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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무뢰한’ 김남길, 지금까지와는 다른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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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t뉴스 박슬기 기자/ 사진 김치윤 기자] “연기적으로 힘을 많이 빼려고 노력 했어요. 그 전에는 캐릭터 안에 갇혀서 감정을 강요하려고 했었다면, 지금은 자연스레 감정을 녹아내려고 했죠. 사람들이 제가 연기한 정재곤을 조금 더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끔요.”

‘해적: 바다로 간 산적’ 이후로 충무로의 ‘흥행 블루칩’으로 등극한 배우 김남길이 이번에는 ‘칸 신생아’라는 새로운 수식어를 가지고 돌아왔다. 인터뷰 내내 “연기적으로 고민이 많았다”던 그는 쟁쟁한 선배 배우들에 견줄만큼 호연을 선보이며 마침내 ‘칸’에 입성했다.

최근 영화 ‘무뢰한’(감독 오승욱) 개봉을 앞두고 한경닷컴 bnt뉴스와 만난 김남길은 “‘칸 신생아’가 이렇게 별명이 될 줄은 몰랐네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칸의 여왕’ (전)도연 누나가 있으니까 대비적으로 돋보이게 하려고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계속 부를 줄은 몰랐어요. 하하.”

칸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취재진과 만난 김남길은 아직 영화제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했다.

“칸이 정말 좋은 게 세계적인 영화인들의 축제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내 작품을 가지고 가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감 할 수 있는 게 더 의미가 있더라고요. 그동안 칸에 간다는 것에 크게 표현을 안했는데, 사실 정말 좋았죠.”


‘무뢰한’에서 김남길은 범인을 위해서라면 정의와 불의를 가리지 않는 일 중독, 목표 중독의 유능하고 비정한 형사로 분했다. 범인을 잡는다는 목표와 중독된 형사의 피로함, 범죄자의 경계가 모호할 정도로 거친 수단을 쓰는 냉혹함 등은 그간 보여 왔던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캐릭터에 대한 콘셉트를 잡았을 때 정재곤의 찡그림, 회한, 한숨 등 그런 것들을 복합적으로 표현한 다는 게 되게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선 안에서 여러 가지를 해봤었죠. ‘이거다’ 싶은 게 없어서 조금 아쉬웠었는데, 감독님이 결정을 잘 해주셔서 복합적인 감정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어 김남길은 ‘무뢰한’에 대해 “클래식하면서 촌스럽지 않은 영화”라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결코 어려운 영화가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지극히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영화죠”라고 설명했다.

그의 의외의 설명에 “편안하게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자 김남길은 “감독님도 그렇고, 배우들도 그렇고 보는 사람이 불편하게 하지 말자고 했었거든요. 그냥 주변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죠. 다들 우리 영화를 보시고 ‘뭐라도 생각해야돼?’라는 걱정을 하실 수도 있는데, 위트 있는 부분들이 있어서 편안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사실 ‘킬리만자로’ 오승욱 감독의 15년만의 연출작인만큼, 김남길 역시 부담감이 컸을 터. 오랜만에 충무로로 돌아온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감독님이 디렉션을 잘 안 해주는 스타일이세요. 대신 작품 들어가기 전에 정재곤이라는 캐릭터에 대해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했죠. 어느 정도 표현할지를 약속해놓고 시작을 한 거였거든요. 그런데 영화를 보니까 생각한 것보다 정재곤의 감정이 많이 드러나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된 거예요?’ 물어보니 ‘인물들의 고달픈 감정을 더 수월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그랬다고 하시더라고요. 결과적으로 담백하면서도 고달픈 감정들이 관객들에게 더 잘 전달되는 것 같아요.”

“담백한 연출 때문인지 김혜경과의 러브라인이 더 애틋했던 것 같다”고 말하자 그는 “저도 좋아하는 부분이에요 굳이 서로가 말을 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감정들 있잖아요. 제가 앞서 말했듯이 연기에 힘을 뺀다라는 것이 어떤 감정의 표현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적인 것들을 이해하고 유연성 있게 녹여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했던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김남길은 자연스럽게 정재곤에 녹아들었다. 김혜경에 대한 알 수 없는 감정과 만난 후 임무와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작은 흔들림과 그의 무표정 속에서 나오는 미묘한 감정변화는 영화에 대한 물입도를 높였다. 하지만 그것은 곧 김남길의 연기뿐만 아니라 상대배우인 전도연과의 호흡도 좋았다는 것.

“정말 신기한 게, 도연 누나가 제가 무엇이 고민인지 잘 알고 계시더라고요. 이야기를 하다보니 제 연기에 대해서나 캐릭터에 대해서나 저의 문제점이 뭔지 알게 됐죠. 무엇을 표현하든 한가지 감정만이 정답이 아니었는데 말이에요. 많은 것을 이야기 나누고 해서 그런지 호흡이 너무 좋았죠. 도연 누나가 잘 받아주신 것도 있고요. (박)성웅 형도, (곽)도원 형도 주고받는 호흡이 정말 좋았어요. (웃음)”

그들의 좋은 호흡 때문이었을까. 영화 속 각 인물들은 자신만의 무뢰한을 제대로 표현했다. 이에 “김남길에게 무뢰한은 어떤 의미였느냐”고 물었다.

“우리 모두가 무뢰한인 것 같아요. 요즘은 SNS를 통해서 자신의 의견들을 잘 피력하지만, 용기가 필요한 순간에는 막상 숨잖아요. 바르고 깨끗한 사람인줄 알지만 결국 아니라는 거죠. 극중에서 제가 소변을 보고 냄새를 맡는 장면이 있거든요? 그 신을 보면서 많은 기분을 느끼실 거라 생각해요.”

그러면서 김남길은 ‘무뢰한’ 관객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하드보일드 멜로, 무뢰한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무거움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편하게 오셔서 재밌게 보실 수 있는 영화예요. 어떤 분들은 ‘해적’보다도 재밌다고 하시더라고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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