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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현빈, 이 배우 ‘느낌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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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진 기자] 수 많은 꽃들 중 절대 시들지 않을 것 같은 장미 한 송이를 발견했다. 은은한 향기를 가진, 느낌이 좋은 배우 신현빈이다.

중저음 보이스와 형용할 수 없는 마성의 눈빛을 가진 그는 자신을 화려하게 포장하기 보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 줄 안다.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에서는 깊은 내공이 느껴진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미술 전공에서 연기자로 전향했다는 그는 배우라는 직업이 여러가지 삶을 살아볼 수 있어 매력적이란다. 이번에 개봉한 영화 ‘어떤살인’에서는 여배우로서 하기 힘든 역할에 도전해 또 다른 인생을 살아보았다. 

Q. 최근 화보 촬영을 많이 한 것 같다. 뷰티 화보도 찍었던데.  
영화 때문에 종종 찍고 있어요. 뷰티 화보는 재밌었어요. 평소 그렇게 파격적인 스타일을 해 볼 일이 없잖아요. 사실 오늘 한 메이크업과 헤어도 쉽게 해 볼 수 없는 기회니까 좋았구요. 마냥 쉽지는 않은데 재미있는 면도 많은 것 같아요. 저의 또 다른 모습을 보기도 하고.

Q. 실제로 보니 진짜 ‘탕웨이 닮은꼴’이다.
감사합니다! 예쁜 분 닮았다는데 좋죠. 사실 닮은꼴을 제가 100명 넘게 들었어요. 너무 많죠(웃음). 처음에는 개성이 없다는 건가 싶었는데 5명을 넘어가니까 좋은 게 좋은거구나 싶더라구요. 한편으로는 부담도 되요. 특히 탕웨이씨는 한 시상식에서 수상할 때 같이 있어서 봤는데 애티튜드가 남다르더라구요. 탕웨이씨 만의 ‘아우라’라고 할까요? 그게 참 좋아 보이더라구요.

Q. 외모도, 몸매도 부러울 정도로 예쁘다. 신체 중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요즘 몸매 좋은 분들이 많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그런 얘기를 들으면 조금 쑥스럽기도 해요.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이라… 저는 몸매 보다 ‘두상’에 굉장히 자신있어요. 뒷통수가 짱구라 헤어 만져주시는 분들이 항상 얘기하세요. 오늘도 그렇구요! 실제, 사극할 때 가채 쓰기 전 뒷통수를 부풀리기 위해 동그란 것을 넣어요. 그게 필요 없을 정도였으니까 말 다했죠.

Q. 눈과 목소리가 정말 매력적이다.
아무래도 직업상 ‘눈’이 많은 걸 하죠. 그래도 자신 있는지 까지는 모르겠어요. 목소리는 제가 저음이라 좋다고 많이들 얘기해 주시는 것 같아요. 감사하죠.

Q. 특별히 배우가 된 이유가 있나.
원래 음악을 듣거나 영화 보는 것, 책 보는 것을 좋아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이 세 가지가 결국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더라구요.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을 대신 경험하는 것. 배우라는 직업이 하나의 삶을 삶 속에 또 다른 여러가지 삶을 살아보는 것이라 매력적이더라구요. 
그리고 제가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그림을 전공했는데, 학교에 막상 들어가 보니까 생각했던 것만큼 재능 있지도 않고 적당히 때우려는 것 같았어요. 좋은 학교를 나름대로 열심히 해서 들어갔는데도 여기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특히 학교에는 좋아하는 일을 하러 온 친구들이 많아요. 저도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신념으로 배우를 시작하게 됐어요.


Q. 살인과 복수라는 자극적인 내용을 담은 영화 ‘어떤살인’의 시나리오를 받고 선뜻 하겠다고 한 이유.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제가 주인공 ‘지은이’를 연기한다고 했을 때 자신도 없고 걱정도 됐어요. 내가 할 수 있을까? 염려도 됐구요. 그러기를 여러 번, 대본을 보고 또 보고 했더니 궁금하더라구요. 왜 지은이한테 이런 일이 생겼을까부터 그 친구에 대한 사소한 일상 생활, 사건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더라구요. 자꾸 생각이 나서 “해야겠구나”, “하고 싶은거구나”해서 결정하게 됐어요.

