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김예나 기자] 첫 만남의 그를 떠올려본다. 웃음기 없는 얼굴, 심드렁한 말투, “슬럼프”라는 고백까지. 헌데 1년 만에 마주한 이 남자, 꽤 단단해졌다.
최근 가수 크루셜스타가 한경닷컴 bnt뉴스 사옥을 찾았다. “잘 지냈느냐”는 첫 질문에 돌아오는 그 특유의 소년 같은 미소가 반갑다.
“지난해 정규 앨범 내기 전까지는 정말 꽉 닫혀 있었어요. 그런데 정규 앨범 발표하고 주위에서 인정도 받고 자신감이 생기니까 저만의 정체성을 갖게 됐어요. 이제 어디 나가서 제 음악을 들려줘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2014.10.16. 첫 정규 앨범 ‘미드나잇(Midnight)’
그는 지난해 데뷔 첫 정규 앨범 ‘미드나잇(Midnight)’을 발표했다. 싱어송라이터로서 자신만의 분위기와 음악적 스타일을 제시해온 크루셜스타는 첫 앨범에 대해 “이제까지 작업 중에 가장 만족하는 결과물인 것 같다”고 회상했다.
“앨범 발매 당시에 정말 만족했어요. 곡간의 연결성도 좋았고요. 다른 작업물들에 비해 괜찮다고 생각해요. 사실 제가 쉽게 만족을 하는 편이 아니라 이전 작업물들은 ‘별로다’고 생각하는데, 정규 앨범은 지금 생각해봐도 괜찮은 것 같아요.”
타이틀곡 ‘꿈을 파는 가게’는 퓨전재즈계의 거장 밥 제임스(Bob James)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당초 밥 제임스의 음악을 샘플링 하길 원했던 크루셜스타의 음악을 들은 밥 제임스가 피처링으로 참여를 원한다는 요청을 보낸 것. 이를 설명하며 크루셜스타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일 이었다”며 “정말 영광이었고 꿈같았다”고 털어놨다.
그간 크루셜스타는 ‘리얼 러브(Real Love)’ ‘투나잇(Tonight)’ ‘플랫 슈즈(Flat Shoes)’ ‘아임 오케이(I’m OK)’ ‘너에게 주고 싶은 세 가지’ 등의 곡으로 사랑꾼 이미지가 강했다. 랩과 보컬을 넘나드는 감미로운 보이스, 리스너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달달한 노랫말 등이 이를 뒷받침 했다.
하지만 그는 “사랑꾼” 이미지를 깨고 싶었다. 단순히 사랑만 노래하는 아티스트가 아님을 보이고 싶었던 것. 그는 “이번 정규 앨범으로 저에 대해 갖고 있는 대중적 이미지를 뒤엎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제가 주로 달달한 스타일의 곡들을 주로 발표하다 보니 저에 대해 안 좋게 생각하는 힙합 리스너들도 있었어요. 그래서 정규 앨범으로 그런 이미지를 깨고 싶었어요. 결과적으로 이건 완벽하게 성공한 것 같아요. 저를 싫어하다가 좋아하게 됐다는 팬들도 많아졌고, 저라는 아티스트에 대해 대중이 놀란 것 같아요. 정말 기분 좋은 일이에요.”
그는 사랑이 아닌 “꿈”을 ‘미드나잇’에 담았다. 꿈을 꾸는 혹은 꿈을 찾기를 간절히 원하는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픈 앨범이었다. 크루셜스타는 “저를 위해서보다 다른 사람들을 위한 음악을 하고 싶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전까지는 제가 꽂히는 주제를 앨범에 담는 스타일이었어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메시지적으로 사람들을 위한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선택한 주제가 꿈이었어요. 긍정적인 에너지를 담고 있잖아요.”
