. 나는 배우에 대해서만 국한하는 사람도 아니고 워낙에 예능감도 있고(웃음) 평상시에 mc를 많이 봐왔던 터라 방송에서도 그런 역할을 맡는 게 내 꿈과 계획 중 하나다.

- 설립한 호이 컴퍼니에 대한 입장

내가 소속사를 만들었던 건 내 엔터테인먼트 적인 일을 보기 위해서 라기 보다는 인간 김호영으로서 바라는 최종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함이었다. 내 별명이 호이인데 나는 이 호이라는 것이 브랜드가 되고 상품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호이를 브랜드화 시키고 아이콘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있을 때 마침 소속사가 없기도 해서 호이컴퍼니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워낙 토크쇼에 대한 열망이 커 브라운관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하는 쇼를 만들자 라는 생각으로 ‘호이스타일매거진쇼’를 만들기도 했다.

또 인지도를 키우고 대중적인 이미지를 얻고 싶어 좋아하는 양말을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카페를 만들고 그 안에서 예약주문 형태의 호이도시락도 론칭하고 바자회도 해봤다. 이처럼 호이컴퍼니는 어떤 콘텐츠들을 만드는 기획사의 개념이 컸다.

이 작업을 1년간 했는데 느낀 게 굉장히 많았다. 개인적으로 조금 더 대중적으로 되고 싶어 대중적인 콘텐츠를 만들었다. 하지만 콘텐츠 자체가 대중적일 수 있으나 중심에 있는 내가 아직은 그렇지 못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내가 아직 김제동, 김미경, 박경림이 아니었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 하는 토크쇼가 이슈가 되지 못했고 홍보가 대중적인 매체로 나갔어야 했는데 그럴 수 있는 힘이 없었다. 그런 걸 느끼고 혼자 일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소속사를 찾았고 인연이 잘 닿아 지금의 회사를 만났다.

- 현 소속사

현 소속사의 대표님이 예전부터 내 공연을 몇 차례 봤었다고 했다. ‘거미여인의 키스’라는 연극을 할 때 제작사의 소개로 만났다. 1년간 해오던 일들의 많은 부분을 걷어내고 뭔가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다른 곳에서 기회가 오더라.

마침 희한하게 당시 많은 회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규모나 방향성은 각자 달랐다. 나는 다른 걸 떠나 얼마만큼 나라는 상품에 대해서 관심이 있고 좋아하는 지를 봤다. 나는 개성은 강하나 호불호가 갈리는 스타일이라 나의 개성을 지켜주되 대중적으로도 잘 살릴 수 있는 지가 중요했고 지금 회사에 오게 됐다.

소속 연예인은 배우 김지우가 있다. tv로 데뷔해 현재는 뮤지컬 배우로서도 왕성히 활동 중이다. 최근 요리연구가 레이먼 킴과 결혼을 한 뒤 다시 컴백해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또 예전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출연 했었던 김준이라는 배우도 영입된 상태이다.


- 뮤지컬 ‘렌트’로 데뷔

어린 시절 뮤지컬 배우가 꿈이 아니었고 이렇게 오랜 시간을 활동하게 될지도 몰랐다. 난 그저 배우가 되고 싶었고 tv나 영화에 출연하고 싶었다. 고등학교 때 청소년연극제에 많이 나가 무대에 대한 희열은 있었지만 꼭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저 한 번쯤 도전해볼 장르라고만 생각했다. 그 당시 다녔던 동국대학교에는 워낙에 선배들도 그렇고 연예인이 많았다. 그들이 활동하는 걸 보고 나 역시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그때 친한 친구가 뮤지컬 ‘렌트’ 오디션이 시작 됐는데 시험 삼아 한 번 보러 가자고 했다.

그 작품이 뭔지 역할이 뭔지도 모른 채 아무런 기대 없이 응시했다. 근데 너무나도 운이 좋게 덜컥 합격하는 바람에 어리둥절한 상태로 일을 시작했다. 처음 했을 때는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뮤지컬을 안 해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리고 기존의 뮤지컬과도 많이 달랐다. 보통은 대사를 하다가 노래를 부르는 식인데 렌트는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루어진 작품이었다. 아무래도 음악적인 부분에 있어서 많이 부족하기에 따라가기도 쉽지 않았다.

