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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피플] 맑은 샘물 ‘정샘물’, 미(美)를 대하는 건강한 자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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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진 기자 / 사진 김강유 기자] 1세대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을 만났다. 자신만의 정확한 가치관과 전문가로서 가져야 할 이상적인 장인정신, 건강한 자존감으로 아름다움과 사람을 대하는 아티스트였다.

어릴 적 미술과 철학에 관심이 많았으며 수 많은 경험을 통해 또래보다 일찍 성숙했다는 그는 한 가지 일에 올인하는 스타일이다.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아니었으면 철학계에서도 이상의 위치에 오르지 않았을까. 그 만큼 한 가지만 파고든단다.

탕웨이 메이크업으로 세간의 화제를 모았던 그가 최근에는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 출연해 대중들과 조금 더 가깝게 지내고 있다. 동그란 검정 뿔테 안경과 새빨간 립스틱이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버린 그. K-뷰티를 이끄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에 대해 조금 더 깊게 알고싶었다.

Q. 정샘물 원장의 유년시절.
굉장히 소극적이고 낮을 많이 가렸다. 집에서 명화집을 많이 보고 어머니가 그렸던 그림을 모사해서 그리던 기억이 난다. 특히 렘브란트 인물화를 접했을 때에는 평면에서 어떻게 이런 분위기가 느껴지는지… 신기했나보다.

Q. 어릴 때부터 예술쪽에 관심이 있었던 건데.
그렇다. 평범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올인했다.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고. 예술을 통해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 이 것은 미술을 전공한 어머니에게 물려 받은 것이 아닐까 싶다.

Q. 메이크업 아티스트, 어릴 때부터 꿈꿔온 직업인가.
처음에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것을 알지도 못했다. 화가가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수나 선생님이 꿈이었다. 그러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는 바람에 미대 진학 대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오형제 중 장녀라 스스로 움직이게 되더라. 고등학교 1학년, 17살때부터 정말 많은 아르바이트를 했다. 레스토랑, 의류 브랜드 매장, 연세대학교 사환… 다양한 경험을 하다가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존재를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는데, 당시 받아들이기로는 내가 평면에 그림을 그렸던 것과 똑같이 인물에 그림 그리는 것이더라. 그 때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Q. 17세부터 생계 전선에 뛰어들었다니, 힘들었을 것 같다.
그 때는 너무 힘들었다. 다른 친구들은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는데 나는 왜 이럴까 하는 고민을 무던히 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덕분에 또래에 비해 성숙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앞 선 생각, 앞 선 행동, 앞 선 환경을 경험하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이지 않았을까.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하면서 지구력도 함께 쌓을 수 있었다. 좌절하고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하며 내 삶에 대한 구체적인 플랜이 생겼다. 그래서 메이크업을 시작했을 때 정말 메이크업만 했다. 진짜 미친 사람처럼 일 했다. 이 곳에서 내가 이루고 싶은 그림이 있으니까…


Q. 지금. 한 분야의 정상에 서 있다.
(단호하게) 아니다. 단 한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 없다. 그런 표현들이 살짝 부담스럽고 겁나기도 한다. 지금 어떠한 모습들 때문에 좋게 보여질 수 있는데, 지금 내 모습은 옛날과 바뀐 것 없이 똑같다.
어릴 때 경험이 하나 있다. 정샘물이라는 인물은 똑같은데 상황이 변하면 주변 환경이 변하더라. 당시 큰 충격을 받았다. 상황 때문에 너무 좋았던 사람이 한 순간에 나쁜 사람으로 변하는 것을 봤다. 그래서 결심한 것이 있다. “나는 상황이 바뀌어도 늘 같아야겠다. 절대로 요동치면 안 된다”고. 인생이란 것은 좋은 게 좋은 것만은 아니고 나쁜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Q. 생각이 많은 것 같다.
철학에 관심이 많다. 어릴 때부터 철학 아니면 미술이었다. 

Q. 그렇다면 철학적으로 꿈을 펼쳤을 수도 있겠다.
그럴수도. 한 분야를 파고 드는 것을 좋아해서(웃음).

Q. 이 자리에 오기까지 수 많은 일이 있었을 것이다.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면.
체력적으로 힘든 것은 전문가라면 어쩔 수 없다. 견뎌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25년동안 같은 일을 하다보니 팔이 망가졌다. 오십견에 건초증도 와서 진단해보니 손을 많이 쓰지 말라고 하더라. 말도 안 되는 얘기다. 그래서 지금 약을 먹으면서 찜질을 꾸준히 하고 있다. 이런 것을 힘들다고 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생각을 길게 하다가) 힘든 것을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즐기는 스타일이다. 묘한 쾌감이 있더라. 인간 관계, 체력적인 부분에서 모두. 그리고 힘든 것 뒤에는 꼭 깨달음이 있더라. 어떤 식으로든.