Q. 여배우가 선택하기는 좀 힘든 역할이지 않나.
영화에서 피(Blood)가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촬영 전에 상상하니 조금 역겹더라구요. 피 비린내의 거북함이 며칠가더라구요. 또 촬영 전에 걱정을 많이 했어요. 안그래도 일정이 타이트한데 컨디션이 잘 못되면 어쩌지 했는데, 막상 촬영 시작하고나서는 덜하더라구요. 촬영 끝나고 숙소 가서 숙면, 아침에 눈 뜨면 준비해서 나가고. 2달 조금 안 되는 기간에 생각보다 너무 건강하게 찍었어요.

Q. 감정신이 많았을 것 같다.
네 맞아요. 그렇다고 미친듯이 감정을 발산하는 게 아니라 어느 선 안에서 표현해야했어요. 많이 울었죠. 울먹이고, 울고… 분장팀에서는 농담으로 눈물샘이 욕을 하겠다고 할 정도니까요.

Q.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영화 자체가 무거운 분위기라 현장에서 계속 무겁게 있으면 너무 힘들어지거든요. 그래서 슛 들어가기 전에는 평소대로 이야기도 하고 장난도 치고 놀다가, 슛 들어가기 전 집중하고 준비 잘 해서 들어가고. 계속 너무 쳐지면 무기력해질까봐 평범하게 있다가 집중해서 연기하고 이런 식이었어요.
 
Q. 영화에 감독님이 직접 출연했다. 반응은 어땠나.
감독님이 소이 언니한테 맞는 장면이 나오는데 저는 경찰서에서 조사받느라 쭈그리고 앉아 있었어요. 그 상황에 별로 개의치 않는 신이었죠. 그런데 갑자기 어마어마한 소리가 나서 순간 볼 뻔 했어요. 너무 소리가 커서! 감독님도 굉장히 놀랐다고 하더라구요. 예상보다 손이 너무 매웠다는데 현장 스탭들은 신나했죠. 오케이 했는데 한 번 더 하자고, 두 번째 촬영에는 감독님이 피하셨대요. 결국 제일 첫 장면으로 갔어요. 사실 그 장면 찍기 전에 감독인데 어려워할까봐 프로니까 프로답게 하라고, 연기니까 마음껏 때리라고 했는데 후회하셨다고. 컷 하고 나서 감독님이 “소이가 굉장히 프로더라”, “연기를 너무 잘한다” 하셨죠(웃음).


Q. 촬영 당시 힘들었을 때, 윤소이씨가 힘이 됐다고.
소이 언니랑은 예전에 작품도 같이 한 적 있어서 친해요. 평소에도 가끔 만나서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수다 떨고 평범하게 지내죠. 이번 영화에는 사실 같이 나오는 장면이 많지 않아 촬영장에서 가끔 보면 더 반가웠어요. 자겸(윤소이)이 영화에서는 굉장히 거칠어 보이지만 따뜻하고 강인해 지은이(신현빈)를 안아주고 싶어하는 사람이에요. 그런 부분에서 힘이 된다고 해야할까요, 그냥 믿고 할 수 있다는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소이 언니가 연기를 잘 해줬으니까 저도 같이 하면서 감정에 도움을 받는 경우도 많구요.

Q. 성폭행을 당하고, 살인을 저지르는 등 힘든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연기력을 극찬 받은 것은 특별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캐릭터 몰입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순간 순간 힘든 역할이긴 하죠. 당연히 너무 억울하고 마음 아프고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인 것이 당연하니까. 이런 감정이나 상황도 물론 있겠지만 저는 지은이의 배경을 많이 준비했던 것 같아요. 사고가 있기 전에는 국가대표 사격 상비군 출신이고 사고로 인해 언어장애가 생겨 말을 더듬게 되고. 이 두 가지를 관객들에게 설득해야 하기 때문에 연습도 많이 했어요.
사격 연습은 태릉 선수촌 사격장에서 2달 정도 시간 될 때는 매일, 최소 2~3일에 한 번은 했어요. 실탄도 쏘고, 공기총도 쏴 보고. 언어장애는 억지스럽지 않기 위해 책을 찾아봤어요. 그냥 더듬는다가 아니라 왜, 무엇 때문에, 어떻게 말을 더듬는 것인지를요. 말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하고 싶은데 잘 안 되는 거니까 그리고 어느 정도 의사 전달은 해야하니까.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Q. ‘베스트 신’을 꼽자면.
글쎄요, 여러 가지가 있을 것 같은데… 중간에 제가 처음 총을 쏘게 되는 부분이 있어요. 그런 장면이 감정도 그렇고 극적인 부분이 많아서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영화 후반부에 저랑 소이 언니랑 마음의 대화랄까, 말 없이 두 사람 사이에 대화가 오가는 장면도 베스트로 꼽고 싶어요. 

