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이린 기자 / 사진 황지은 기자] ‘모두 다 고생 많았다’고 어깨를 토닥여주고 싶다. 8명의 희망을 품은 산쟁이, ‘히말라야’ 팀이 큰일을 냈다. 그리고 그들의 막내이자 희망의 원천, 배우 정우가 박무택 대원의 옷을 입고 8,750m 히말라야 등반에 나섰다.
영화 ‘히말라야’(감독 이석훈)는 히말라야 등반 중 생을 마감한 동료의 시신을 찾기 위해 기록도, 명예도, 보상도 없는 목숨 건 여정을 떠나는 엄홍길 대장(황정민)과 휴먼원정대의 가슴 뜨거운 도전을 그린 영화.
최근 bnt뉴스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히말라야’의 정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멀고 먼 여정을 돌아 박무택 대원으로 거듭난 정우의 어깨가 듬직했다.
엄홍길 대장과 박무택 대원, 그리고 희망원정대의 실화를 다루는 만큼 그 감동은 더욱 묵직하지만 꾸밈없다. 하지만 배우들은 그들의 이름을 건 진짜 이야기를 위해 약 5개월에 걸친 로케이션 촬영에 지칠 법도 했던 게 사실. 정우 역시 그랬다. 하지만 그 감동의 위로는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단다.
“힘은 들었지만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그리고 앞으로 제가 살아가면서도 잊지 못할 경험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이름을 걸고 하는 역할이라 부담감이 많았어요. 연기할 때도 굉장히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런 부담감들 때문에 카메라 앞에 서게 되면 움츠려들게 되고 경직이 됐어요. 그 감정에 대해서는 충실하되 표현하는 데 있어서는 새롭고 위로하듯이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한국 영화 사상 레퍼런스가 될 산악 영화 작품이 없었던 만큼 ‘히말라야’는 도전, 또 도전이었다. 배경의 리얼리티에 더해 산쟁이들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전해야하는 만큼 배우들 역시 오롯이 산쟁이가 돼야 했다.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정우는 “이야기의 진정성과 울림이 느껴졌다”며 “시나리오를 읽으며 이들이 슬퍼할 때 저도 슬펐었고 밝고 유쾌할 때엔 저도 같이 밝고 유쾌해 졌다”고 이들의 이야기에 손을 뻗었다.
그야말로 시작부터 고생이었다. ‘히말라야’는 경기도 양주, 강원도 영월의 채석장을 비롯해 네팔 히말라야와 프랑스 몽블랑 현지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다. 모든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네팔 히말라야에서 보름, 몽블랑에서는 열흘간 촬영에 돌입, 히말라야의 해발 4300m 지점까지 직접 올라가 프레임 안에 담아냈다. 특히 정우는 네팔 촬영에서 고산병 증상을 앓는 위기까지 맞았다.
“두통 때문에 많이 힘들었어요. 계속 눌려지는 듯한 느낌 때문에 컨디션도 저하가 됐고요. 특히 네팔 현지에서 촬영했을 때 가장 쉽지 않았습니다. 몽블랑에서도 화이트아웃이 생기고 눈 때문에 시야가 안보일 정도이긴 했는데 배우들마다 스태프들마다 다 달랐어요. 몽블랑에서 고산병이 온 분들도 있었고 네팔에서 온 분들도 있었고요. 다들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어 하셨죠.”
“잠자리도 네팔이 조금 더 힘들었어요. 합판에 모포 하나만을 깔고 자야 되니까요. 그곳에서 깨끗하고 따뜻한 걸 찾는 건 정신 나간 행동이었죠. 청결 상태가 안 좋으면 질병에 걸리거나 몸이 힘들어질 수 있었기 때문에 세수와 양치, 손, 발은 씻었어요. 샤워는 못했고요. 샤워를 하면 고산병 증세가 더 심해진다고 하더라고요. 모자도 벗는 순간 체온이 날아가기 때문에 모자도 못 벗었습니다.”
“가족들이 가장 많이 생각나더라고요. 친구들도요. 그렇다고 어머니에게 전화해서 울 수도 없고. 얼마나 걱정 하시겠어요. 밤만 되면 눈물이 주룩 났습니다. 저 뿐만이 아니었을 거예요. 복합적으로 육체가 너무 힘들다보니까 육체가 정신을 지배하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그중에 가장 제 몸속에 자리 잡고 있었던 건 고산병이었고요.”
현지 촬영도 힘들었지만 정우를 비롯해 배우들은 촬영에 본격 돌입하기 전 각종 산악 훈련을 받으며 실전 촬영을 준비했다. 이들은 도봉산 국립공원에 위치한 한국등산학교에서 체계적으로 기술 훈련과 암벽 훈련, 빙벽 훈련, 감압훈련 등을 받으며 산악인이 되기 위한 준비 과정을 거쳤다.
“실제로 산악훈련을 받는 분들에게 많이 배웠습니다. 촬영 들어가기 전 한국등산학교에서 각종 훈련들을 받았어요. 그런데 빙벽등반을 할때 몸에 근육이 많으면 많을수록 압이 들어가서 펌핑이 되면 힘이 안 들어간다고 하시더라고요. 피켓을 꽂아서 올라가는 훈련을 하면서 나중에는 팔에 펌핑이 돼서 벽에 찍을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어요.”
남달랐던 촬영기였던만큼 그에게도 남은 것이 유독 컸을 터. 끝으로 그에게 이 힘든 여정을 끝낸 소감을 물었다.
“제가 최선을 다해서 꿈을 갖고 달려가는 것처럼 이분들도 그래서 산을 타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해서 달려가고 있고 이 분들도 산이 좋아서 달려가고 있으니까요. 같지만 다른 목표거나 꿈이죠. 배우로서 사람 정우로서 정말 큰 경험을 하게 해 준 작품입니다. 저의 부족한 점을 여과 없이 보게 된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조금씩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성장해가고 싶어요.”
“지금까지 생활하고 있는 환경에 당연하게 젖어있었던 것 같습니다. 의식주에 대한 감사함, 별거 아닌 것에 대한 감사함, 사소한 것에 대한 감사함이 생기더라고요. 소중한 사람들을 되돌아보게 되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영화가 가지고 있는 메시지도 그 메시지인 것 같아요.”
16일 개봉 이후 ‘히말라야’는 현재 그 벅찬 감동을 줄곧 이어가고 있다. 2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히말라야’는 21일 전국 980개의 상영관에서 18만 5323명의 관객을 모아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수성했다. 누적관객 수는 171만 6564명이다. 현재 전국 극장가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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