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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검사외전’ 황정민, 그가 미친 듯이 일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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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t뉴스 이린 기자 / 사진 백수연 기자] 지치지 않는 에너지에 기분이 좋다. 그리고 그 기분 좋은 에너지를 품은 배우 황정민의 선택은 이번에도 통했다. 영화 ‘검사외전’(감독 이일형)이 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장기 흥행을 바라보고 있다.

최근 bnt뉴스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검사외전’(감독 이일형)의 주역 황정민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검사외전’은 살인누명을 쓰고 수감된 검사 변재욱(황정민)이 감옥에서 만난 전과 9범 꽃미남 사기꾼 한치원(강동원)의 혐의를 벗겨 밖으로 내보낸 후 그를 움직여 누명을 벗으려는 범죄오락영화.


영화 속 황정민(변재욱 역)은 강동원(한치원 역)이 날아다닐 수 있도록 탄탄하게 판을 깔았다. 변화무쌍하게 날아다니는 강동원에 비해 황정민은 정적이다. 하지만 이제 그에게는 애써 드러내지 않아도 빛을 발하는 무게감이 있었다. 황정민은 “팝콘 영화이긴 하지만 같이 웃긴다면 둘 다 죽을 수도 있는 거였다”며 운을 뗐다.

“제 역할이 일단 극의 큰 중심으로 밑바닥에 잘 깔려 있어야 하니까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가 더 먼저 캐스팅이 되고 누가 한치원 역을 맡을까 너무 궁금했죠. (강)동원이가 한다는 말을 듣고 쌍수를 들고 환영했어요. 교도소 안에서 계란을 같이 먹는 신을 제일 먼저 찍었는데 그 신을 모니터로 보면서 더 이상은 덧붙이지 말자 생각했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렇게만 하자 싶었어요.”

“변재욱이 폭력 검사이긴 했지만 교도소 안에서 보낸 5년의 시간동안 자아성찰의 기회가 있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낄낄대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중심을 잘 잡아야 치원이가 널뛰듯 뛸 수 있으니까 모든 게 허용 가능하려면 제가 판을 잘 깔아줘야 됐어요. 그렇지 않으면 우스워질 수도 있으니까요. 감옥 안에서의 모습이 가능할까에 대한 의구심도 있었어요. 그런 것들을 제 스스로 인정하느냐 안 하느냐의 종이 한 장 차이더라고요. 생각을 접고 나니까 한결 수월해졌어요.”


‘검사외전’은 이일형 감독의 연출 입봉작이다. 황정민은 이일형 감독을 굉장히 위트있는 사람이라고 칭하며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히말라야’(감독 이석훈)를 끝낸 후 그의 지친 심신을 추스르도록 도와준 작품 역시 ‘검사외전’이었다.

“만화 같은 느낌으로 읽었어요. 후루룩 읽혀서 ‘어? 이건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화처럼 느껴져서 선택한 거죠. ‘히말라야’를 끝나고 나서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었을 때였습니다. 그래서 재밌는 영화를 하면서 ‘나를 추슬러야겠다’ 싶었어요.”

그런 그에게도 법정신은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후반부 감정이 응축돼 폭발하는 장면인 만큼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다양한 작품의 다양한 신을 소화했던 황정민도 법정신은 처음이었다.

“미국 법정 드라마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그런 류의 드라마를 보고 자랐으니 더 잘해보고 싶었습니다. 연극적으로 이끌어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커트를 쪼개지 않고 밀도 있게 갔어요. 그렇지 않으면 에너지가 떨어지니까요. 15분에서 20분 분량을 처음부터 끝까지 연극처럼 한 호흡으로 갔어요. 보조출연자 분들이 관객처럼 보이는 재밌는 신이 나온 것 같아요.”


황정민은 현재 ‘검사외전’ 홍보 활동과 함께 뮤지컬 ‘오케피’ 무대에 서며 관객들과 직접적인 소통도 잊지 않고 있었다. 연극부터 차근차근 밟아 온 그이기에 무대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뮤지컬 무대뿐만 아니라 셰익스피어 고전극 같은 오래된 연극에 관심이 가요. 어릴 때부터 많이 보면서 자라왔는데 지금은 별로 없더라고요. 너무 재밌어요. 단지 어떤 식으로 푸느냐가 문제죠.”

황정민은 배우 소지섭, 송중기와 함께 5월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 촬영을 앞두고 있다. ‘군함도’는 일제 강점기, 일본 군함도에 강제 징용된 수많은 조선인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황정민과 류승완 감독이 ‘베테랑’을 찍기 전 먼저 준비했던 영화다. 다소 민감한 소재이지만 그는 많은 공부를 거쳐 당연한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싶었다.

“당연한 사실이 담긴 역사니까요. 정직하게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한국 영화들에서 많이 다뤄졌던 ‘대한, 민국, 만세’를 크게 외치는 것이 아니라 작은 나라에서 포로수용소나 탄광들 이야기를 다루듯 물음표를 던지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당연히 해야 되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나왔다 하면 이제는 무조건 믿고 보는 쌍천만 배우로 대중들의 신뢰를 쌓은 황정민. 하지만 그는 절대 우쭐한 법이 없었다. 배우라서 연기를 한다고 말하는, 배우니까 무언가를 보여줘야 되는 의무가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천상 배우였다.

“배우니까 연기를 하는 거죠. 늘 보여 드려야 되는 직업이니까요. 제가 나오는 작품을 보시는 건 관객들의 몫이고요. 전 계속 뭔가를 보여 드려야 되는 의무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열심히 하는 거고요. 열심히 해도 될까 말깐데 미친 듯이 해야 되지 않겠어요?”

작품을 통해 쉬지 않고 대중들에게 얼굴을 내밀고 있는 그에게 가장 큰 고민 역시 배우라서 존재했다. 그는 “늘 고민은 많지만 재는 건 별로 안 좋아 한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배우로서 말고는 다른 고민은 거의 없어요. 전작 ‘국제시장’(감독 윤제균), ‘베테랑’, ‘히말라야’에서 각각의 인물에 맞춰 연기를 한다고 했는데도 관객 분들 중 한 톤으로 보시는 분들이 있으시더라고요. 인물마다 각자의 색깔이 있는데 정확하게 전달이 안됐나에 대한 고민이 들었어요. 그래서 보란 듯이 열심히 하려고요. 보시는 건 관객 분들의 몫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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