Q. 촬영 마지막 날 기분은 어땠나.
묘하더라구요. 마지막 촬영이 경찰서에 신고하러 가는 장면이었어요. 물론 그 앞도 뒤도 다 촬영했지만 정신적으로 굉장히 불안한 장면을 마지막으로 찍어야 했으니까. 끝이 났는데도 끝 같지 않다고 해야할까. 끝나고 집에 와서 씻고 잤어요. 고요히. 영화 자체가 가벼운 이야기가 아니라 “와! 신난다”는 분위기가 아니라 “와, 수고하셨습니다”하고 모두 다독거렸어요. 그렇게 끝이 났죠.


Q. 언론배급시사회 당일 포털사이트 실검에 올랐더라. 인기를 실감할 때는 언제인가.
없는 것 같은데…(웃음). 포털사이트 실검 올랐다고는 하는데 제가 그걸 열심히 찾아보지는 않는 편이에요. 그냥 들으면 잘 됐구나, 그게 유명해진건가 싶기도 하고. 시사회 하는 날 소이 언니랑 아프리카TV에서 생방송을 했었거든요. 그 걸 그렇게 많이 보신다고 하더라구요. 아마 2만명이 넘었을거에요. 감사할 따름이죠.

Q. 롤모델이 있다면.
인터뷰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질문인 것 같아요. 음... 저는 ‘이자벨 위페르’를 좋아해요. 장르를 불문하고 파격적이든 일반적인 작품이든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 사람 자체는 한 길을 계속 걸어오고 있잖아요. 지금도 거의 70대가 다 되어가는데 소녀같기도 하고, 엄청 어른스럽기도 하고. 굉장히 멋있는 배우인 것 같아요. 안성기 선생님도 그렇고. 순간 순간 작품을 보면서 “저런 것은 좋은 점이다, 나도 배워야지”하는 생각이 들어요.

Q. 연기 아닌 다른 것에도 도전하고 싶나.
아뇨 전혀요. 일말의 관심조차 없어서(웃음). 간혹 미술을 전공했으니까 그림도 그리지 않냐고 물어보세요. 배우들이 그림, 연출 등 다양하게 시도하잖아요. 저는 그렇게까지 생각해 본 적 없어요. 그림은 해 봐서 그런지 오히려 미련이 없더라구요. 간혹 재미삼아 그려보기는 하는데 “연기에 올인하자”에요. 이후 연기와 관련된 것이라면 할 수도 있겠죠.

Q. 배우로서 롱런하기 위한 현빈씨만의 계획이 있다면.
지금 상황에서 제게 주어진 작품들 중 잘 선택하는 것이겠죠. 오래오래 하고 싶고, 오래오래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10년, 20년, 30년이 지나도 그 때 또 다른 재미있는 것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 재미있게 하고 싶어요.

Q. 10년 뒤 모습은.
마흔이니까, 그 때는 결혼을 했을 수도 있겠죠. 만약 결혼을 했으면 제 연기에 지금과는 또 다른 무언가가 생기겠죠. 10년 뒤에도 연기를 하지 않을까요. 별 다른 문제가 생기거나 안 불러 주시거나 이러지 않는다면요(웃음). 외국 영화 중에 귀여운 할머니가 범죄를 저지르기도 하던데. 그런 걸 해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배우가 가진 좋은 점, 멋있는 점, 매력인 것 같아요. 계속해서 물론 나이가 들면서 할 수 없는 역할도 생기겠지만, 반대로 지금은 절대 할 수 없는 역할이 무궁무진하게 남아있다는 거니까.

Q.  다음 작품 계획.
지금 이야기 하고 있는 작품들은 있는데, 아직 확정된 건 없어요.

Q.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
글쎄요. 되게 어렵네요(웃음). 배우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는 사람.

기획 진행: 박진진, 김희영
포토: bnt포토그래퍼 김태오
의상: 로코팝 Design by Jay Han, 비키, 이사베이, 베스띠벨리
슈즈: 데일라잇뉴욕
헤어: 보보리스 이주희 수석실장
메이크업: 보보리스 서은 실장
스튜디오: 유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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