Q. 자신만의 신념, 좌우명이 있다면.
매 번 변한다. 어디에 꽂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논리적이고 이성적이기 보다는 감성적인 사람이라… 그 중에서도 늘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간의 본성이나 삶의 중심, 내가 올바로 서 있어야 한다는 것은 항상 생각하고 있다. 나의 올곧음 때문에 누군가는 편하고, 피곤할 수도 있겠지만 그 때마다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는 상대방에 감정 이입을 많이 하는 편이다.


Q. 톱스타들과 작업을 많이 한다. 가장 편했던 사람이 있다면.
다 편했다. 사람들이 나의 주특기라도 한다(웃음). 누구든 상대방에 감정 이입이 빨리 된다. 그 사람이 어떻게 되고 싶어하는지 느껴진다. 셀럽들 대부분은 태어날 때부터 예쁘고 잘생겼다는 것을 웬만큼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이 원하는 아름다움을 살리려 한다.

Q. 셀럽들이랑 쭉 함께할 수 있는 이유.
어제는 최지우씨랑 화장품 광고 촬영을 했다. 전체적인 룩을 보니 훌륭하고 예쁘더라. 그 상황에 몰입하고 있는 그가 너무 아름다웠다. 나는 클로즈업 샷을 찍을 때 메이크업을 가장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 같다. 조금 더도 덜도 아니게, 모자라고 치우치지 않게끔 적당하게 말이다. 그리고 스케줄을 빼줘서 고맙다고 매니저가 얘기하더라. 오히려 나는 불러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손해보듯 메이크업을 해야 한다면 감수하는 스타일이다. 마리텔 1988 메이크업을 보면 알 것 이다. 상황상 코믹으로 가야해서 일부러 더 재미있게 몰입했던 것 같다. “마리텔 시작하면서 제 평생 재미있다는 얘기를 처음 들어봤어요(웃음)”

Q. 마리텔 출연 전, 후가 다를 것 같다.
사람들이 날 보면 웃는다. 옛날에는 뒤에서 ‘정샘물이다’ 하며 조용히 얘기하는 정도였는데. 얼마전 마트를 사람들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대 놓고 하하하 웃더라. TV 봤는데 재미있더라 하면서.

Q. 그 반응은 어떤가.
너무 좋다. 사실 유머감각이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남편이 되게 웃기다. 사람들을 폭소하게 만드는 남편에 반했다. 나는 진지하기만 하니까 남편이 마리텔 출연한다고 했을 때 진심으로 걱정하더라. 

Q. 출연 후 가족들의 반응은.
남편이 국문과 출신이다. 방송이 끝나고 남편이 장문의 문자를 주더라. 잘했다고 멋지고 훌륭하다고 부럽고 자랑스럽다고… 눈물이 왈칵 나더라. 그리고 어머님은 신문기자 출신에 프로듀서까지 하셔서 방송을 보시고 하면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아주 디테일하게 문자로 써 주셨다. 여든이 다 되셨는데, 너무 대단하다. 시집을 잘 갔죠(웃음).

Q. 마리텔 내용으로 대중들의 반응이 극과 극이다. 
항상 양분된다. 나는 댓글로 휘둘리는 스타일이 아니다. 스타들이 댓글로 마음 고생하는 것을 많이 봐왔는데 그 때 늘 했던 말이 있다. 신경 쓰지 말라고, 혹시라도 그 중에서 내가 성장함에 있어 도움이 될 말이 있으면 그 외에는 다 지워버리라고. 그런데 지금 내가 그런 상황이더라.
그리고 퍼스널 컬러에 대해 중점적으로 얘기하면서 대중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지 않나. 내가 출연한 주 목적은 퍼스널 컬러, 고유의 색에 대해 화두를 띄우는 것이었다. 서로 다른 의견을 얘기하면서 화제에 더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너무 다행이다.

Q. 정샘물만의 뷰티 습관이 궁금하다. 올 겨울 진짜 실천하고 있는 뷰티 습관이 있다면.
생전 발 뒤꿈치가 갈라진 적이 없는데 애기를 키우고 바쁘다 보니 1년 반 정도 방치했다. 그러더니 몸이 갈라지더라. 그 때 그 충격이란… 일주일에 1회 하던 마스크팩을 이제는 이틀에 1회 정도 한다. 그리고 기초 케어는 ‘스킨-에센스-페이스 오일-크림-페이스 오일’로 페이스 오일을 2회 레이어링한다. 숍에 마사지실이 있는데 바빠서 한 번도 가보지 못했고 집에 사 둔 셀프마사지기로 어깨를 푼다. 또 매일 30분 이상 입욕을 꼭 하고(손 치료의 목적 + 피부 케어) 풋 밤을 발 뒤꿈치에 바른 후 양말을 신고 있다.

