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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타는 당신을 위한 자정의 선곡 BES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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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원 기자] 높고 푸른 하늘과 차분히 내려앉은 공기 그리고 흩날리는 낙엽들. 이렇듯 가을의 조각들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이유 모를 먹먹함이 밀려와 가슴 술렁인다. 어디 그뿐이랴. 괜스레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하는 낯선 어딘가로 훌쩍 떠나 버리고픈 충동이 일기도 한다.

흔히 ‘가을 탄다’고 비유되는 이는 숨가쁜 일상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어 오히려 반가운 현상인지도 모른다. 이때만큼 어느 샌가 메말라 버린 감수성에 다시금 샘솟는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시기도 없을 테니 말이다. 만일 이러한 무드를 보다 풍성하게 곱씹고 싶다면, 주저 없이 ‘음악’에게 도움을 청할 것.

아래의 제시는 바람이 선들선들 불어오는 어느 가을밤, 오직 혼자만의 깊고 풍요로운 사색을 위한 뮤직 플레이 리스트다. 가로수가 길게 늘어선 거리에서의 산책 또는 한적한 도로 위 달리는 차 안에서 감상한다면 오래도록 기억될 달콤한 고독을 선사해주니 주목하자.

쇼팽의 선율에 깃든 가슴 시린 사랑의 여운, 조 스태퍼드의 ‘No Other Love’


1917년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조 스태퍼드. 자매 지간인 크리스틴, 폴린과 함께 ‘스태퍼드시스터즈’를 결정하여 대중음악계에 첫 발을 내딛었다. 이후 활발한 음악 행보를 거쳐 미국의 팝, 재즈 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가수로 성장했다.

애절하면서도 묵직한 허스키 보이스가 특징인 만큼 벅찬 사랑의 감정과 이별의 감성 표현에 탁월하다는 평을 받는다. 대표곡으로 ‘Long Ago And Far Away(1944)’, ‘You Belong To Me(1952)’, ‘Make Love To Me(1954)’ 등이 있다.

그가 1950년대에 발표한 No Other Love는 쇼팽의 ‘이별의 곡’ 피아노 연주와 과거의 연인을 향한 애잔한 노랫말의 조화가 일품인 곡이다. 쓸쓸하고도 서글픈 무드가 주를 이루며 낱말 하나 하나로부터 가사 속 화자가 느끼는 깊은 그리움이 물씬 전해져 가슴 시린 여운을 느낄 수 있다.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옛 사랑에 대한 향수가 물밀 듯 인다면 감상을 추천한다.

꽃다웠던 과거에 대한 남자의 냉소,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Eye In The Sky’


알란 파슨스는 비틀즈의 ‘Abbey Road’, ‘White Album’과 핑크 플로이드의 ‘The Dark Side of The Moon’ 등의 명반을 제작한 프로듀서 겸 엔지니어 출신의 뮤지션이다.

이러한 그가 1970년대에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 첨예한 레코딩 테크닉을 기반으로, 애드거 앨런 포의 소설과 시를 하나의 앨범으로 구현해낼 만큼 당시로써는 매우 파격적이고도 진보적인 음악 세계를 펼치며 명성을 얻은 바 있다.

1982년 발표한 ‘Eye In The Sky’는 헤어진 연인에 대한 분노와 후회의 감정이 노랫말로 담겨있다. 그러나 이에 반해 멜로디는 냉정하리만큼 단조롭고 차분한 복고 풍의 밴드 연주로 이뤄져 있어 무척 오묘한 감상을 선사한다. 고층빌딩들이 자아내는 도시적인 야경 또는 강변의 도로 위로 늘어선 가로등 불빛들과 최적의 궁합을 발휘하는 노래이니 참고하자.

아이슬란드의 거장이 선사하는 가슴 벅찬 힐링, 시규어 로스의 ‘Ára Bátur’


얼음의 땅이라는 명칭처럼 숨이 멎으리만큼 아름다운 순백의 설경에 반해, 마그마가 들끓는 활화산이 도처에 자리한 아이슬란드. 그곳에서 태어난 밴드 ‘시규어로스’는 아이슬란드 어로 ‘승리의 장미’를 뜻한다.

시규어 로스의 음악은 이렇다 할 장르를 구분할 수 없을 만큼 다소 모호한 경계에 서있다. 그러나 이가 선사하는 음악적 감동과 희열은 다른 어떤 뮤지션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깊고 웅장하며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 정점에 서있는 대표곡 하나를 꼽자면 바로 앨범 ‘Með suð i eyrum við spilum endalaust’에 수록된 ‘Ára Bátur’.

‘배를 저어라’라는 의미를 지닌 제목의 이 곡에는 사람의 인생을 한 편의 항해에 비유한 노랫말이 담겨있다. 도입은 피아노의 고요한 전주와 보컬의 몽환적인 보이스로 시작된다. 멜로디의 흐름을 따라 베이스와 첼로 등의 선율이 이어지다 클라이맥스에 이르는 순간 오케스트라의 합주까지 더해져 한편의 오페라를 연상케 할 만큼 강렬하고 장엄한 여운을 선사한다.

잠이 오지 않는 깊은 새벽, 이어폰을 귀에 꼽고 차디찬 바깥 공기에 몸을 맡기고서 감상한다면 가슴에서부터 턱 밑까지 차오르는 벅찬 감동과 거장이 선사하는 음악적 힐링을 경험할 수 있다. (사진출처: 예스24, bnt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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