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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장훈, 오늘을 노래하다. 오늘을 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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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계현 기자] 유난히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들이 있다. 그리고 그것이 의도를 했건 의도치 않았건 결국은 오롯이 내 몫으로 남아 꼬리표 내지는 수식어가 되곤 한다.

김장훈에게도 많은 사건이 있었고 그 때문인지 대중의 추측과 편견이 적지 않은 인물 중 한 명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단 한 번도 자기 자신에게 부끄러운 행동은 하지 않았다고 단언한다. 

간혹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도 있어 왔지만 자신만의 철학과 소신을 듬뿍 담은 그의 노래는 결코 외면 받은 적이 없다. 그의 진심어린 목소리와 감동적인 공연을 원하는 관객이 있는 한 그는 살아있는 순간까지 노래할 것이다.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쓰듯 진솔하고 진중한 말에 묘한 매력을 느꼈던 김장훈과의 인터뷰. 그의 두터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Q. 화보촬영 소감.

촬영 시간만 9시간이 걸렸다. 데뷔 이래 최장 시간, 최다의 컷수를 기록했다. 사실 제일 싫어  하는 게 사진 찍는 건데 1600컷을 기록하며 태어나서 가장 많은 사진을 찍은 것 같다. 광고 모델이었을 때도 이렇게 많이는 안 찍었는데 재미있게 찍었다.

Q. 기존 진행했던 화보 촬영과는 다소 다르다. 기획 배경은.

나의 히스토리를 보여주는 콘셉트를 기획해봤다. 사진 몇 장만으로도 그 사람의 삶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나의 히스토리를 보여주는 화보를 통해 재미있는 작업을 했다. 사실 어렸을 때 프로 바둑기사를 꿈꾸다가 몸이 약해서 포기해야 했다. 바둑을 두다보니 전략적이고 기획적인 성격이 형성됐는데 싸이, 빅뱅, 성시경, 이소라 등의 공연 연출도 거기에서 비롯됐고 기획을 하는 게 습관이 됐다. 

Q. 최근 근황은.

4월에 싱글 앨범을 낼 예정이다. 그리고 가을에 나올 데뷔 25주년 기념 앨범을 준비 중인데 더블 시디로 만들고 싶어서 데이&나이트 콘셉트를 기획했다. 데이는 신곡들로 꾸려질 예정이고 나이트는 기존 곡들을 편안하게 재해석하여 밤에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도록 만들 예정이다. 데이는 낮에 듣기에 적합한 곡들로 앤디워홀처럼 굉장히 컬러풀한 느낌이 된다면 나이트는 블랙&화이트 정도가 될 것이다. 

그리고 가을에 책이 나올 예정이다. 자서전이 될지 수필집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나에 대한 모든 것들을 글로 담을 것인데 내용이 너무 많아 출판사도 힘들어하고 있다.

Q. 최근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국 해설자로 참여했는데.

어려서부터 바둑을 뒀고 아마5단이다. 초등학생 때 몸이 약해 3년간 학교를 못간 적이 있다. 그때 내 생활은 오로지 바둑과 책이었다. 나는 승부욕이 정말 강한 사람이라 많은 것들을 걸 수 있고 또 그만큼 잃을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승부를 보는 직업을 가졌다면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바둑을 통해 끝없이 패배를 인정하는 법을 배웠다. 

그래서 이번 대국도 승패에 대한 관심보다는 다른 두 가지에 의미를 부여했다. 첫째는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다소 뒤져있는 인공지능을 얼마큼 발전시켜 따라잡을 지에 대한 것, 둘째는 이번 대국을 통해서 사람들이 바둑에 갖는 관심이 보다 커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이다.


Q. ‘김장훈’하면 여러 가지 사회 이슈가 함께 떠오른다. 그럴 때마다 대중의 많은 관심이 쏟아지는데 부담을 느끼지는 않는지.

전혀.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간다. 나중에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될 것을 알기 때문이다. 또는 오히려 즐기는 것 같기도 하다. 노래를 하거나 공연을 할 때 더 좋은 감정으로 표출될 수 있으니까.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 부끄러운 행동만 아니라면 사회적으로 죄를 지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자숙기간이 따로 없다.

Q. ‘내가 생각하기에 부끄러운 행동’이란.

치사한 행동, 거짓된 행동, 소위 ‘갑질’하는 것, 변명하는 것.

Q. 김장훈은 어떤 사람인가.

지금 나의 모습은 ‘알파고’ 정도가 되지 않을까. 나도 나를 모를뿐더러 사람들은 나에 대해 1%도 알지 못한다. 최선의 수, 최악의 수를 중구난방으로 뒀던 알파고처럼 내가 했던 수많은 행위들도 그 안에 다른 내용이 있을 수도 있다. 이 말은 그간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했던, 나에게 일어났던 많은 일들이 사실은 내 의도 하에 일어났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어떠한 상황이 와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행동들을 했던 것이다. 

어려서부터 책 한 권을 몇 천 번씩 읽었던 습관 때문인지 생각의 범위가 매우 깊고 폭 넓었다. 정치, 경제, 사회, 외교 등 외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너무 많은 관심을 지녔는데 그러다보니 공황장애가 온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공황장애는 나에게 축복이었다. 만족하는 노래가 나오지 않아 딜레마에 빠졌던 2003년, 삶의 굴곡이 있어야 노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너무 두려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말 반가웠다. 노래할 때 그 미쳐있는 감성이 나오면 노래는 좋아지겠구나 생각했다.