그 당시 음악 감독님이 박칼린 감독님이었는데 어린 나이에 외국 사람이고 한국말을 하는데 워낙에 카리스마가 넘치셔서 내심 무서웠다. 더군다나 함께 하게 된 선배들 대부분이 내가 오디션 전에 봤던 뮤지컬 ‘유린타운’에 출연했던 분들이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공연을 보며 너무 잘한다 했던 분들과 같은 팀이 되다보니 민폐인 것 같아서 더 겁나고 무서웠다. 하지만 좋은 선배들이 많이 챙겨줘 열심히 하게 됐고 참 행복하게 잘 마무리했다.

그렇게 한 번 발을 담가 놓고 보니 10년을 넘게 계속 하고 있다. 그 덕에 마치 이쪽 분야에서 중년배우 같은 타이틀을 갖고 있는데 사실 그런 것에 굉장히 감사하며 좋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뮤지컬 배우라는 직업을 더 좋게 바라봐 주는 추세라서 더 큰 자부심을 갖게 된다.

- 2012년 제18회 한국 뮤지컬 대상 시상식 남우조연상 수상

되레 데뷔 전 청소년연극제 때는 상복이 많았으나 데뷔 후 전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신인상 한 번은 탄 사람처럼 보는데 수상경력이 없으니 의아해 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와중에 ‘라카지’라는 작품을 했는데 내 역할은 정말 조연 단역 정도 되는 역할이었다. 이전 작품이 ‘모차르트 오페라 락’의 모차르트 역할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왜 치고 올라가야 하는데 더 내려가는 느낌으로 가냐며 출연을 만류했다.

하지만 주연을 했다고 다음에 또 주연이어야 된다는 생각도 없었고 비중이 적고 노래도 없는 역할임에 불구하고 몹시 당겼다. 당시 ‘헤드윅’, ‘서편제’, ‘광화문연가’ 등을 연출하신 이지나 연출가님이 비중은 작을 수 있으나 무대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이 있어야 되며 내가 이 잘 만들면 더 크게 보여 질수 있게 해준다고 하셨다.

그 말에 열심히 노력했고 나를 또 너무 잘 활용해주었다. 호흡도 무척 잘 맞았고. 그래서 그 당시 이 작품으로 상을 받았다. 내 감을 입증하는 듯했고 배우 10년차가 되는 해에 받은 상이라 더더욱 남달랐다.

- 군 생활 에피소드

군 입대를 늦게 한 편이다. 그 당시 같이 입대했던 게 배우 김무열, 지현우, 슈퍼주니어 이특, 에이트 이현이었다. 다 같은 또래인데 늦게 갔다. 훈련병 시절 국방부에서 크게 뮤지컬을 만들었었는데 연예사병 포함 전 군에서 관심 있는 병사들이 오디션을 봤었고 나 또한 훈련소 퇴소와 동시에 차출됐었다.

이후 군 생활 중 다사다난한 일들을 많이 겪었다. 나이 먹고 군 생활을 하는 게 쉽지 않다고 들어 예상했지만 생각 보다 더 힘들었다. 나이가 많다고 대접 받는 것도 아니고. 어쨌든 이 생활을 해야 하니 견뎌내기 위한 방법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하고 싶고 원하고 바라는 일들을 무작정 다 쓰며 ‘드림노트’라고 이름 지었다. 4권 정도를 썼는데 현재는 썼던 것들이 거의 다 이뤄졌다. 또 본의 아니게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 할 수 있는 취업, 진로, 복학, 연애에 대한 고민 상담을 많이 했었다.

군내 상담관이 있는데도 상담관은 다른 병사의 상담을 하고 나는 타 병사 상담을 맡았던 적도 있었다. 그 친구는 지금도 가끔 연락이 온다. 그때 내가 스스로 타인의 속 얘기를 듣고 공감해주고 치유해주는 것에 대해서 재능이 있다는 걸 느꼈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전역 후 힐링 토크쇼를 만들어 진행하는 등 힘든 일도 많았지만 그만큼 나에게 군 생활은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 차기작 ‘마마 돈 크라이’

작년에 이어 다시 한 번 하게 됐다. 남자 2인극인데 외모 콤플렉스와 자신감이 없는 천재 물리학자인 프로페서v라는 인물이 그것을 극복하고 개선하기 위해 타임머신을 만들어 수백 년 전으로 돌아가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드라큘라 백작을 만나 뷰티 레슨을 받는 게 시작이다.

