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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임지현 “박서준-황정음 케미, 현장에서도 남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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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효선 기자] 임지현은 자신의 눈이 반쯤 풀려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연기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자신에 대한 일상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할 때마다 또렷한 눈빛이 나온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이제 막 연기에 뛰어든 신예 배우가 각각의 작품에서 눈에 띄는 배역을 맡아 연기할 수 있었던 이유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녀는 예뻤다’의 어시 3인방으로 이름을 알린 임지현. 그가 이름도 없었던 배역에 ‘은영’이라는 이름을 부여 받고, 두루뭉술한 캐릭터에 뚜렷한 콘셉트를 잡은 과정은 아주 ‘모스트’스러웠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색달랐고’, ‘재미있었고’, ‘성공적’이었다. ‘모스트’ 팀의 어시스턴트 중 한 명으로 끝나지 않고 “배우라고 불리고 싶다”는 배우 임지현의 당찬 이야기를 들어봤다.

 
‘어시 3인방’은 ‘그녀는 예뻤다’ 속 모스트 팀의 마스코트와도 같았다. 그 중에서도 동그란 뿔테 안경과 한쪽 귀에 연필을 꽂아 둔 임지현은 특히 시청자의 눈에 드는 캐릭터였다.

“공개 오디션 때까지만 하더라도 ‘어시 3인방’이라는 대략적인 역할만 있었어요. 후에 ‘어시 3인방’으로 뽑힌 저와 정원 언니, 민정이가 모여서 구체적인 캐릭터를 잡기 위해 회의를 했죠. 세 배우의 이미지가 겹쳐서 걱정이었는데, 제가 예뻐 보이는 것을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께서 만화 ‘닥터슬럼프’의 아리를 모티프로 삼고 캐릭터를 만들어가자고 하셨죠”

부드러운 인상이지만 진한 쌍꺼풀과 각도에 따라 매서워 보이는 눈매, 오똑한 콧날은 어리버리한 캐릭터 아리와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친해지면 어리버리한 모습이 들통나긴 할 거예요(웃음) 주변 지인들도 저 인줄 몰랐다고 하신 분들이 많았거든요. 제 캐릭터는 개성이 뚜렷했어요. 평소 제 성격과는 정반대라 역할에 대해 열심히 연구하고 분석했죠”

‘그녀는 예뻤다’는 한국 드라마에서 생소한 소재인 매거진 편집팀에 대한 이야기다. 드라마가 방영을 시작한 이후 다수의 패션 매거진에서 이를 기획의 소재로 삼을 만큼 한국 드라마에서는 생소했으며 동시에 흥미로운 주제였다. 이는 임지현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정음 언니가 스튜디오에 신발을 신고 들어가 크게 혼이 나는 장면이 있었죠. 제가 혜진이었다면 똑같았을 거예요. ‘그녀는 예뻤다’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된 분야라 생소한 지식들을 많이 알게 됐어요. 직장 생활에 대한 경험을 짧게나마 해볼 수 있었던 것도 즐거웠어요. 동료들과 출퇴근을 함께 하고, 선후배 관계도 배울 수 있었던 즐거운 경험이었죠”

 
주인공 박서준과 황정음을 필두로 개성 넘치는 캐릭터가 모인 ‘모스트’ 팀은 연일 화제를 낳았다. 특히 괴짜 편집장으로 출연한 황석정의 오버 연기는 드라마 내 가장 큰 재미요소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 캐릭터를 극대화한 과장 연기는 황석정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에게도 부여된 미션이었다.

“감독님께서 배우들에게 각자의 캐릭터를 극대화해서 연기해주시기를 원하셨어요. 저도 현장에서 과하다고 느낄 정도로 연기했는데 특히 어리버리한 면을 과장하려고 노력했어요. 평생 부릴 애교도 모두 보여드린 것 같아요. 촬영하면서 화면에 어떻게 나올까 걱정했는데, 방송 보니까 캐릭터들끼리 잘 어울려서 더 재미있더라고요”

‘그녀는 예뻤다’는 임지현에게 인지도 면에서 고마운 작품임은 분명하고, 더불어 좋은 인연을 남게 해 준 드라마다. ‘모스트’ 사무실이 비춰질 때마다 선배들과 함께 하는 장면이 많았던 만큼 현장에서 직접 느끼고 배운 것들이 많다고 전했다.

“정음 언니와 서준 오빠의 케미는 더할 나위 없었죠. 두 분이 모여서 끊임 없이 연구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워낙 두 분이 친하시기도 했지만 현장에서의 케미도 화면에서만큼이나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 배우 분들이랑은 아직도 연락하며 지내고 있어요. 아, 정음언니 결혼 정말 축하 드려요”

 
임지현은 가수로 먼저 데뷔를 했다. ‘해오라’라는 이름으로 드라마 ‘해를 품은 달’, 영화 ‘조작된 도시’ 등의 OST를 발매한 경력도 있는 그. 촉망 받는 가수였던 그가 연기자로 전업하기로 한 결정에 부담감은 없었다.

