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조혜진 기자 / 사진 김치윤 기자] 연기에 대한 욕심, 그것을 대할 때의 태도가 진중하고 겸손하다. 배우라는 직업, 연기라는 일이 이토록 잘 어울릴 수 있을까. 바로 배우 김태훈의 이야기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김태훈이 한경닷컴 bnt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6월과 7월 JTBC 금토드라마 ‘사랑하는 은동아’(극본 백미경, 연출 이태곤, 이하 ‘은동아’), tvN 월화드라마 ‘신분을 숨겨라’(극본 강현성, 연출 김정민, 이하 ‘신분’) 등 장르를 넘나들며 활약했다.
지난 여름, 김태훈은 주말엔 10년간 한 여자를 지독히도 사랑하지만 어긋난 마음에 잘못된 집착을 하게 되는 최재호로, 월요일엔 동생의 죽음 후 복수를 꿈꾸며 수사 5과의 창설에 힘을 보태고 직접 현장요원으로 뛰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민태인으로 시청자들과 만났다.
“작품을 고를 때 가장 큰 기준이 되는 건 대본인 것 같아요. 제가 시나리오를 읽고 계속 기억에 남거나, 의미가 있겠다 싶은 것들. ‘사랑하는 은동아’ 같은 경우는 읽는 순간 마음에 와닿고 편하게 읽혔어요. 또 ‘신분을 숨겨라’는 친분이 있는 팀이라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보지도 않고 결정한 특이한 케이스에요.”
동시에 두 작품을 촬영하면서 고충은 없었는지 묻자 그는 “두 현장 모두 분위기가 좋았다. 색깔은 다르지만 배려해주기도 하고, 즐거운 분위기여서 문제가 없었다. ‘신분’은 유쾌한 분위기에서 선,후배님들과 으쌰으쌰하면서 촬영했고, ‘은동아’는 아기자기하게 재밌게 찍었다”고 답하는 그에게서 피곤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전 두 작품에서 악역을, ‘신분’에서 선한 역할을 했어요. 어떤 역할이든 매력은 다 있지만 이런 건 있어요. 그 시기에 악역을 계속하면 다른 느낌을 해보고 싶은 지점이 있어요. 계속 선한 역할만 하다보면 악역을 하고 싶죠. 결국 타이밍의 문제인 것 같아요. 공교롭게도 악역을 계속 맡았는데 ‘앵그리맘’ 도정우랑 ‘은동아’의 재호는 많이 다른 느낌이에요. ‘신분’ 민태인은 또 완전히 달라서 무리가 되더라도 참여하고 싶었어요.”
악역과 선한 역할의 느낌에 크게 차이를 두지 않았다. 작품 속 인물을 전형적이지 않게 그려 내고자했다. 이에 대해 그는 “오히려 악역이 더 눈빛이 선할 수 있다. 또 실제로 그런 사람이 더 무섭다 생각한다. 단지 이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를 읽고, 공감하면서 작품에 맞는 연기를 하려고 한다. 특별히 차이를 두지 않는 것 같고, 또 그렇게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작을 하면 심리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힘든 게 사실이지만 그 역할을 제 걸로 표현하려고 하는 지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아요. 따로 했든, 같이 찍었던 작품이든 ‘고민을 조금 더’ 라는 아쉬움은 남아요. 그저 잘 만들어져 있는 작품 안에서 충실히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최선을 다해 할 뿐이에요.”
오랜 기간 쉬거나 전작과 비교해 새로운 역할을 할 때, 흔히 ‘연기변신’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김태훈은 비슷한 시기 이 작품, 저 작품 넘나들며 새로운 인물을 그려냈다. 그는 “연기변신, 비결, 그런 말이 아직은 부담스러운 것 같다. 또 연기를 하는 것에 있어서는 항상 아쉽다. 연기에 대한 부분은 항상 만족할 수 없고, 고민들은 모든 작품에 한 번도 없었던 적이 없다. 그저 열심히 담담하게 할 뿐이다”고 연기에 대한 겸손함을 보였다.
“많은 역할을 했지만 안한 게 훨씬 많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다양한 역할 계속 하고 싶어요. 선한 역, 찌질한 역, 재수 없는 역할도 했었어요. 아직 로맨틱한 건 자신이 없네요(웃음). 어찌됐건 장난기 있는 역할도 좋고, 바보 같고, 백치미 넘치는 것도 좋아요. 그리고 더 사악하고 악랄한 것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그의 연기로 그려내고 싶은 역할들이 쉼 없이 이어 나왔다. 김태훈은 “멋진 사람이 되면 멋진 배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은 어떻게 해야 그런 사람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 알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한 고민을 털어놨다.
“이렇게 좋은 작품들을 크건, 작건, 저예산 영화건 끊이지 않고 5년, 10년 해나가면 앞서 말했던 멋진 사람이 되고 큰 배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당장 ‘1, 2년 안에 무언 갈 해내야지’보다 늙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멋이 묻어나는 사람, 배우가 되는 게 제일 행복할 것 같아요.”
2015년, ‘앵그리맘’ ‘사랑하는 은동아’ ‘신분을 숨겨라’까지 쉴 틈 없이 달려왔다. “세 작품이 다 끝나고 올해가 다 지난 줄 알았다”던 그는 “그런데 아직 9월이더라. 아직 하반기가 남아있으니 또 다른 색깔의 작업들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상반기에 했던 세 작업처럼, 계속 의미 있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남은 한 해도 타이트하게 매듭짓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
“상반기는 몰아쳤어요. 이제 하반기엔 우정 출연한 영화 ‘서부전선’부터 ‘도리화가’ ‘설행’ 등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어요. 올 한해는 드라마로 상반기, 영화로 하반기. 이렇게 잘 채워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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