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김예나 기자] <마초적인 성향이 강한 힙합 장르는 더 이상 남성들의 전유물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최근 방송 프로그램부터 음원 차트, 언더그라운드 씬까지 여성 힙합 뮤지션들의 활약이 돋보이고 있기 때문. 그들은 말한다. 성별을 떠나 그저 묵묵히 힙합의 길을 걸어왔노라고. 똑같은 힙합 뮤지션일 뿐이라고. 우리가 이제껏 몰랐던 혹은 앞으로 주목해야 할 여성 힙합 뮤지션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제가 갖고 있는 무기를 다 보여주고 싶어요. 아직 처음이라 퀄리티가 좋지는 않지만 (웃음) 제 스스로 만들어 내고 싶어요.”
최근 한경닷컴 bnt뉴스가 여성 힙합 뮤지션 릴레이 인터뷰를 위해 신인 래퍼 에이레이스(A’Lace)를 만났다. 지난달 데뷔 앨범 ‘앳 라스트(At Last)’ 타이틀곡 ‘시간을 갖자는 말’을 발표하고 힙합 뮤지션으로서 첫 걸음을 뗀 에이레이스는 “랩과 보컬, 두 가지 무기를 가진 뮤지션이 되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제가 다른 래퍼들과 차이점이 있다면 노래를 오래 했다는 점이 아닐까 싶어요. 그러던 중 랩의 매력에 빠져서 래퍼 활동을 시작하게 됐죠. 그렇기 때문에 저의 보컬 실력은 래퍼로서 가진 좋은 무기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에이레이스는 데뷔곡 ‘시간을 갖자는 말’ 랩과 보컬을 직접 소화한 것은 물론 작사, 작곡 및 편곡 등 전반적인 앨범 제작까지 직접 참여했다. 이와 관련 “지금 작곡을 배우고 있다”고 밝힌 에이레이스는 프로듀싱에 대한 욕심을 내비쳤다.
“윤미래 씨나 제시 씨처럼 랩과 보컬을 동시에 하는 여성 뮤지션들은 많지만 프로듀싱까지 직접 하는 분들은 잘 없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프로듀싱까지 하면 뮤지션으로서 가진 더 큰 무기가 될 거라 여겼어요. 그래서 이번 앨범은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다 했어요. 이제 시작하는 단계기 때문에 100% 완벽하게 만족하는 건 아니지만 제가 들었을 때 거슬리는 부분은 없었어요. 앞으로 프로듀싱을 계속 하다보면 언젠가 제 색깔을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어요.”
프로듀싱은 그의 가장 큰 고민이었던 “색깔 찾기”의 해답이었다. 그는 “평소 특별한 개성이 없는 것이 고민이었다. 랩도 노래도 그저 ‘잘한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하지만 저는 ‘왜 제 음악에는 색깔이 없을까’를 늘 고민했다. 그때 곡을 만들어보라는 조언을 받았다. 제 스타일을 찾기 위한 첫 시작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동안 다른 뮤지션의 노래를 커버하면서 ‘감정이 없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제게는 딜레마였죠. 아무래도 제가 감정표현에 솔직하다 보니 노래를 커버할 때 얼굴에 드러나나 봐요. 그런데 곡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그런 이야기를 안 듣게 된 것 같아요. 제가 그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기 때문이겠죠. 이제 음악적 색깔 찾기 위한 고민은 어느정도 극복한 것 같아요.”
힙합 뮤지션으로서 갖는 에이레이스의 욕심은 대단했다. “힙합 음악 리스너들에게 인정받고 싶다”고 말문을 연 에이레이스는 “사실 제가 힙합 씬으로 깊이 들어온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최대한 다양한 스타일의 힙합 음악을 다 들어보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허클베리피, 빈지노, 로꼬 음악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힙합 음악은 각각의 색이 강하다고 생각해요. 제 첫 곡이 감성적인 느낌이 강하다 보니 힙합 리스너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더라고요. 그렇지만 제가 앞으로 보여줄 색깔은 정말 다양할거라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는 대중적인 힙합 음악을 만들고 싶거든요. 누구나 들었을 때 ‘좋다’는 말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전 음악적 욕심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또 에이레이스는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 등 힙합을 소재로 한 방송 프로그램을 언급하며 “자극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집에서 방송을 시청하면서 ‘저도 빨리 저 자리에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나쁘다고 보지 않는다. 제게는 도전적인 자극으로 전해졌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말미 에이레이스는 “저는 굉장히 현실적으로 제 자신을 직시 한다”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간혹 자아도취에 빠진 뮤지션들이 있다. 스스로 자만하지 않기 위해 노력 하겠다”는 설명과 함께. 이런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느껴지는 그의 당찬 매력이 참 예쁘다 여겨졌다. 그래서인지 이제 막 한 걸음을 뗀 “힙합 뮤지션” 에이레이스의 행보가 더욱 궁금해졌다. 앞으로 들려줄 그의 음악, 그리고 보여줄 에이레이스의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될까.
“열심히 해야죠. 제가 지금 학생이라 학교 공부와 음악 작업을 병행하고 있어요. 우선 방학 때 믹스테이프를 발표할 계획이에요. 새 앨범 준비도 게을리 하지 않을 거고요. 무엇보다 제 음악을 대중에게 각인할 수 있는 방법을 더욱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 랩도 더 잘 쓰고, 곡도 더 잘 만드는 힙합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사진제공: 에이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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