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김예나 기자] 재즈힙합 프로듀서이자 DJ 시로스카이(Shirosky)가 첫 정규 앨범 ‘라 렉튀르(La Lecture)’를 발표했다. 시로스카이는 지난 2010년 첫 앨범 ‘디 오빗(The Orbit)’을 통해 데뷔, 이후 베이식, 이노베이터, 소울다이브, MYK, 졸리브이, MC스나이퍼 등 국내외 다양한 뮤지션들과의 합작을 통해 세계 힙합 씬에서 음악적 역량을 인정받으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bnt뉴스와 인터뷰를 가진 시로스카이는 그의 첫 정규 ‘라 렉튀르’에 대해 “이번 앨범은 지난 5년 동안 제가 음악을 하면서 느꼈던 것들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받았던 영향들을 여러 가지 음악적 실험과 시도로 응집해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밝고 정서적으로 건강한 분들이 많이 참여한 앨범이다. 때문에 저 혼자만의 에너지보다 훨씬 좋은 기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며 “그동안 제 음악을 기다려준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아쉬운 부분도 크지만 정말 최선을 다한 만큼 나중에 들어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2년 전 모티브를 잡았다.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한건 5월 정도다. 새 앨범에 들어갈 곡을 만들고 피처링진을 섭외하는 부분에서 어려움도 있었다”며 “하지만 제 스스로의 힘으로 처음 만든 앨범이기에 더 열심히 준비했다. 지금 아니면 평생 못 낼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고 털어놨다.
◇ “‘라 렉튀르’, 정성과 성의 가득 담긴 앨범”
시로스카이는 ‘라 렉튀르’ 발매 당일까지 마스터링 작업을 했을 만큼 그의 “정성”과 “성의”를 듬뿍 담아냈음을 고백했다.
“성의 있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어요. 최선을 다했다는 마음이 들면 어떠한 결과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솔직히 평가에 대한 부담이나 걱정이 있긴 했지만 주위에서 응원해주는 분들이 많아서 그 분들에게 선물을 준다는 느낌으로 만들었어요.”
“일억 천금을 벌겠다는 목적은 애초부터 없었어요. 제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 앨범을 만들고 싶었으니까요. 많은 것들을 감수해가면서 만드는 앨범인데 상업적인 목적이나 수익에 급급하고 싶지 않아요. 정말 후회 남지 않는 앨범을 만드는 게 중요하니까요.”
‘라 렉튀르’는 시로스카이가 가졌던 좋은 시간에 만들어진 성의 있는 아름다움을 모토로 삼고 있다. 기존 시로스카이 음악의 몽환적인 느낌이나 음산한 분위기를 벗어나 밝고 에너지 있는 음악들의 향연이 돋보인다.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타이 다이(Tie-Dye)’를 비롯해 ‘Last Flight’ ‘V’ ‘삑사리’ ‘Empyrean’ ‘Blossom’ 등 시로스카이의 다채로운 감성과 음악적 스펙트럼을 느낄 수 있는 13트랙이 담겼다.
첫 데뷔 앨범서부터 함께 했던 페니(Pe2ny)는 물론 시로스카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MYK, 일리닛(illnit) 등이 작업을 함께 했다. 여기에 두 말 할 필요 없는 실력의 MC 메타(META), 지조를 비롯해 시로스카이가 DJ로서의 발걸음을 떼게 해준 DJ 스케줄원(Schedule1)을 비롯해 DJ 쥬스(Juice) 등이 참여했다.
◇ “만쥬의 매력?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마법 같아”
타이틀곡 ‘타이 다이’는 시로스카이가 뮤지션으로서 찾아가야 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표현하고 있다. 소녀가 여성이 될 때의 불안함과 두려움 나아가 화려함 사이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담아내고 있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해서 가장 화려하지만 불안하게 살아가는 우리네 청춘들을 위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번 타이틀곡에는 혼성 밴드 만쥬한봉지 보컬 만쥬가 피처링으로 이름을 올렸다. 다소 의외의 조합에 갸우뚱하자 시로스카이는 “힙합 뮤지션이나 알앤비 보컬리스트가 참여할 거란 예상을 깨고 만쥬 언니가 참여하니까 훨씬 신선하고 매력적이라는 반응이다. 정말 매력적이고 실력 있는 보컬리스트다”고 입을 열었다.