마지막 단계에서 드라큘라에게 물려 본인도 뱀파이어가 돼 현 시대로 돌아가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게 되지만 뱀파이어의 특성 상 피를 빨아야 살 수 있게 된다. 그걸 피하려 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다룬 내용이다.

내가 맡은 프로페서v라는 인물은 모노로그 수준으로 대사가 많다. 혼자 노래하고 혼자 대사하고 아홉 살 부터 스무 살 까지 연기한다. 심지어 소개팅 한 여자가 된다던지(웃음). 작년에 이 작품을 했을 때 전례에 없던 호평을 받았다.

지금껏 대극장 뮤지컬을 중심으로 했고 캐릭터가 강하고 화려한 작품들을 했었는데 이 작품은 단 둘만 나오고 심지어 혼자서 1인 12역 정도를 소화해서 그랬던 것 같다. 이번에도 조금 더 좋은 평을 기대하며 준비하고 있다.

- 기억에 남는 작품

1.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인 연극 ‘이’. 공길 이라는 인물 자체가 하고 싶어 했던 역할이기도 했고 잘 맞았다. 관객들이 영화의 이미지 때문에 여성스러운 모습일 거라고 생각해 뻔한 모습을 상상하고 왔다가 의외의 연기에 많이 놀라워했던 게 기억난다.

2.
‘아이다’의 메렙. 2005년도에 처음 출연했는데 옥주현이 함께 데뷔를 했다. 다른 캐스트는 다 더블캐스트여서 돌아가며 했지만 나만 단독이어서 8개월 동안 혼자 했다.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아이다가 막을 내리는 날은 김호영이 아픈 날이라고 할 정도였다.

또한 조명, 의상, 무대가 환상적이었는데 이런 연극의 무대에 설 수 있는 것에 감사했다. 오디션도 외국 오리지널 팀이 와서 진행했는데 8개월 동안 할 수 있었던 것에 스스로가 대견스러웠다.

3.
‘모차르트 오페라 락’의 모차르트. 내가 대극장 무대에서 잘할 수 있었던 걸 다 보여줬던 작품인 것 같다. 또한 모차르트라는 인물을 봤을 때 나와 상당히 비슷한 느낌이 있다고 생각했다. 주변에서는 내가 이 역할을 맡았을 때 영화 ‘아마데우스’의 광기 어린 모습을 생각하고 잘 어울릴 거라 얘기했는데 내 생각은 달랐다.

사람들에게 강하게 보이는 사람들은 그것이 방패막인 경우가 많다. 생각이 많아 말은 세게 해도 소심해서 던진 말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소화불량도 있고 잠도 잘 못자고. 실제로 모차르트가 동시대의 인물이었다면 ‘잠은 잘 자니?’, ‘소화 잘 안되지 않아?’라고 물어봤을 것 같다.

남들에게 주목을 받고 기대감에 부흥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불필요한 에너지를 한 번에 내서 터트린다. 집에 혼자 있을 때 녹초가 되고 이런 게 우울증으로 갈 수도 있고. 모차르트가 천재로서 어릴 때부터 너무 주목 받고 본인의 프라이드도 있었고.

이후 자신을 찾지 않는 상황이 오자 속으로는 너무 힘들지만 그렇지 않은 척 하다가 결국 어떤 정신적인 문제들이 오기도 했고. 그런 것들을 보면 굉장히 마음고생을 많이 했을 거라는 식의 접근으로 나와 굉장히 닮았다는 느낌이 들더라.

다시 보고 싶은 라이센스 뮤지컬 1위가 ‘아마데우스’였는데 기회가 주어진다면 또 한 번 연기하고 싶다.

- 드라마 ‘태왕사신기’ 출연

출연 당시 나이에 비해 동안인 외모 덕에 혜택을 받았다. 윤태영씨가 맡았던 연호개라는 역할의 아역으로 출연했는데 당시 배용준 아역을 유승호, 이지아 심은경, 문소리 박은빈 그리고 내가 있었다.

실질적으로 유승호와 나이 차는 11살 차이가 났는데 같은 날 태어난 동갑 역할로 나갔다. 드라마 캐릭터 상 연호개라는 인물이 주신의 별이 떴을 때 태어난 인물이라 또래보다 덩치도 크고 밸런스가 큰 사람을 원하긴 했었는데 아마 현장에서도 실제로 나이차가 많이 나는지는 몰랐을 거다. 심지어 윤태영과 나이차가 더 안 난다(웃음).

