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원 기자] 물 밀듯 차오르는 프로젝트와 연이은 야근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여름 휴가는 고사하고 주말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한 사람들이 생각 외로 많다.
이렇듯 휴식 없는 일상에 길들여지다 보면 모처럼 휴일을 맞이한다 해도 마음이 영 편치 않기 마련이다. 그러나 보다 높은 성취를 원한다면 때로는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줄도 알아야 하는 법. 어디 좋은 방법이 없을까.
물론 있다. 며칠에 달하는 그럴싸한 휴가는 아니지만 단 몇 시간의 투자만으로도 충분한 바캉스 효과를 누리는 방법이 말이다. 보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아래의 제시에 주목할 것. 100분 남짓한 시간만으로도 당신의 지친 몸과 마음에 안락한 쉼을 안겨 줄 보석 같은 영화 BEST3가 여기 있다.
일상에서 찾는 참 삶의 의미, 에이프릴의 특별한 만찬(Pieces Of April, 2003)
훈훈한 감동을 선사하는 가족영화로 손꼽히는 ‘길버트 그레이프’의 원작 소설가이자 극작가,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한 피터 헤지스의 첫 감독 입봉작 ‘에이프릴의 특별한 만찬’. 허름한 뉴욕 뒷골목에서 거주 중인 철부지 소녀 에이프릴이 유방암으로 시한부를 선고 받은 엄마 조이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추수감사절 만찬을 초대하는 것에서 영화는 시작된다.
그러나 정작 여태 한 번도 요리를 해본 적도 없는 에이프릴. 게다가 오븐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거처에서 엄마, 할머니, 남동생 등 일가를 맞이하기 위해 흑인 남자친구 또는 아파트의 이웃들의 도움을 구했다가 오히려 지지고 볶기를 일삼으며 웃음을 자아내는 과정이 영화의 주된 전개다.
뿐만 아니라 지방에서 에이프릴을 찾아가는 가족들이 벌이는 좌충우돌 에피소드 또한 함께 엮어내며 일상 속에서 쉽게 지나쳐버릴 수 있는 진귀한 삶의 가치들을 코믹하고 경쾌한 무드 아래에서 전달한다. 가슴으로 잔잔하게 스며드는 감동은 물론 케이티 홈즈의 어린 시절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감상 포인트.
기발한 상상력에 무릎을 치며 뿜어내는 폭소, 섹스에 대해서 알고 싶어하는 모든 것(Everything You Always Wanted To Know About Sex But Were Afraid To Ask, 1972)
유머러스함 속에 날 선 풍자가 깃든 각본 집필의 최고봉 우디 앨런. 그가 1972년에 선보인 ‘섹스에 대해서 알고 싶어하는 모든 것’은 기발한 상상력까지 더해져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무릎을 치며 폭소를 뿜어낼 수밖에 없는 19금 코미디다.
영화는 유수의 성인들이 머릿속으로는 몹시 궁금해하면서도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던 성 관련 주제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풀어낸다. 이에 대한 우디앨런의 엉뚱하고도 독특한 발상과 재치 넘치는 해석이 영화의 가장 주된 감상 포인트이며 약 90분 간의 러닝타임 동안 끊임없이 통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맥주 한 캔과 마른 안주를 앞에 두고 보기에 매우 좋은 영화이며 감상 후에는 샘솟는 엔도르핀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되도록 홀로 볼 것을 권장하며 시간대는 한낮이나 저녁보다 모두가 잠든 늦은 밤이 더욱 적합하니 참고하자.
소소한 대화 속에 깃든 아찔한 유머와 통찰, 커피와 담배(Coffee And Cigarettes, 2003)
존 카사베츠를 뒤잇는 미국 독립 영화계의 대부 짐 자무시의 2003년작 ‘커피와 담배’. 제목처럼 테이블을 사이에 둔 채 커피 한 잔과 담배를 나누며 주고 받는 지극히 일상적인 대화를 중심으로 구성된 흑백영화다.
따라서 영화는 카페 방문 시 옆자리 테이블 손님들의 이야기를 엿듣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묘한 매력이 있다.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들 간의 시시콜콜한 말장난과 신경전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유치찬란함에 피식하고 웃음 짓게 만든다. 그러나 한편 이는 어쩌면 현대인 삶의 초라한 실상을 여과 없이 드러낸 한 단면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스치게 한다.
카메라 움직임과 컷 전환이 많지 않아 매우 정적이며 이렇다 할 사건이나 주제도 명확하지 않으므로 머리 쓸 필요 없이 가볍게 감상하기 매우 좋다. 로베르토 베니니, 스티브 부세미, 빌 머레이, 케이트 블란쳇 등 헐리우드가 인정하는 개성파 탑 배우 들의 연이은 출연 또한 매우 큰 눈요기 거리다.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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