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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차은재 “물음표를 던지는 배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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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영 기자] 배우 차은재의 작품 목록을 보면 대작이라 손꼽히는 영화와 드라마가 많지만 아직 그 이름과 얼굴이 대중에게 낯설게 느껴진다. 영화 ‘밀양’에 단역부터 ‘변호인’의 미스문을 연기하기까지 많은 오디션과 무수한 작품들이 그의 탄탄한 열정을 뒷받침해준다. 

연기에 대한 마음 하나로 아는 사람 없이 서울로 갓 상경한 차은재는 노력과 집념으로 연극계에서는 실력파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늘 긍정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새로운 연기와 자신만의 개성을 만들어 갈 수 있는 비포장도로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차은재에게서 묵직한 여배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Q. 색다른 매력을 발견했던 것 같다. 오늘 촬영 어땠는지 궁금하다.
사실 사진 촬영을 많이 해 본 건 아닌데 하면서 스스로가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특히 오늘 호응도 정말 잘해주시고 기쁜 마음으로 촬영했다. 너무 금방 끝나서 아쉬운 기분이 든다. (웃음)

Q. 영화, 연극, 드라마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최근 근황은?
최근에는 프로젝트 연극 한 편을 끝내고 다른 작품을 하기 위해 오디션도 보고 미팅도 하고 있다. 배우란 직업은 늘 기다리는 직업이니까. 나와 함께할 배역을 위해 열심히 연기 공부도 하고 건강한 체력을 위해 운동도 하고 있다.

Q. 프로필 상에 다양한 작품 목록은 연기에 대한 욕심이 드러나는 부분인 것 같다. 처음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
초등학교 때부터 춤추고 노래하는 걸 굉장히 좋아했는데 중학생 때 우연히 연극부를 모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시험을 봤다. 10명 뽑는 시험에서 당당히 합격해 무대에 오르게 됐는데 첫 공연 당시 커튼막이 올라갈 때의 짜릿함을 잊을 수가 없다. 그 느낌 하나로 고등학교 때도 연극부를 하고 자연스럽게 대학 진학도 연극영화과로 가게 됐다.

연극을 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아무도 아는 사람 없이 부산에서 무작정 올라오게 됐는데 고생도 참 많이 했다. 근데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거라 고생이라 생각도 안 들더라. (웃음)   


Q. 이슈가 됐던 영화에 많이 출연했었다. ‘밀양’, ‘광해, 왕이 된 남자’, ‘베를린’, ‘변호인’ 등 셀 수가 없다. 기억에 남는 작품과 그에 대한 에피소드 등이 듣고 싶다.
물론 모든 작품들이 좋았지만 아무래도 첫 영화였던 ‘밀양’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작은 단역들도 따뜻하게 챙겨주시고 가족 같은 촬영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연극 말고 생각해보지 않은 나에게 영화의 매력을 알게 해준 작품. 그 작품 때문에 혼자 꾸준히 연기자 공고 사이트를 찾으며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직접 수첩에 적어가면서 표시해두고 열심히 발품 팔았던 기억이 있다.

배우라는 직업이 작품을 보는 사람들에게 진짜 잘 한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늘 잘해야 되는 분야인 것 같다. 언제나 긴장되지만 설렘과 흥분을 안겨주는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Q. 기사를 통해서 접했는데 특히 영화 ‘변호인’ 팀과 애틋한 것 같다.
작품 했을 때 호흡도 잘 맞고 정말 재미있게 찍었다. 현장 가는 게 즐거워서 촬영이 안 끝났으면 싶더라. 결과까지 좋아서 더 팀워크가 단단해졌던 것 같다.

개봉 이후에 관객 수를 돌파할 때마다 축하 파티를 해서 자주 뭉쳤었다. 또 운 좋게 전국 무대 인사를 같이 돌게 됐다. 전국 유랑단처럼. (웃음) 관객들과 함께 사진 찍고 즐겁게 보내던 시간들이 있어서 더 친해진 것 같다. 작품에 함께 출연했던 선배님들이 후배들을 잘 챙겨주셔서 좋은 분위기가 계속 이어간 게 아닐까 싶다.

Q. 그중에 분위기 메이커를 담당한 사람은?
분위기마다 재미있는 사람들이 다 달라 선택하기가 참 어렵다. (웃음) 임시완씨는 막내다 보니 열심히 재롱도 부리고 선배들을 잘 따르더라. 곽도원 선배님도 워낙 재미있으셔서 함께 있는 자리가 늘 즐겁다. 오달수 선배님은 갑자기 툭 내뱉는 한 마디로 웃기시는 하이 개그를 좋아하신다. (웃음) 그 중심에 송강호 선배님이 딱 중심을 잡아주셔서 팀이 똘똘 뭉치는 것 같다. 다시 생각해도 최강의 팀이 아니었나 싶다.            