- 이후 드라마나 방송 섭외는 없었는지

많았다. 내가 ‘태왕사신기’에서 맡은 연호개라는 역할이 굉장히 남성미 넘치는 캐릭터였고 실제로 드라마에서도 굉장히 남성스럽게 나왔다. 얼굴이 하얀 편이라 까맣게 바르고 갑옷도 입었다. 드라마를 봤던 분들은 그 이미지가 크니까 당연히 내가 그럴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차라리 사극이었으면 갑옷도 있고 수염도 붙일 수 있고 어느 정도 받쳐줄 수 있는 장치가 있는데 현대물로 나에게 들어온 역할이 마초 같은 상남자였다. 드라마 이미지 때문에 오디션용 대본을 보면 절대 내가 할 수 없는 것들만 왔다.

그래서 가면 너무 다른 모습에 많이 놀랐다. 심지어 뮤지컬 ‘헤어스프레이’에 출연 중이어서 더 겉모습도 화려해서 더더욱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보니 기회를 많이 놓치게 됐다. 그 당시에 혼자가 아니라 받쳐줄 수 있는 기획사가 있었다면 더 차고 나갈 수 있었던 기회가 됐을 텐데 참 아쉽다.

- 롤모델

처음 연극을 할 땐 조승우를 보면서 저렇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 했었다. 언젠가 부터는 배우계의 오프라 윈프리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본인의 방송국이 있고 토크쇼, 사회활동을 하는 등 영향력 있는 사람인데 호이라는 것을 브랜드화 시키고 싶어 하는 내 입장에서는 이게 꼭 배우로서만 국한될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MC, 패셔니스타, 트로트가수, 배우 등 언제나 다양성을 열어두고 있다. 또 이렇게 하는 배우는 잘 없는 것 같다. 단순히 외적인 게 멋지다기보다 이 사람의 애티튜드가 멋지다고 느끼게 되는 그런 어떤 것에 대해서 바라보고 소신 있게 발언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 친한 연예인

옥주현, 조여정, 조권, 성유리, 이정현, 비, 세븐, 김영희, 정준영, 이민정 이렇게 두루두루 친한 편이다. 군대에 있는 동안에도 이병헌과 이민정의 결혼 때문에 휴가를 써서 나온 적도 있었다. 사람들이 너는 곧 정치를 할 기세라고 농담을 할 정도로 사람 사귀는 걸 좋아한다.

- 닮았다고 듣는 연예인

고3때는 조성모 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목소리도 비슷해서 신입생 때 노래를 부르면 성대모사를 한다고 할 때도 있었고. 또 나보다 어리지만 조권을 보고 나랑 너무 비슷하다고 했던 경우도 많다. 실제로 만나서도 왜 이렇게 나랑 비슷하냐고 물어 볼 정도로.

그리고 친동생은 한창 ‘시그널’ 방영 중에 김혜수를 닮았다는 얘기를 하더라(웃음). 표정이나 제스처, 대사 투 같은 것들이.

- 타 작품 중 탐나는 역할이나 작품

연극 ‘갈매기’의 뜨레쁠레프라는 역할. 애정결핍의 느낌이 있는 역할인데 난 약간 사이코패스나 뭔가에 대해 결핍이 있는 캐릭터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내가 맡았던 역들도 겉으로 보기엔 화려하지만 비애가 있는 인물들이 많았다.

영화로는 ‘살인의 추억’에서 박해일이 맡았던 역할. 또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에서 황석정이 연기했던 편집장 역할을 맡으면 정말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했었다(웃음).

- 출연하고 싶은 예능 프로

‘라디오 스타’에 너무 나가고 싶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정말 많이 어필할 수 있을 것 같다. 토크쇼다 보니 얘기를 통해서도 그렇고. 그리고 ‘겟잇뷰티’에 나가고 싶다. 워낙 그런 쪽에 관심도 많고 얘기를 잘 끄집어내서 할 수 있을 것 같다.

- 함께 연기해보고 싶은 배우

배우 조진웅, 김혜수, 진구. 요즘 연기가 굉장히 인상 깊었다.

- 작업해보고 싶은 감독

봉준호 감독. 영화에서 죽는 캐릭터가 없는 것 같다. 그만큼 뚜렷하게 배역 활용을 잘 하시는 것 같다. 나를 어떤 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가 궁금하다.