허나 정작 꿈을 풀어내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는 그의 설명. 뿐만 아니라 크루셜스타는 앨범 발표 이후 “기존의 생각이 바뀌었다”고 조심스레 털어놨다. 그는 “꿈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각자 처한 환경이 있지 않는가. 그 환경이 꿈에도 많이 영향을 미치더라. 주위 친구들 중에 꿈이 아예 없어서 그 꿈을 갖기를 바라는 이도 많다. 마냥 쉽게 풀어낼만한 주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무조건 너도 할 수 있어’라고만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금 더 깊이 다독여줘야 하지 않을까 싶었죠. 돈이 많은 집안에서 태어난 아이는 ‘넌 이렇게 해야 해’라는 꿈을 강요받을 수도 있고, 반대로 돈이 없는 집안에서 태어난 아이는 꿈마저 사치일 수가 있거든요. 조금 더 깊이 있는 공감이 필요할 것 같았어요. 단순히 공감을 사려는 음악이 아니라 진짜 제 안에서 나오는 느낌을 담아내는 거죠.”
조곤조곤 천천히 이어가는 대답들. 명쾌한 답은 아니었지만 그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스며들 듯 이해됐다. 바로 이런 게 공감 아닐까. 이에 대해 크루셜스타는 “리스너들에게 공감을 강요하고 깊은 마음은 없다. 그저 제가 생각하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다. ‘제가 이렇게 생각하는데 당신은 어떻느냐’고 묻는 거지 반드시 일치할 필요는 없다. 물론 완벽하게 같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겠지만 일치하지 않는다고 해도 문제될 건 없다”고 밝혔다.
#2015.05.07. EP 앨범 ‘보이후드(Boyhood)’
이후 크루셜스타는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담은 EP 앨범 ‘보이후드(Boyhood)’를 발표했다. 이 앨범에서 크루셜스타는 ‘미드나잇’의 진지하고 내려앉는 느낌과는 달리 발랄하면서도 깨끗한 느낌, 아이 같고 철들지 않은 모습들을 보여줬다.
“제 어린 시절 이야기들을 앨범으로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앨범이에요. 작업 기간도 짧았고 다른 앨범들에 비해 가볍게 만들었어요. 지금 아니면 이런 이야기를 못 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지금 전 다르거든요. 그렇게 순수하지도 않고요.(웃음)”
그는 5번 트랙 ‘이어폰소년’을 가장 애착 가는 트랙으로 꼽았다. ‘이어폰소년’은 어딜 가든지 항상 이어폰을 끼고 음악과 함께한 크루셜스타 자신의 어린 날을 회상한 곡이다. 언제까지나 그 시절의 동심과 순수함을 지키고 싶다고 노래하는 아웃트로의 진솔한 매력이 리스너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든다.
“이번 앨범을 함축적으로 담아낸 곡인 것 같아요. 이어폰이 곧 ‘열정’의 상징이에요. 사람이 아무리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도 초심이나 열정을 잃기 마련이잖아요. 그 마음을 잃고 싶지 않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솔직히 지금이 예전과 같은 마음이라고 한다면 거짓말인 것 같아요. 작업할 때 귀찮기도 하고 대충하고 싶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최대한 극복하려는 거죠. 사실 불과 1년 전만 해도 큰 슬럼프였어요. 정체성도 확고하게 잡혀있지 않았고, 제가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더라고요. 하지만 지금은 제법 자신감도 생기고 정체성도 잡힌 것 같아요.”
자신감과 정체성. 내뱉는 두 단어에 힘이 들어갔다. 그 순간, 소년에서 어른이 된 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니 적어도 슬럼프 따위에 흔들리지 않을 만큼 크루셜스타, 견고한 남자로 한 뼘 성장해 있었다.
“올해가 제게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아요. 제가 해야 할 음악에 대해서도 알아가고 있고, 제 음악을 통해 무슨 메시지를 줘야할 지도 알 것 같아요.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제 음악의 방향성 역시 잡을 수 있을 것 같고요.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프로패셔녈한 크루셜스타의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지금이 그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시기고요. 지켜봐 주세요.”(사진제공: 그랜드라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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