Q. 요새 공연이 좀 뜸했다.

원래 봄에 투어 공연을 하려고 했는데 미뤄져서 겨울로 예정하고 있다. 사실 작년 겨울 공연을 20년 만에 처음으로 걸렀다. 그래서인지 괜히 허전하고 외로운 기분이라 소극장 공연을 잡았다. 공연 제목은 ‘겨울까지 못 참겠어서’다.

Q. 공연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나.

이 우주의 모든 것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얻는다. 오로지 노래만 하는 공연을 보면서 머릿속 도화지에 그림을 그린다. 내 공연은 와이어로 유명한데 다른 와이어 연출은 전혀 보지 않는다.  어렸을 때 몸이 약해 창문을 보면서 날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듯 나만의 철학과 생각이 담긴 것이 바로 와이어 연출이다.

지금까지 약 3천 번의 공연을 하면서 돈을 벌어본 적이 없다. 매진된 티켓보다 더 많은 투자를 공연에 쏟았다. 내 공연의 모든 연출은 객석으로부터 시작. 공연은 자본주의가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문화 산업이다. 그래서 멀리 있는 관객도 내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와이어를 통해 다가가는 것이다. 이벤트는 휴머니즘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Q. 김장훈을 이야기할 때 기부를 빼놓을 수 없다. 요즘도 기부를 하나.

교도소 공연, 결식아동 후원 등 소외된 벽이 높은 곳을 찾는다. 또한 서해안 기름유출, 독도 등 캠페인이 필요한 건 꼭 알린다. 지난 번 10억을 재단 기부가 아니라 개인 기부를 한 적이 있는데 이후로 사람들의 개인 기부가 늘었다. 이처럼 나의 행동으로 조금씩 변화되는 과정이 있길 바란다.


Q. 오랜 세월 많은 곡을 소개했다.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7년을 무명으로 살다가 나를 세상에 나오게 해주고 공연을 할 수 있게 해준 ‘나와 같다면’.  그리고 내가 쓴 곡인 ‘노래만 불렀지’. 이 곡은 항상 공연의 마지막 곡이다. 완곡을 하면 10분 정도의 길이인데 이 한 곡만 들어도 내 노래는 다 들은 셈이라고 할 수 있다. 

Q. 활동도 많고 공연도 많아 체력적인 소모가 크겠다. 간혹 입원 소식도 들렸다. 건강관리는 어떻게 했는지.

공연이 바로 건강관리다. 공연을 하면 살이 빠지긴 하지만 상상 이상의 카타르시스를 준다. 어렸을 때는 오래 못산다고 할 정도로 몸이 약했는데 공연을 하면할수록 더 체력이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 어마어마한 칼로리를 소비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목이 풀리고 체력이 강해진다. 한 번은 12월31일 공연이었는데 새벽 5시 반까지 11시간 동안 내리 노래한 적도 있다.

Q. 김장훈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후회 없이 죽는 것. 나는 극단적인 허무주의자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많지만 어차피 지나갈 명제들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마지막은 온다. 모든 게 다 중요하지만 어느 날 문득 ‘죽는 순간 후회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매 순간의 판단에 있어서 후회할 지 말 지가 매우 중요하다.

Q. 2016 꼭 이루고 싶은 일은,

케이팝, 케이 뷰티처럼 한국발 나눔이라고 할 수 있는 케이 쉐어를 실천하고 싶다. 중국 닝샤에 김장훈 숲이 있는데 그곳에 만 2천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연예인이 직접 삽을 갖고 와서 삽질을 한 게 처음이라 거기에 감격을 받고 중국 측에서 이름을 붙여줬다. 나무를 심고 마무리는 항상 그 지역에서 공연을 한다. 그리고 중국에서 버는 수익의 50퍼센트는 무조건 기부한다. 내 노래를 듣는 사람들에게 돌려준다는 의미에서다. 이번 해에 녹색장성 프로젝트를 이어나가기 위해 나무를 심으러 갈 것이다.  

그리고 아프리카 프로젝트가 있다. 남수단이 2010년에 독립을 했는데 남수단 올림픽 조직위원회 홍보대사로 기획을 맡고 있다. 독립 이후 처음 참가하는 리우 올림픽 개폐막식에 남수단 대표팀과 함께 입장할 것이다. 또한 북수단과의 진정한 평화를 촉구하는 아프리카 피스 콘서트 연출할 것이다.

Q. 어떤 사람으로 남고 싶은지.

대중들로부터 어떠한 것도 바라지 않는다. 그저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방식으로 오늘을 살고 싶다. 그리고 부끄럽지 않은 이름값을 하고 싶다. 오늘 하루 재미있게 잘 사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기획 진행: 배계현
포토: bnt포토그래퍼 최상원
영상 촬영, 편집: 정도진 PD
의상: 미스지컬렉션
헤어: 보보리스 은혜 실장
메이크업: 보보리스 서은 실장
스타일리스트: 서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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