“‘연기가 좋으니까 나는 연기자를 해야 해’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좋아하는 일을 함에 있어서 부담감은 전혀 없었어요.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보다 지금 느끼는 책임감이 더 커요. 음악을 그만둔 건 아니에요. 꾸준히 작업하고 있습니다”

그는 가수라는 타이틀을 잠시 내려두고 과감히 연기 분야에 뛰어들었다. 연기를 정식으로 배우지 않았기에 그에게 촬영 현장은 학교이자 곧 시험의 연속이었다. 현장이 아니었다면 배울 수 없는 것들 것 너무도 많았기 때문에 그는 공부하는 학생의 자세로 카메라 앞에 뛰어든다.

“선배님들의 연기를 눈 앞에서 보는 것만큼 좋은 강의는 없죠. ‘나 연기하고 있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는 자연스러움에 항상 놀라요. 또, 체력이나 순간 집중력의 중요성을 현장에서 직접 느끼고 나서 알게 됐어요. 며칠 밤을 새는 경우도 많고, 대기 시간이 반나절을 넘길 때도 있는데 이럴 때마다 감정을 조성하고 몰입하는 데에 체력과 집중력이 필요하더라고요”

임지현은 마리옹 꼬띠아르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영화 ‘라비앙 로즈’에서 마리옹 꼬띠아르의 연기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마리옹 꼬띠아르가 눈썹을 실 같이 그리고 꼽추 연기를 하면서 샹송을 부르는데, 미모에 대한 욕심을 비워냈다는 것이 존경스러웠어요. 최근에 ‘응답하라 1988’에서 혜리 씨가 민낯으로 수수하게 나오는 모습도 너무 좋더라고요. 외모를 강조하기보다 캐릭터에 몰입한 모습이 더 예뻐보였어요”

배우 임지현은 로맨스를 꿈꾼다. 아직 차기작이 확실히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상대 배우와의 진한 감정 교류를 목말라 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아직 작품 속에서 제 감정을 상대방 배우와 제대로 교류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두번째 스무살’에서 싸우는 장면 말고는 대부분 리액션이나 혼잣말을 하는 장면이 많았거든요. 차기작에서 맡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로맨스 장르에서 감정신을 진하게 촬영해봤으면 해요”
 

임지현이 바라는 이상형은 일명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의 줄임말)’이다. 예전에는 잘생긴 남자를 좋아했었다고 고백하며 김제동, 유희열을 이상형으로 꼽은 그. (그렇다고 두 선배님이 절대 못생겼다는 뜻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임지현은 잘생기고 예쁜 사람이 너무 많은 요즘, 인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유희열 선배님이 SBS ‘K-POP스타’에 나오셔서 참가자들에게 진심으로 조언해주시고 더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서 말씀해주시는 모습이 정말 멋있어 보였어요. 며칠 전에는 친구들이랑 “유희열 선배님은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 이런 이야기를 했었는데 알고 보니 저랑 같은 샵에 다니시더라고요. 제 옆에서 머리를 말리고 계시는데 아무 말도 못 걸었어요(웃음)”

오디션이나 작품 스케줄이 언제 날지 몰라 가본 적이 별로 없다는 배우 임지현. 그런 그가 ‘그녀는 예뻤다’의 출연료가 입금 되자마자 한 일은 바로 파리 행 비행기 표를 끊은 것이었다.

“오디션을 하나라도 놓치게 될까 봐 서울 외곽을 벗어나는 여행도 자주 못했어요. 그런데 이번 해 초에 무작정 파리로 떠났죠. 여행의 즐거움이 굉장하더라고요. 나중에 만약 예능 프로그램 출연 제의가 온다면 ‘꽃보다 청춘’이었으면 좋겠어요. ‘모스트’ 팀이 함께 떠나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요”

 
노래, 연기, 뮤직비디오 연출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역량을 펼치고 있는 임지현. 무엇인가를 표현해내고, 표현의 결과물로 얻어내는 성취감은 그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다.

올해 그가 세운 버킷 리스트 중 하나는 ‘캐릭터에 진심을 담아 연기하기’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중 있는 역할을 얻어내기 위한 노력이 수반되는 점을 명확히 짚었다.

올해는 임지현에게 중요한 해다. 작년, 높은 경쟁률을 뚫고 개성 강한 캐릭터를 맡아 이름을 알렸다. 작년의 기운을 이어 올해, 임지현은 연기에 미쳐볼 참이다.

기획 진행: 임미애
포토: bnt포토그래퍼 이호정
의상: 레미떼, 에이치엘에스
슈즈: 아키클래식, 데일라잇뉴욕
아이웨어: 룩옵티컬
시계: 자스페로 벨라
헤어: 재클린 황은경 실장
메이크업: 재클린 신재은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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