- 지금 애인이나 좋아하는 사람

현재 사귀는 사람은 없지만 썸은 잘 끊이지 않는 편이다. 지금도 짝사랑 하는 사람이 있고. 그게 나에겐 활력소인 것 같다. 내가 연애를 쉽게 잘 하는 스타일로 아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

남들은 쉽게 하는 연애를 나는 잘 못하는 스타일이고 생각보다 쿨하지가 않다. 집착하고 연락이 오지 않으면 바들바들 떨고 메시지에 답이 없으면 신경이 온통 거기로 가는 스타일이라 힘들게 살았다. 그렇게 하며 몇 번 디이다 보니 지금은 많이 변해 잘 안 그런다(웃음).

- 이상형

센스 있는 사람. 여러 가지를 포함하고 있는 건데 옷 입는 거나 말하는 것도 그렇고. 일단은 일할 때도 마찬가지인데 착한데 센스 없으면 짜증난다. 성질이 더러워도 센스가 있어서 분위기를 잘 맞출 줄 아는 게 좋다. 재밌는 얘기를 했을 때 못 받아칠지언정 잘 웃어준다거나.

예를 들면 외모가 막 예쁘고 그런 것 보다 옷을 잘 입으면 호감이 간다. 또 손을 많이 보는 편이다. 내가 손이 조금 예쁜 편이라(웃음).

- 궁극적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 지

나 자체가 콘텐츠고 나 자체가 브랜드가 되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예전 인터뷰 때도 같은 물음에 빌딩을 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대답한 적이 있는데 의아해하더라. 배우라는 직업을 해서 빌딩을 산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닌데 그 정도가 된다는 건 그만큼의 인지도와 실력이 겸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기서 조금 더 커져 브랜드가 되고 싶다 생각했다.

- 올해 계획이나 목표

내가 더 인지도를 쌓는 것. 그렇게 되기 위한 방법이 매체 쪽이 아닐까 싶어 방송이나 영화, 예능 어딘가에 국한되지 않고 해볼 생각을 하고 있다.

목표는 사람들에게 호이라는 게 신조어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호이리시, 호이스럽다 라는 그런 식의 신조어가 됐으면 좋겠다. 하나의 아이콘 같은. 이를테면 지드래곤이나 이효리 처럼.

- 또 다른 호이 ‘god’ 손호영과의 관계

호영이형은 워낙 친해서 예전에 같이 ‘스친소’에 나간 적도 있다. 형은 나를 ‘리틀 호이’, 나는 형을 ‘빅 호이’, ‘큰 호이’라고 부르곤 한다. 주변에서는 ‘손호이’, ‘김호이’라고도 하고. 내 입장에서는 나보다 더 유명한 사람의 별명이 호이인 게 좋다. 그렇게 호이라는 게 낯설지 않게끔 되는 것도 전략 중의 하나가 될 수도 있겠다(웃음).

- 끝으로 응원하는 팬 분들에게 한 마디

사실 팬 분들이 나에게 많이 서운할 수도 있다. 왜냐면 요즘 ‘퇴근길’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공연 후 팬 분들과 만나는 경우가 드물어졌다. 근데 나는 그러질 못해서 많이 아쉬워 할 거라 생각한다.

사실 이 발언이 호불호가 생길 수도 있지만 어쨌든 관객은 관객이고 배우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물론 연극의 삼대요소에 관객이 있듯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존재지만 각자의 정확한 롤이 있다는 거다. 그래서 각자의 경계를 허물고 오는 게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관객들이 나만의 스타일 때문에 콧대가 높다고 오해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나는 개의치 않는다. 그 생각은 변하지 않을 거고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

사실 나라는 사람의 행보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도 많다. 너무 신경을 많은 일에 분산시켜서 집중이 안되는 게 아니냐고. 근데 그게 나는 호이라고 생각한다. 여태까지 그런 사람이 없었기에 나같이 생소한 사람에 대해 왜 저러냐고 할 순 있다. 하지만 나를 배우로서 좋아해주는 거라면 내가 선택하고 가는 길에 대해서 응원해줬으면 좋겠다.

기획 진행: 조원신, 이주원
포토: bnt포토그래퍼 김병한
의상: 울프(wolp), 슈퍼스타아이, BNB12
슈즈: 아키클래식, 팀버랜드
아이웨어: 리에티
헤어: 보떼101 지윤 실장
메이크업: 보떼101 정은주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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