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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동차에 문화를 입힌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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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에서 영화를 보고, 쇼핑을 한다. 그리고 자동차와 대화도 한다. 음악을 들으며 여행 경로를 알차게 구성하며, 아름다운 곳이 있으면 사진은 물론 동영상으로 녹화도 할 수 있다. 손가락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되 필요한 기능은 모두 수행하고, 로터리 스위치를 돌리지 않고도 증강현실로 가상 화면을 볼 수 한다. 톰 크루즈가 출연했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가상세계가 자동차에 그대로 옮겨 온다. 불가능하다고? 천만에…. 얼마든지 실현되고, 지금도 상용화 기술은 충분하다. 남은 것은 오로지 소비자의 수용 여부다. 새로움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의 문제일 뿐 기술은 이미 완성돼 있다.






 지난해 현대차가 강남 도산대로에 '현대모터스튜디오'를 개설했다. 단순히 자동차회사가 아니라 이제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창조기업(?)으로 나가겠다는 의지다. 이에 앞서 BMW코리아는 서울오픈아트페어에 4시리즈 컨버터블의 비주얼 협업작업 '보타이(Bow Tie)'를 전시한 바 있다. 예술작품과 같은 이미지를 구현해 소비자에게 감성적으로 다가가려는 실천이다.

 이처럼 문화는 자동차생활 곳곳에 넘쳐난다. 그렇다면 대체 문화란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에서 문화는 사상, 의상, 언어, 종교, 법이나 도덕 등의 규범, 가치관과 같은 것들을 포괄하는 '사회 전반의 생활양식'으로 정의된다. 얼핏 들으면 실체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문화가 자동차에 들어오는 것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오디오다. 1930년대 무선라디오로 시작된 카오디오는 테이프, CD 시대를 거쳐 지금은 음원 스트리밍으로 발전했다. 운전자는 블루투스 연결로 원하는 음악을 언제든 들을 수 있고, 스피커의 음질 향상에 따라 원음을 재현할 수도 있다. 마치 실내 콘서트홀에서 직접 연주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운전자는 자신이 선택한 자동차에 감동을 받는다. 

 자동차회사가 문화기술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문화기술 자체에 첨단 기능의 손쉬운 사용과 운전자 오감을 충족시킬지 수많은 고민이 담길 수밖에 없어서다. 물론 대당 가격을 높여 마진도 늘릴 수 있다.

 이런 문화기술은 곧 소비자 감성과 직결된다. 그래서 소비자 감성을 자극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흘러나온다. 그런데 감성을 충족시키려면 그에 맞는 기술적 요소가 해결돼야 한다. 앞서 언급한 카오디오처럼 자동차를 하나의 미디어로 본다면 수많은 첨단 디지털 코드를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수행시켜야 한다. 라디오를 쉽게 들을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모니터를 통해 동영상을 보거나 사진 감상도 가능해야 한다. 엉덩이에 밀착된 시트의 착좌감도 좋아야 하고, 스티어링 휠의 촉감도 좋아야 한다. 하다못해 수동변속기 시프트레버의 모양과 재질도 감성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자동차는 기본적으로 움직이는 스마트 기기다. 운전에 방해되지 않으면서 동시에 각종 조작이 편해야 한다. 또한 기능 이해에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 그래서 인간과 자동차의 소통에 대해선 ‘HVI(Human Vehicle Interaction)’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HVI는 기계의 움직임에 필요한 모든 분야별 상호작용을 포괄하는 개념인 만큼 인스트루먼트 패널 및 센터페시어 등도 포함된다. 그 중에서도 센터페시어는 운전자가 직접 조작이라는 입력 단계를 거쳐 필요한 기능의 출력을 얻어낸다는 점에서 일방적으로 운전자에게 정보만 전달하는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차별된다.

 과거 자동차 센터페시어는 로직형 버튼의 일관적인 배열을 통해 운전자와 상호 작용을 이끌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포드 익스플로러처럼 터치패드 방식으로 조작에 첨단 기능을 부여,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담아내는 추세다. 기본적인 입출력의 기본 과정은 동일하지만 다양한 기능을 운전자가 편리하게 조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그래픽을 강화하고, 필요한 경우 음성으로도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고안됐다.

 나아가 센터페시어의 다른 기능성도 보강되는 추세다. 일체형이었던 센터페시어를 차체와 분리하고, 그 사이를 수납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한국지엠 알페온의 경우 센터페시어 내 디지털 모니터 뒷부분에 공간을 만들어 사적인 물건을 놓을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이를 제조사에선 '히든 스토리지(Hidden Storage)'라고 부른다.






 향후 자동차 HVI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센터페시어를 통해 풍량을 조절하거나 음악을 듣는 등의 필요 기능 수행 외에 센터페시어를 또 다른 용도로 쓸 수 있도록 만들어 줄 때 소비자 만족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볼보가 센터페시어를 얇게 설계해 뒷 공간을 확보한 게 대표적인 예다. 또한 센터페시어의 설계 단순화를 통한 무게 감량은 효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미니멀리즘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그러자면 당연히 센싱이 가능한 가상의 입력 기능이 존재해야 한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현실로 다가오는 셈이다. 

 권용주 선임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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