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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함정’ 조한선, 이제껏 미처 몰랐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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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t뉴스 김예나 기자/ 사진 김치윤 기자] 성장은 변화가 있기에 가능하다.

“쉽지 않은 두 번의 공백이 있었어요. ‘늑대의 유혹’ 이후 크게 인기를 얻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제 삶의 이유가 없어졌어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죠. 정체성도 잃어가고, 매일같이 술만 마셔댔어요.”

나지막이 지난 일들을 읊조리는 그의 목소리에 고저(高低)가 없다. 차분한 말투, 담담한 어조에서 단단함이 느껴진다. “우여곡절” 많고 “굴곡진” 지난 세월을 회상하며 “남들은 겪고 싶어도 겪지 못하는 인생이라 생각 한다. 제게 또 하나의 재산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하는 이 남자, 배우 조한선이다.

최근 영화 ‘함정’(감독 권형진) 개봉을 앞두고 서울 논현동 한 카페에서 한경닷컴 bnt뉴스와 만난 조한선은 제법 여유가 넘치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이다”고 운을 뗀 그는 “예전에 비해 연기관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을 이어나갔다.

“공익근무 생활하면서 시청자나 관객 입장에서 작품을 보게 됐어요. 어떤 작품이 더 이해하기 쉬울까, 어떻게 작품을 다가가면 좋을까 하는 생각들이 많이 들면서 배우로서 생각도 많이 하고 성숙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함정’에서 조한선은 남편 준식 역을 맡았다. 그는 아내 소연(김민경)과 기분전환을 위해 외딴섬으로 떠났다가 그 곳에서 만난 식당 주인 성철(마동석)과 묘령의 여인 민희(지안)와 엮이면서 끔찍한 비극을 겪게 된다.

영화 ‘무적자’(감독 송해성) 이후 5년만의 복귀작인 만큼 강렬한 캐릭터를 예상했건만 ‘함정’ 속 준식은 지극히 평범하다. 조한선은 작품 속에서 아내를 사랑하는 여느 남편의 모습, 그와 동시에 매혹적인 민희에게 저도 모르게 홀리고 마는 여느 남자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만약 제가 캐릭터에 욕심을 부렸다면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이나 흐름이 바뀌었을 거예요. 캐릭터 설정 초반 준식에게도 임팩트 있는 요소를 넣어봤어요. 그런데 그 맛이 살지 않더라고요. 준식이 강해질수록 영화에 불필요해지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최대한 욕심 없이 준식을 표현했습니다.”

“준식을 만들어가면서 심적 압박이 컸죠. 정말 감독님과 사귀다시피 준식을 만들어갔거든요. 워낙 캐릭터 설정 자체도 없었고, 이해도 부족했기 때문에 준식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 만들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야 관객들에게 다가가기 쉬울 것 같았고, 인물들 간의 이해관계를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 과정에서 심리 묘사나 감정 표현 등에 대한 연구를 정말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과해서도 안됐고, 부족해서도 안됐다. 매 상황마다 돋보이기보다 자연스럽게 묻히면서 힘을 실어줘야 했다. 영화 속 장면들을 언급하며 하나하나씩 설명하는 조한선의 눈빛이 한층 반짝였다.

“살인마나 사이코패스 연기가 아니잖아요. 준식이 안고 있는 트라우마나 아픔 같은 개인적인 상황들은 저만의 방식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어요. 예를 들어 준식의 고민이 극대화될 때는 담배를 피웠어요. 고민의 경계선에 선 준식의 마음을 드러내고 있는 장치인 셈이죠.”

“물론 관객들 입장에서는 특별한 감정 연기가 없기 때문에 쉽게 볼 수도 있을 테고, 꼭 제가 아니어도 준식을 누구나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요. 저는 준식의 머리 스타일부터 발끝까지, 그리고 미세한 감정 하나까지 작품 속에서 표현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던 것 같네요.”


말 한 마디 한 마디 준식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배우로서의 사명감까지 느껴질 정도. 그는 “이제 나이도 들고 가정도 있다 보니 연기를 하고 싶다고 해서 계속 할 수 있는 것 같지 않다. 그래서 제가 롱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연구했고, 그러면서 제 연기관이 바뀐 것 같다. 돈도 중요하지만 이제 더 먼 미래를 바라봐야 하는 부분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1등을 바라는 게 아니에요. 저는 2, 3등을 하더라고 계속 배우로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에요. 시간이 지나면서 깨우치고, 많은 경험을 하면서 느낀 결과인 것 같아요. 인생의 우여곡절을 겪다보니 조금 더 현실을 보게 된 것이겠죠.”

또 한 번 단단함이 전해졌다. 그 배경에는 가정이 있었다. 현재 6살, 4살의 딸과 아들을 둔 조한선은 “좋은 아빠는 아니다. 잘 놀아주지 못한다. 항상 미안하게 생각 한다”며 아버지의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지금은 한 가정의 가장이잖아요. 제가 하기 싫다고 그냥 놔버리면 저를 바라보는 아이들과 아내를 지킬 수 없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역할이든 배우로서 책임감을 갖고 시작부터 끝까지 일일이 다 신경 쓰게 됐어요. 그래야 제가 배우로서 더 오래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 같아요.”

“가족은 제가 일을 필사적으로 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에요. 사실 배우라는 직업이 비정규직이잖아요. (웃음) 그렇기에 제가 배우로서 자리를 잘 잡아놔야 아내나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가장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가정이 있기에 제가 더 단단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멋있다는 느낌이 절로 들었다. 잘생긴 외모는 물론이거니와 단단한 정신력과 가족에 대한 사랑이 조한선을 더욱 멋있는 남자로 만들었다. 그래서 더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청춘스타 조한선의 복귀작이 아닌, 한 가정의 가장 조한선의 새로운 도전작 ‘함정’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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