“만쥬 언니 특유의 밝지도 우울하지도 않으면서 담담한 목소리를 담았어요. 그 담담한 매력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의 마법 같은 느낌이에요. 정말 묘한 그 느낌이 좋아서 ‘타이 다이’가 더욱 매력적이지 않나 생각해요. 가사도 너무 잘 써주시고, 제목도 직접 잘 만들어주셨어요. 기존 만쥬한봉지의 이미지와 색깔에서 벗어나서 만쥬 언니의 또 다른 매력을 드러낼 수 있었던 기회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 “아티스트들의 역량 덕에 제 음악들 탄생해”
앨범의 완성도를 높이는 피처링진은 시로스카이가 직접 컨택하는 방식을 따른다. 그는 “곡이 담고 있는 매력에 잘 맞는 목소리인가 아닌가에 따라 결정 한다”며 “보통 비트를 주고 아티스트에 맡기는 편이다. 제가 운이 좋아서 주위에 능력 있는 아티스트들이 많다. 함께 작업하다보면 제 역량 이상의 시너지가 많이 생김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는 비트만 주는 것뿐이에요. 제 음악을 완벽히 소화하는 아티스트들의 역량이 제 음악에 큰 몫을 차지하죠. 저는 자연스러운 음악을 추구해요. 그들의 매력들을 발굴하고, 에너지를 극대화 시키면서 제 음악에 에너지가 생기면서 저만의 앨범이 탄생하는 거고요. 제 스스로 저를 재즈힙합 필터를 가진 하나의 플랫폼이라고 생각해요.”
앞서 설명했듯 이번 앨범에는 시로스카이의 다양한 음악적 시도와 도전이 담겨있다. 단순히 재즈힙합 아티스트로서 정형화된 것들에서 탈피를 의미한다. 그가 해왔던, 하고 싶은, 할 수 있는 모든 시도들과 도전들을 담은 ‘라 렉튀르’는 한층 넓어진 시로스카이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제가 할 수 있는 부분들에서 다양성을 추구했어요. 예를 들어 저는 피아노를 배우지 않아서 연주 실력이 부족하니까 오디오 사운드를 이용해서 다양한 효과를 넣는 거죠. 그 과정에서 지금껏 몰랐던 무한한 소리들을 발견하게 됐어요. 그렇게 계속 시도를 하면서 재미를 느꼈고, 변화하는 과정이 좋아서 계속 시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5년의 음악 활동, 이렇게 버틸 줄 몰랐다”
시로스카이는 어린 시절부터 뮤지션에 대한 꿈을 꿨다. 배우인 아버지를 존경했지만 예술적 길에 대한 회의감과 불안정함을 동시에 느꼈다. 때문에 대학에서 전공으로 정치외교학을 선택했지만, 음악에 대한 갈증은 쉬이 떠날 줄 몰랐다.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에 부모님 지원 하나 없이 시작한 음악 활동이다.
그렇게 어느덧 5년, 스스로 “이렇게 버틸 줄 몰랐다”고 말하는 시로스카이가 이번 앨범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의미는 무엇일까.
“그동안 제 음악들은 제 얘기하기 바빴어요. 제가 어렸던 만큼 앨범 자체도 미숙하다고 볼 수 있죠. 그런 의미에서 이번 앨범은 리스너들이 주인공이었으면 좋겠어요. 하나의 가구와도 같이 리스너들이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때 시너지를 줄 수 있게끔 말이죠.”
“제 음악을 듣고 해석하는 바는 각자 다르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저 실마리를 줄 뿐이죠. 제 필터를 통해 많은 분들이 더 좋은 영향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하나의 플랫폼일 뿐이니까요. 그런 음악을 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시로스카이는 “좋은 영향의 아트워크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향후 계획에 대해 입을 열었다.
“프로듀서로서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것도 맞지만 이후 어떤 파급력을 갖는 지도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제 음악의 영향력이 아이돌 문화까지 미치지 못하겠지만, 많은 젊은이들에게 활기찬 에너지를 주고 싶어요. 리스너들 역시 음악을 들으며 복잡한 감정은 떨쳐내고 그 순간 느끼는 감정에 충실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많은 분들과 좋은 문화를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는 프로듀서이자 아티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사진제공: 시로스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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