Q. 2016년 메이크업 트렌드.
트렌드가 어마어마하게 많이 나오다보니 의미가 크게 없는 것 같다. 중요한 텍스처와 컬러들은 알고 있어야겠지만. 그 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있다면 우리나라는 중국과 붙어있어 황사 만큼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 그리고 완벽한 피부 케어와 피부 표현이 중요하다. 실제로 봤을 때 본인의 피부처럼 느껴지는 윤기 있고 깨끗한 피부 표현이 아주 중요한 포인트. 물광이 아닌 약간 윤기나는 건강한 피부 톤이라 할 수 있겠다.
K뷰티가 우리나라 여성들에게 실어놓은 자신감이라 해야할까. 자신의 개성을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드러내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입술색이 저처럼 매트하지만 촉촉한 립 표현들이 강세일 것 같다. 레드, 푸시아 핑크, 버건디 립은 물론 버건디 아이라이너도 보일 것 같다. 립 메이크업을 정확하게 하거나 아이메이크업을 그래픽하게 한다거나.
또 한가지 ‘골드’. 골드 컬러를 은은하게 펴 주는 것으로 레트로 복고 트렌드와 함께 할 것 같다. 과거에는 매트하고 뮤트된 색감이었다면 이제는 현대적으로 매트와 펄의 콘트라스트를 잘 믹스해서 표현하는 것이라 말하고 싶다.


Q. 정샘물 화장품으로 넘어가보자. 브랜드 론칭 계기는.
전문가로서 대중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전해주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개인적인 갈증을 채우는 목적도 있었지만 정확하게 알아야겠더라. 내 감이, 내 느낌이 맞는지를. 그래서 학교를 다니게 되었고 정확한 단어로 표현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제품이 없더라. 단 한 번도 하나의 파운데이션으로 피부 메이크업을 해 본 적이 없고 섞어서 썼다. 섞는다는 것은 배우는 사람으로서 너무 어려운 것이라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LG와 협업하여 ‘뮬’을 전문가스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때보다 조금 더 쉽게 다가가기 위해 ‘정샘물 스타실러’를 만들었다. 입체적인 표현도 되지만 효과적으로 무결점 피부를 표현하기도 한다. 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브랜드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피부는 두꺼운 조직과 얇은 조직이 있어요. 도톰한 부위는 컨실러로 세워주고 얇은 부위는 얇게 펴 발라줘요. 스타실러 하나면 완벽하죠”

Q. ‘스타실러’는 론칭 전부터 셀럽들 사이에서 소문이 자자하더라.
정샘물 숍에 오는 셀럽들에게는 스타실러로 메이크업을 해줬다. 몇몇은 평상시에 화장하고 다닐 때 진짜 사용하고 있다.

Q. 또 다른 신제품 출시 계획은.
아이 메이크업 제품. 자외선 차단제. 그리고 스타실러의 베리에이션 버전으로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능한 제품.

Q. K-뷰티 붐이 상당하다.
K-뷰티 붐은 세계적인 패션-뷰티 국가 변방에서 일어난 일이다. 불특정 전세계 대다수에게 공감을불러일으킨 것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우선 시스템의 승리. 로레알 등 해외 뷰티 그룹들이 한국 뷰티 숍에 투어를 온다. 한국에 있는 토털 뷰티 시스템이란 것이 외국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이 집으로 아티스트들을 부르지 우리나라처럼 숍으로 방문하지 않는다. 이 외에도 전문 아티스트들이 한 공간에서 협업을 통해 룩을 만들어낸다는 등 이런 특이한 시스템이 확실하게 자리 잡혀 있는 것이 장점이다.
탕웨이의 경우에도 개인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없고 계속 바뀐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셀럽과 아티스트가 10년, 20년 동안 쭉 함께한다. 셀럽이 늘 한결같이 예쁜 이유를 궁금해하며 한국 여성들의 메이크업에 관심이 생기게 된 것이다. 그리고 제품력도 K-뷰티에서 빠질 수 없다. 
이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전문성 있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정확한 기술과 장인정신이 필요하다. 그래서 아카데미에서는 후배 메이크업 아티스트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아카데미, 뷰티 숍, 화장품은 K뷰티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 말하고 싶다.
 
Q.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
굉장히 좋은 선택이다. 단 좋은 아티스트가 되려면 쉽게 생각해서는 절대 안 된다. 전문성을 요하고 아름다움에 대한 본인의 관점을 키우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또 한가지, 순수 미술을 꼭 배우길 추천한다.

Q. 마지막으로, 어떤 사람으로 불리고 싶나.
좋은 아티스트. 죽었을 때 정말 ‘전문가였어’. ‘장인이었어’라 불려지는 사람. 전문가라면 누구나 꿈꾸지 않을까. 슈에무라 선생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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