Q. 그때 깜짝 무대 인사에 대한 에피소드가 궁금하다.
무대 인사를 돌다가 우리끼리 너무 신이 나더라. 관객분들도 너무 즐거워해주셔서 오히려 우리까지 행복함을 느끼게 됐다. 그래서 영화를 보러 오시는 분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이벤트를 하자고 이야기가 나왔다. 사전 공지 없이 크리스마스 이벤트 식으로 난입하듯이 극장에 갔다. 시완씨는 캐럴도 부르고 춤도 췄다. (웃음)    

Q. 극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많은 것 같다. 얼마 전에는 ‘15분 연극제’에도 참가했더라. 본인에게 연극은 어떤 의미인지?
지금까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었던 첫 시작이 연극이다 보니 저에게는 엄청난 시작점과 같다. 어렸을 때 그 느낌들이 감각적으로 남아있는 느낌이랄까. 연기를 할 때마다 발바닥이 찌릿찌릿한 느낌과 관객들이 웃으면서 바라보던 모습이 그림처럼 머릿속에 남아있다. 가장 순수했던 시절에 가장 좋아하던 일을 했기 때문에 마음속에 그런 어린 아이 같은 것들이 지켜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웃음)

Q. ‘해품달’, ‘기황후’ 등 출연했던 작품에 인기 있는 사극이 눈에 띈다. 사극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22살에 왕의 남자 원작인 연극 ‘이’에서 장녹수 역할을 했었다. 어린 나이에 큰 무대에도 서보고 큰 상까지 받았었다. 그때부터 사극에 대해서 제대로 좀 더 해보고 싶은 생각을 많이 가지게 됐다. 사극에서 큰 역할은 아니더라도 기쁜 마음으로 했던 것 같다.

어려운 점이라면 아무래도 사극을 촬영하는 여건이 아닐까 싶다. 여름과 겨울에 관계없이 힘든 분야가 사극이니까. 촬영 때 한복을 입으면 구겨지면 안 되니까 제대로 앉지도 못하고 눕지도 못하게 된다. 그런 불편함이 있어도 사극을 진하게 해보고 싶은 갈망은 계속 놓지 못하는 것 같다.


Q. 배우로서 롤모델이 있다면?
롤모델이라기보다는 제일 좋아하는 배우로는 메릴 스트립이 있다. 젊었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작품들을 봐도 조급함 없이 평생의 일인 것처럼 묵직하고 묵묵한 연기가 인상 깊다. 물론 속으로는 많은 고생과 노력이 있겠지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늘 옆에 있을 것 같은 배우처럼 느껴진다. 

Q.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배우가 있는지 궁금하다. 또 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여러 배우들과 함께 작업해보고 싶지만 같이 작품에 출연했던 사람들과 또 한 번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끝나고 나서 느껴지는 후회들도 있고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송강호 선배님, 오달수 선배님과 꼭 다시 작품에서 만나고 싶다. 더 나아진 연기를 보시고 칭찬해 주셨으면 좋겠다. (웃음)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데 아직 해보지 못한 역할이 많아서 다음에 하게 될 역할이 내가 하고 싶은 역할이 아닐까 싶다. 역할도 인연이 닿아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작은 역할도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오디션 장을 들어갈 때는 꼭 붙겠다는 마음으로 들어가고 나올 때는 본 것 조차 잊어버리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Q. 제일 친한 연예인이 있는가?
유명하지 않지만 아직까지 열심히 하고 있는 친구들이 많다. 쎄시봉과 변호인에서 조연으로 출연한 배우 조완기도 친한 동료.

서로에게 힘을 줄 수 있는 동료가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경쟁을 통해 성장하는 신인 친구들도 있지만 서로 배우고 응원할 수 있는 친구를 만드는 것도 꼭 필요하다. 좋은 작품에 캐스팅됐을 때 같이 축하해 줄 수 있고, 둘이 잘 되면 더 좋은 그런 관계가 진짜 동료가 아닐까.

Q. 나만의 몸매 관리 비결이 있다면?
진짜 많이 걷고, 많이 뛰고 있다. 시간 날 때마다 서울 시내에 있는 좋은 길은 정말 많이 걸어 다닌다. 생각 정리도 잘 되고 평소에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이 걸으면서 불쑥 튀어나올 때가 있어 색다른 기분을 많이 느낀다.    

Q. 여배우다 보니 남자들에게 이상형이 궁금한 질문이 될 것 같다. 이상형이 있다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통찰력 있는 사람이 좋다. 물론 저를 바라보는 시선도 좋아야 한다. (웃음) 힘을 받을 수 있고 믿음직스러운 든든함이 있는 것 같다. 통찰력이 있는 사람은 배우뿐 아니라 어느 분야에서도 기본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이야기가 잘 통하는 편. 배우 중에는 유부남이시거나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 통찰력이 있으셔서 아직 이상형으로 삼고 싶은 연예인은 못 찾았다. (웃음) 

Q. 연기 이외에도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는지 궁금하다.
오늘 보니까 사진 찍는 것도 너무 재미있더라. 제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통해 여러 가지 도전해보고 싶지만 꼭 하고 싶은 분야로는 라디오 DJ를 해보고 싶다. 음악도 좋아하고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그 시간이 좋은 것 같다. 청취자분들이 보내주시는 사연과 고민도 함께 이야기해보고 게스트가 놀러 오면 신나게 놀아도 보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연기처럼 사람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직업이 라디오 DJ가 될 수 있단 생각이 들어서 기회가 된다면 꼭 해보고 싶다.

Q. 어떤 배우로 성장하고 싶은지?
굉장히 객관적으로 나를 보려고 하지만 아직도 내가 누군지 잘 모른다. 늘 어떤 배우로 성장할까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사람들에게 느낌표보다는 물음표를 던질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느낌표는 강렬하지만 물음표는 늘 궁금함이 묻어 나온다. 다음 작품이 궁금하고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라는 호기심이 생기는 배우가 되고 싶다. 탄탄한 아스팔트보다는 개척할 수 있는 비포장도로 같은 배우가 진짜 좋은 배우가 아닐까.  

기획 진행: 김희영, 임미애
포토: bnt포토그래퍼 김태양
의상: 비키, 조프레시, 베스띠벨리
슈즈: 데일라잇뉴욕
향수: 불가리
헤어: 마끼에 득예 부원장
메이크업: 마끼에 조하나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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