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이린 기자 / 사진 김강유 기자] 여자의 변신은 무죄인 것처럼 배우로서의 변신도 늘 반갑다. 늘 도전에 도전을 거듭하는 모든 배우들, 그리고 배우 임지현은 이렇게 변신했다.
최근 bnt뉴스는 종영된 MBC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극본 조성희, 연출 정대윤)에서 어리바리한 문학소녀이자 패션 매거진 모스트 피처팀 어시 삼인방 중 은영 역의 임지현을 만났다.
매회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이 드라마를 사랑한 팬들이라면 풍성한 일자 앞머리에 동그란 안경을 쓴 모스트 팀의 귀여운 막내 임지현을 기억할 거다. 하지만 직접 만난 임지현은 극중 아기 같은 목소리에 종종걸음으로 보호본능을 불러 일으켰던 은영이 정말 맞나 싶을 정도로 똑 부러지고 당찼다.
‘그녀는 예뻤다’는 시청률부터 화제성까지 모두 다 잡으며 시청자들과 작별했다. 마지막회는 18%를 기록(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그야말로 2015년 대표 하반기 드라마로 낙점되며 배우들과 시청자들 모두에게 웃음을 줬다. 그리고 배우로서, 여자로서 180도 변신한 임지현에게는 유독 특별했다.
“은영이라는 아이를 어떻게 해내야 할까 처음부터 너무 고민이 많았어요. 리딩 때까지 캐릭터가 정해져있지 않았어요. ‘미녀 어시 3인방’이라는 캐릭터만 나와 있었습니다.(웃음) 감독님, 작가님과 상의를 해본 끝에 ‘닥터슬럼프’ 아리를 떠올렸죠.”
양갈래로 질끈 높게 묶은 머리, 이마를 덮은 풍성한 앞머리, 커다랗고 동그란 안경까지 ‘그녀는 예뻤다’ 속 임지현은 여성스러움에서 한 발 물러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드라마 ‘두번째 스무살’에서 라윤영 어린시절로 등장한 그의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주변 분들은 안경 때문에 손해라고 하셨지만 그렇게 안했으면 후회했을 것 같아요. 첫 고정작이라 당연히 예쁘게 나오고 싶기도 했지만요.(웃음) 첫 카메라 테스트 때 머리도 풀고 예쁘게 하고 갔는데 감독님이 안 된다고 하셨어요. 테스트 끝나고 감독님을 찾아가서 이유를 여쭤봤더니 ‘후회 안 할 거다. 고마워 할 거다’라고 하셨습니다.”
“모든 옷을 준비할 수 없어서 스타일리스트 분들을 만나기도 했지만 처음에는 제 옷도 많이 입었어요. 목소리 톤과 말투도 바꿔도 된다고 하셔서 제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임지현을 잊어버리고 은영이에게만 몰두하려고 했어요. 어시 삼인방 중에 제가 제일 작기도 했지만 더 작게 보이려고 바스트 샷에서 더 무릎을 꿇었어요. 단화도 많이 신고요.”
임지현의 작전은 통했다. 모스트 팀의 귀여운 막내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서서히 독특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에 임지현은 현장 분위기도 한몫 했다며 하루하루 즐거웠던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바빴던 촬영 일정만큼 배우 황정음, 박서준, 최시원 등 모스트 팀이 모두 함께하는 신을 위해 세트장을 한 번 들어가면 사흘 내내 못나왔다고.
“저의 첫 고정 데뷔 작품인데 너무 잘돼서 기분이 좋아요. 아직 배워야 되는 신인으로서 사라도 많이 받았고 아쉽고 돌아가고 싶어요. 엄마 품 같은 작품이에요. 또 (황)정음언니의 연기를 앞에서 볼 수 있어서 더 값진 경험이었어요.”
이렇듯 점점 배우로서 성장해나가는 임지현에게 이 작품은 여러모로 특별했다. ‘그녀는 예뻤다’를 비롯,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한지 1년이 채 안 되는 그. 하지만 배우 임지현이 아닌 또 다른 이름 해오라, 혹은 드라마 ‘해를 품은 달’ OST ‘달빛이 지고’를 기억하는 이들이 있다. 임지현은 배우이기 이전 가수 해오라로 잠시 활동했었다.
“관심있는 게 정말 많았어요. 어렸을 때엔 밴드를 하는 게 꿈이어서 10대 때 잠깐 하기도 했었고요. 그러다가 우연찮게 OST회사를 들어가 음악을 배우게 됐습니다. 고등학교 자퇴 후 검정고시를 보고 실용음악과를 가서 ‘해를 품은 달’ OST를 부르게 됐어요. 많은 분들이 제 노래를 들어주셨지만 저는 너무 힘들었습니다. 생각했던 것과 현실이 너무 달라 음악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죠. 그렇게 학교를 졸업하고 친구들과 직접 만든 영화 ‘디어 드리머스(Dear Dreamers)’를 찍게 됐어요.”
“극본과 연출에 관심이 생겨서 아무것도 모르는 와중에 카메라 현장 팀에 있었던 친구와 직접 발로 뛰었습니다. 40분짜리 시나리오를 쓰고, 제가 감독이자 여주인공을 맡았어요. 남자 배우들 두 명을 소개받았고요. 촬영은 22살 때 하고 편집은 23살에 마무리 지었습니다. 부족한 점이 많아 아직 출품은 못했지만요. 그렇게 ‘영화를 만들면 재밌겠다’라는 생각이 연기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알면 알수록 새로운 매력이 점점 샘솟는 그. 가수 디아의 ‘파라다이스’ 뮤직비디오까지 연출하며 다재다능한 실력을 인정받은 임지현은 이제 작품으로 대중들에게 천천히 눈도장을 찍고 있다. 영화 ‘장수상회’로 데뷔, 드라마 ‘두번째 스무살’, ‘그녀는 예뻤다’로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한 임지현에게 곧 배우로서의 두 번째 해를 맞는 느낌을 물었다.
“물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은 들지만 늘 같아요.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망가질 준비가 돼있습니다. 은영이 분장을 하지 않으면 아직 많이 못 알아보시는 그대로, 그렇게 쭉 갔으면 좋겠어요. 임지현을 먼저 떠올리는 게 아니라 ‘그 역이 임지현이였지’처럼 역할로 저를 먼저 기억해주시길 바라요. 그게 배우로서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역할 안에 ‘임지현’이라는 이름을 넣을 필요는 굳이 없으니까요.”
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