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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인터뷰] 여성 힙합 뮤지션⑪┃리제의 절실함, 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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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t뉴스 김예나 기자] <마초적인 성향이 강한 힙합 장르는 더 이상 남성들의 전유물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최근 방송 프로그램부터 음원 차트, 언더그라운드 씬까지 여성 힙합 뮤지션들의 활약이 돋보이고 있기 때문. 그들은 말한다. 성별을 떠나 그저 묵묵히 힙합의 길을 걷고 있는 똑같은 뮤지션일 뿐이라고. 여기 힙합을 사랑하는 여성 뮤지션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최근 한경닷컴 bnt뉴스와 만난 열한 번째 여성 힙합 뮤지션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은 래퍼 리제(LIZE)다. 지난 2011년 걸그룹 에이프릴 키스로 데뷔한 리제는 이후 LPG 멤버로 활동하며 남다른 행보를 이어왔다. 이후 올해 3월 첫 싱글 ‘엘리제를 위하여’를 시작으로 ‘미치게 섹시해’ 등을 발표하며 여성 솔로 래퍼 리제의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걸그룹 멤버에서 여성 솔로 래퍼가 되기까지

그 떨림을 기억한다. “너 오늘부터 래퍼 하라”며 보컬 연습생 리제의 랩이 인정받던 그 순간 말이다, 그때부터 리제의 갈망은 시작됐다. 랩이 하고 싶었다. 소위 걸그룹 내 파트 전쟁 따위는 리제에게 의미 없었다. 랩을 할 수 있는 자신의 모습을 대중 앞에 보이고 싶을 뿐이었다.

허나 걸그룹 활동 중 래퍼로서의 역량을 키우기엔 무리였다. 솔로 믹스 테잎 작업은 물론 다른 힙합 뮤지션들과의 교류 역시 쉽지 않았다. 어린 마음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회사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걸그룹 멤버였기 때문이다. 

“걸그룹 활동 하면서 문득문득 ‘제가 하고 싶었던 건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때는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스케줄 다니기 바빴거든요. 숙소와 연습실만 오가는 생활을 이어갔죠. 제가 원하는 래퍼로서의 삶을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어요.”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LPG에 합류, 다시 한 번 래퍼로서의 꿈을 키웠지만 변한 게 없었다. 결국 리제는 더 이상 래퍼가 자신의 길이 아니라는 판단 아래 모든 걸 내려놨다. 열정과 갈망은 그대로, 아니 오히려 점점 더 커졌지만 주위의 우려 섞인 시선과 현실적인 부분들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다 내려놓고 일반 회사 생활을 하면서 지냈어요. 그런데 한 3개월쯤 됐을 때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 지금 회사 대표님을 소개 받았어요. 처음에는 커피 한 잔 하자고 해서 찾아갔는데 갑자기 녹음실 부스로 들어가라는 거예요. 연습도 전혀 하지 않은 상태에서 랩을 시키더라고요.(웃음)”

당시 리제는 정말 말 그대로 “모두 내려놓은 상태”였다. 그렇기에 조금씩 랩만 할 수 있다면, 제 이름을 건 앨범 한 장만이라도 낼 수 있다면 다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의 간절함이 보였던 걸까. 지금의 대표는 리제의 실력과 가능성에 만족했고, 이로써 여성 래퍼 리제가 대중 앞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엘리제를 위하여’ ‘미치게 섹시해’, 소통과 참여의 결과물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를 샘플링한 첫 번째 싱글 ‘엘리제를 위하여’는 외면할 수 없는 지독한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애잔한 멜로디 라인에 쓰디쓴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읊조리는 리제의 래핑이 특징이다.

이어 발표한 두 번째 싱글 ‘미치게 섹시해’는 보컬리스트 키디와 호흡을 맞춘 곡으로 밀당을 하지 않는 이성에게 느끼는 섹시함을 가감 없이 진솔하게 담은 내용이 리스너들의 큰 공감을 자아냈다.

“요즘 썸이 유행이라고 하잖아요. 하지만 전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 건 썸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예전 남자들처럼 좋으면 좋은 대로 표현하거나 밀어 붙이는 모습들이 더 좋다고 느꼈죠. 밀당은 사실 비겁한 행동인 것 같기도 하고요. 솔직하게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남자가 미치게 섹시하지 않나요?”

