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이린 기자 / 사진 김치윤 기자] 최근 브라운관에서 보여줬던 우아하고 세련된 자태는 과감하게 넣어 뒀다. 영화 속 이지아는 눈을 의심케 할 정도로 강했다.
‘무수단’으로 스크린 데뷔작을 혹독하게 치른 이지아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bnt뉴스가 만났다.
영화 ‘무수단’(감독 구모)은 비무장지대를 배경으로 원인불명의 사망과 실종 사건의 진위를 파헤치는 미스터리 스릴러. 극중 생화학 주특기 장교 신유화 중위를 맡은 이지아는 배우 김민준, 도지한, 김동영, 오종혁, 박유환 등과 최정예 특임대로 활약하며 남자들 사이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홍일점이라서 특별히 좋은 건 없었어요. 남자 배우들 사이에서 약해보이거나 허술해 보이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드라마 ‘아테나: 전쟁의 여신’에서 총을 써보긴 했지만 그 땐 작은 총이었어요. 이번에는 군인들이 쓰는 총과 무게가 똑같은 총이었죠. 오종혁 씨가 총을 잡는 자세 같은 것을 도와줘서 여군같이 보이는 데에 너무 많이 도움을 줬어요.”
‘무수단’은 구모 감독이 하사로 군복무 할 당시, GP 통문과 비무장지대 수색 중 보고 느꼈던 경험을 바탕으로 생생하게 구현됐다. 그렇기에 제작진들은 비무장지대와 가장 흡사한 장소인 전주 모처의 한 숲을 찾아 촬영에 돌입했다. 하지만 가장 문제였던 건 무더운 날씨. 한 여름, 배우들과 스태프들은 더위와 벌레, 모기와 사투를 벌였다. 말 그대로 투혼이었다.
“벌레들이 도시에서 본 아이들과는 스케일이 달라요. 종류도 많고 크기도 너무 컸어요. 다행히 촬영을 하면 할수록 조금씩 무뎌졌어요. 날씨도 그렇고 총 무게도 보통이 아니었지만 산에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게 힘이 부치더라고요. 반복적으로 신을 찍으니까 다리도 후덜거리고 지형 때문에 돌에 걸려 넘어지거나 다치기도 했어요. 뙤약볕에 촬영을 하니 ‘차라리 폐벙커가 낫겠다’ 싶었는데 폐벙커에서는 또 다른 장르의 곤욕이 기다리고 있더라고요.(웃음)”
‘무수단’은 크랭크인 후 30회 차의 촬영을 거쳐 마무리됐다. 약 두 달 간의 촬영 기간을 잡았지만 우기가 겹쳐 이 주 간 촬영을 미뤘던 적도 있었다. 힘들고 빠듯하게 완벽한 결과물을 내려 노력한 그들에게 ‘무수단’은 애틋하고도 힘든 여정이었다. 특히 ‘무수단’의 유일한 여주인공으로서 팀원들을 이끌어야 했던 이지아에게는 부담감이 컸다. 하지만 동시에 기회이기도 했다.
“여배우들을 위한 작품이 많지 않은 지금 기회를 주셔서 감사해요. 물론 부담도 많이 됐어요. ‘내가 이걸 잘 할 수 있을까, 첫 영화인데’라는 고민을 계속 했어요.”
부담감을 떨쳐내고 고민했던 만큼 이지아에게는 성공적인 도전이었다. 늘 브라운관에서만 얼굴을 내비친 그가 스크린 앞에 선 것 역시 큰 의미로 다가왔던 것도 사실. 여군 1만의 시대, 이지아가 맡은 신유화 역을 통해 여군들의 용맹함을 풀어보고 싶었다는 구모 감독의 의도도 딱 맞아 떨어졌다.
“영화도 너무 하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기회가 안됐어요. 드디어 기회가 닿아 하게 된거죠. 전 작품을 선택할 때 단순하게 봐요. ‘이런 이유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하시면 ‘그럼 할까요?’라고 해요. 시나리오를 읽어볼 때도 두 세 번씩 읽어보지 않아요. 이번에도 여자이지만 중요한 사건에 투입되는 신유화 중위 역이 너무 멋있더라고요.”
인터뷰 내내 그는 털털하고 솔직했다. 신유화 중위처럼 단단하고 아름다웠다. 과거 ‘외계인 설’과 ‘뱀파이어 설’을 가진 신비로운 이지아는 없었다. 그 역시 대중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가고 싶다고 말했다. 날기 위해 오랜 시간 묵혀뒀던 한 꺼풀의 옷을 벗어 던진 그의 용기가 반갑다.
“숨길 것 없는 지금이 더 행복하고 편해요. 앞으로 다양한 작품으로 자주 찾아뵙고 싶어요. 다양한 역할을 해보는 게 제 바람이에요. 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서 ‘무수단’을 하면서 변신했으니 이번에는 가볍고 코믹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물론 잊지 못할 기억이지만 힘든 걸 겪었으니 이번에는 즐겁고 과장된 역할에 욕심이 나요. 재밌을 것 같아요.”
“정말 온전히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지아’하면 어떤 작품, 내지는 배우로서의 모습을 떠올리셨으면 해요. 배우로서의 제가 아닌 다른 것들이 부각되는 게 많아서 그걸 지우는 게 앞으로 제가 해야 될 일 같아요. 그래서 다작 하고 싶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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