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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쉐보레의 절치부심, 이제 꽃을 피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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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의 퇴로에 관우와 장비 등이 길을 막아섰다. 하지만 허술하게 막는 것처럼 보이도록 했고, 허점을 간파한 조조는 제갈량의 지략을 우습게보다 유비의 매복에 혼비백산한다. 허술하게 보이지만 실속을 차리는 것, '허허실실(虛虛實實)'의 유래다. 지금의 쉐보레를 보면 '허허실실'이 자꾸 떠오른다. 왜일까?

 ▲월드컵의 기억과 추억
 월드컵이 한창이던 2002년 6월, 그날의 함성이 잦아들 즈음 GM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했다. 그 때가 정확히 10월17일이다. GM은 대우자동차 인수와 함께 사명을 'GM대우오토앤테크놀로지'로 정했다. 국내에는 줄여서 그냥 'GM대우'로 불렀고, 이후 등장한 제품은 모두 'GM대우' 브랜드로 출시됐다.

 하지만 '대우차'에 익숙했던 소비자들은 여전히 '대우차'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비록 무너졌지만 '대우차'는 오랜 기간 생활 속에 자리 잡은 브랜드였다. 그러자 GM은 불만을 제기했다. 제품과 기업문화 전반의 DNA가 'GM'으로 달라졌음에도 여전히 '대우' 이미지 고수를 불편해했다. 참다못한 GM은 '대우'를 고집하던 인물을 배제하고 외부 인적 자원을 영입해 곧바로 '대우 버리기'를 위한 작전에 돌입했다. 그 결과로 루이 쉐보레의 코리안 부활을 꿈꾸며 2011년 '쉐보레'를 전격 도입했다. 이 때 쉐보레 브랜드를 등에 업고 나온 제품이 스파크, 크루즈, 말리부, 캡티바 등이다.






 그러나 쉐보레는 한국 소비자에게 낯설었다. '캐딜락'은 알아도 '쉐보레'는 생소했고, 심지어 쉐보레가 인명(人名)이었다는 사실은 더더욱 몰랐다. 미국에선 루이 쉐보레가 자동차 영웅일 수 있어도 한국에선 그저 영화에 가끔 등장하는 조연 정도에 불과했다. 그래서 쉐보레는 한국 정착을 위해 절치부심(切齒腐心)했다. '쉐보레 케어'를 만들고, 기존 제품에 모두 쉐보레 옷을 입혔다.

 그럼에도 특별한 성과는 없었다. 특히 한국 소비자 기호에 맞는 차종이라며 크루즈, 말리부, 캡티바, 올란도, 트랙스 등을 투입했지만 시장을 뒤흔들 만한 파괴력은 보여주지 못했다. 게다가 한국은 GM에 있어 매우 작은 시장인 탓에 번번이 타이밍을 놓치는 일도 벌어졌다. 이때마다 쉐보레 제품 행보에 안타까움이 전해졌지만 글로벌 계획을 수립하는 GM에겐 당연한 일이었다. 연간 900만대를 판매하는 기업이 고작 10만대 시장을 배려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쉐보레 도입 5년째가 되면서 어느덧 '대우'는 사라지고 '쉐보레' 브랜드만 남기 시작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이고, 한국에 생산시설을 갖고 있으며, 쉐보레 브랜드로만 연간 470만대를 판매하는 다국적 기업이라는 사실이 확산되는 중이다. 또한 글로벌 표준에 따라 국가별 제품에 차별이 없고, 미래지향적 제품을 만드는 곳으로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보이지 않는 브랜드 파워가 한국 시장에 서서히 뿌리를 내리는 중이다. 

 그러자 쉐보레는 5년째인 올해 승용 전 제품에 쉐보레 로고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까지 대부분 제품에 노란색 십자형 쉐보레 로고를 붙였지만 한 가지, 알페온은 예외였다. 쉐보레 도입 당시 뷰익 차종이었던 관계로 '쉐보레'를 붙이지 못했던 탓이다. 하지만 알페온도 쉐보레 임팔라로 바꿨다. 그러자 초기 반응은 무척 고무적이다.

 사실 쉐보레의 본격적인 내수 점유율 높이기는 내년부터 전개된다. 임팔라와 신형 스파크가 올해 등장해 선발 역할을 맡았다면 2016년 커튼이 열리자마자 등장할 신형 크루즈와 말리부 는 구원투수에 해당된다. 그렇게 현재 10%에 불과한 점유율을 15%까지 늘린다는 게 쉐보레의 절치부심이다. 다마스와 라보를 제외한 모든 승용 제품이 드디어 '쉐보레'로 통일되는 셈이다. 

 ▲1만대 능선을 넘어야
 그런데 새로 추가된 임팔라는 완성차로 수입된다. 미국에서 생산, 한국으로 수출한다. 그래서 초반 가격 경쟁력 우려가 있었지만 전략적인 판단으로 가격 논쟁을 비켜갔다. 또한 이미 국내에 미국산 완성차가 많다는 점도 보탬이 됐다. 토요타, 닛산 등도 미국에서 완성차를 가져온다. 한국에서 생산, 미국으로 수출하는 한국차나 미국에서 생산돼 한국으로 들어오는 완성차나 동등한 조건이다.






 덕분에 임팔라 인기는 꽤 높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다. 이를 두고 출고 적체를 지적하는 곳도 있지만 사실 답답함은 쉐보레가 더하다. 임팔라 추가 도입을 위해 본사와 생산량을 협의하지만 기대만큼 늘리는 게 쉽지 않아서다. 임팔라는 북미와 캐나다 등에서도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연간 1만대를 넘긴 후 국내 생산으로 전환하면 된다. 여러 조건이 감안돼 월 평균 1,000대 미만의 목표가 제시됐지만 현실은 그 이상이니 적극적으로 공세를 전환해도 충분하다. 물론 신형 기아차 K7의 투입과 르노삼성의 탈리스만, 현대차 그랜저 부분변경 등이 변수가 될 수 있지만 '쉐보레' 브랜드가 탄탄하게 자리잡은 만큼 내수 확대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런 의미에서 쉐보레가 꽃을 피울 때는 지금부터가 아닐까 한다.  

 권용주 선임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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