앞서 발표한 두 곡 모두 회사 측의 주도가 아닌, 리제의 적극적인 참여로 진행됐다. 그는 “소통이 잘 되니까 결과물도 잘 나오는 것 같다”며 “지금 같은 회사가 있을 거라 상상도 못 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세 번째 싱글은 탱고와 힙합을 접목시킨 장르에요. 개인적으로 부드럽고 잔잔한 감성 힙합을 좋아하지만 대중적인 힙합이 세고 강하다 보니 배제할 수는 없더라고요. 래퍼로서 제 실력과 기량을 보이기 위해서 더욱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리제는 “앨범을 정말 많이 내고 싶다”며 “다작을 하는 래퍼가 되고 싶다. 한 달에 한 번씩 음원 발매 계획을 잡고 있다. 다양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점이 제 장점인 것 같다. 이미 만들어진 곡도 많고 앞으로 상황이나 분위기에 맞춰 한 곡씩 선보일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또 한편으로는 결코 서두르지 않겠다는 것이 리제의 설명이다. 그의 꿈을 위해 부단히 많은 노력과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빨리 인정받고 싶은 것은 사실이지만 “냉정함을 잃지 않겠다”는 마음이 더 강했다. 

“생각해보면 지난 시간동안 우선 제 뚜렷한 색깔을 찾고자 했어요. 그렇게 제 색깔을 찾은 후에 방송이나 공연 등을 통해 대중 앞에 나서는 게 좋은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오랫동안 꾸준히 하면서 실력적으로 인정받고 나면 더욱 당당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내공 있는 실력파 래퍼 되고파

래퍼로서 내공을 탄탄하게 쌓아가는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리제는 “예전에는 제 모습을 보이고, 이름 알리기만을 생각했다면 지금은 제 음악을 많이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입을 열었다.

“우선 제가 갖고 있는 콘텐츠를 강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제 다양한 색깔을 더욱 더 보여줄 수 있을 테니까요. 외모적으로 주목 받는 것보다 제 음악이 인정받는 것이 더 행복할 거예요. 그저 겉모습만으로 평가받고 음악을 아무도 모른다면 래퍼로서 정말 아쉬운 일이겠죠.”

그 배경에는 래퍼로서의 절실함이 가장 컸다. 치열한 걸그룹 생활 끝의 공허함 속에서도 래퍼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채 달려왔던 리제의 지난날을 생각해보면 지금이야말로 생애 가장 행복한 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는 요즘 정말 행복해요. 매번 틀에 박힌 트레이닝을 받고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만 할 거라 생각했거든요. 인터뷰도 마찬가지에요. 늘 정해진 인터뷰만 했었는데 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진짜 인터뷰를 하게 돼 정말 좋아요.”

한 마디 한 마디 진솔함이 묻어났다. 리제가 겪었던 지난 세월들을 완벽히 공감하고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회상하는 그의 눈빛과 입가에 옅게 번지는 미소에서 그 시절의 꿈과 열정, 갈증과 고민을 읽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리제의 앞으로 활동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앞서 언급했듯 활발한 음원 발표 계획 중인 리제는 “저만의 특별함을 보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지금 힙합 시장이 대중가요 씬에서 커졌고, 예전보다 수면 위로 많이 올라왔잖아요. 저는 그 안에서 특별함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첫 싱글 때 클래식을 결합했고, 다음 앨범에서 탱고를 접목시키듯이 말이죠. 다양한 소스를 사용한 힙합을 통해 색다르고 신선한 재미를 선사하고 싶어요. 한 곡 한 곡 발표할 때마다 더 기대감을 갖고 들어주세요.”

완벽하고 순탄한 꿈의 여정이 과연 존재할까. 물론 마음먹기 달렸고,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현실의 벽 앞에 무너지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허나 그때마다 포기하지 않고 또 다른 마음가짐으로 도전한다면 언젠가 웃는 얼굴로 뒤돌아볼 수 있는 여유와 행복을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사진제공: 이프로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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