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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나귀’, 이러니 다들 ‘박보영, 박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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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t뉴스 김예나 기자/ 사진 김치윤 기자] 배우 박보영은 반짝거린다. 비현실적으로 작은 얼굴에 반달 눈웃음, 앙증맞은 입술까지 참 예쁘다. 비단 외모뿐 만은 아니다.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예쁜 마음이 묻어난다. 그래서 모두 ‘박보영, 박보영’ 하는가 보다.

최근 서울 이태원 한 카페에서 진행된 tvN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극본 양희승 양서윤, 연출 유제원) 종영 인터뷰에서 한경닷컴 bnt뉴스와 만난 박보영은 “전 정말 복 받은 배우다”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박보영은 이달 22일 종영한 ‘오 나의 귀신님’에서 응큼한 처녀귀신에게 빙의된 소심한 주방보조 나봉선 역을 맡아 순수함과 도발적인 매력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연기로 크게 호평 받았다. 순진한 얼굴로 “딱 한 번만 하자”고 상대 배우 조정석에 들이대는 박보영의 반전 매력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또 다른 재미를 안겼다.

7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이니 만큼 대중적 관심은 대단했다. 이에 대해 박보영은 “처음에는 부담이 많았다”며 “긴 호흡의 드라마가 처음이다 보니 걱정이 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저에 대한 배려를 많이 느꼈다. 앞으로 다른 현장에서 적응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좋은 기억만 남았다”고 털어놨다.


고마움을 아는 배우, 박보영

돌이켜보면 고마운 기억만 남는 ‘오 나의 귀신님’이었다. 감독을 포함한 제작진들과 연기 호흡을 맞춘 배우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고마운 마음뿐이었다. 박보영은 “저를 선택해 주신 감독님과 작가님께 감사하다. 강선우 셰프 역할을 조정석 씨가 해줘서 고맙고, 제 연기를 보고 캐릭터에 녹여준 김슬기 씨에게도 감사하다”며 연신 고마움을 드러냈다.

어떻게 이렇게 좋을 수만 있을까 싶어 “그래도 조금의 고충이 있지 않았을까”라 묻자, 박보영은 생긋 웃더니 “정말 없었다”고 손을 저었다. 그는 “현장 분위기가 너무 행복하고 좋았다. 흔히들 말하는 쪽대본 한 번 없었고, 촬영 일정도 여유로운 편이었다. 잠을 조금밖에 못 자는 것마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쉬는 날 촬영장에 가서 배우들을 만날 때도 좋았다”고 전했다.

아픔을 아는 배우, 박보영

이토록 박보영이 고마움을 느끼는 배경에는 과거 영화 ‘과속스캔들’ 이후 변했던 자신의 모습에서 비롯됐다. 그는 “‘과속스캔들’이 성공하고 나니 환경이 변하고 사람들의 저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니 저 역시 변하더라. 이후 안 좋은 일도 생기면서 나름 바닥도 쳐보고 욕도 먹고 이 일을 포기하려고 했던 시기를 겪고 나니 지금 다시 일을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감사함이 생기더라”고 고백했다.

“제가 이른 나이에 아픔을 겪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오히려 빨리 아파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만약 그 아픔을 모르고 계속 잘 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넘어졌다면 아마 정신 차리기도 힘들고, 그 아픔이 더 컸을 거라 생각해요.”

아픈 만큼 성숙한다고 했던가. 꽤나 센 성장통을 겪고 나니 박보영은 내려놓음을 배웠다. 작품의 흥행에 대해 그는 “성공 여부는 제 손을 떠난 문제다. 집착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이다 말했다.

“어떻게 다 제 욕심대로 되겠어요.”


성장하는 배우, 박보영

앳된 얼굴의 박보영을 너무 마냥 어리게만 본 걸까. 어느덧 데뷔 10년차라는 말에 박보영은 하하 웃더니 “그 말은 너무 쑥스럽다. 하지 않으면 안 되느냐”고 물었다. 이어 그는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제가 연차에 비해 작품수도 적고 공백기도 길었기 때문에 조금 창피하다. 앞으로 더 많은 걸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다”고 밝혔다.

“안정적인 길도 있겠지만 저는 다양한 변화를 통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요. 제가 시간이 지나면 하고 싶어도 못하는 부분도 있을 것 같고요. (웃음) 30대가 되기 전까지 이것저것 해보는 게 좋을 거라 생각해요.”

그 변화에는 ‘오 나의 귀신님’을 통해 도전한 생애 첫 키스씬도 한 몫 했다. 그는 “제 나이가 벌써 26살인데 언제까지 피할 수는 없었다. 이제는 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제 팬들이 어린 친구들이 많은데 이해하고 응원해주더라. 너무 귀엽지 않느냐”며 웃음 지었다.

“나름 키스씬에 대해 공부도 하고, 마음가짐도 새로 먹었어요. 촬영 현장에 갔더니 모든 분들이 제 생애 첫 키스씬인 걸 알고 계시더라고요. 다들 안절부절 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게 느껴져서 ‘전 괜찮다’며 이렇게 저렇게 적극적으로 했죠. 속으로는 ‘난 빙의 된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말예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첫 키스씬 촬영이 제일 쉬웠던 것 같네요.(웃음)”

시간이 지날수록 나봉선은 점점 더 응큼해 졌고, 도발의 극에 달했다. 박보영은 해당 장면들을 회상하며 “모니터링 할 때 부끄러워서 못하겠더라. 19금 대사 할 때도 부끄러워서 못 했는데 감독님과 조정석 씨가 용기를 많이 줬다. 제 안에 있는 뻔뻔함을 끄집어내는 건 정말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리워할 줄 아는 배우, 박보영

말하는 얼굴에 그리움이 한 가득이다. 그토록 좋은 사람들, 고마운 사람들과의 헤어짐은 결코 쉽지 않겠지만 박보영에게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두고두고 꺼내볼 수 있을 거라 여겨졌다. 모르긴 몰라도 그의 일기장에는 ‘오 나의 귀신님’의 수많은 이야기들과 감정들로 빼곡할 테니 말이다.

“예전에 연기에 대한 딜레마에 빠졌을 때 ‘나는 왜 이 선을 넘지 못할까’ ‘극복하지 못할까’ 며 한계를 많이 느꼈어요. 그때 영화 ‘돌연변이’를 찍으면서 ‘아 연기란 게 이렇게 행복한 거였지. 이래서 제가 배우를 하는 구나’라고 생각했거든요. ‘오 나의 귀신님’ 역시 제 인생에 만약 또 한 번 슬럼프가 왔을 때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되는 작품이라 생각해요. 그때의 느낌과 기억들로 힘을 내면서 앞으로도 꾸준히 활동하려고 합니다. 제가 복 받은 만큼 다 돌려드릴게요.”

한 시간 여의 대화를 통해 발견한 박보영은 고마워할 줄 알고 아픔을 겪어봤으며 성장하는 자신을 꿈꿨고 마지막으로 지금의 박보영을 있게 한 수많은 일들을 추억하고 그리워할 줄 아는 배우였다. 그래서 또 한 번 느꼈다. 이래서 다들 ‘박보영, 박보영’ 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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