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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천의 얼굴‘ 이엘 “사람들이 나를 신기해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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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옥 기자] 그의 이름을 들으면 ‘누구지?’ 하겠지만 얼굴을 보면 ‘아~’ 할 것이다. 화려한 경력에 비해 얼굴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것이 신기할 정도. 작품 역시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것들이다.

스스로도 “얼굴을 보고 이름이 바로 나오면 신인을 벗어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많은 분들이 나를 모르시니까 나는 신인”이라며 아직 밖에 돌아다는 것도 너무 편하다고 말한다.  

배우 이엘은 2008년 영화 ‘시크릿’으로 데뷔 후 ‘황해’, ‘페이스 메이커’, ‘광해, 왕이 된 남자’, ‘여배우는 너무해’, ‘하이힐’을 비롯, 드라마 ‘엄마의 정원’, ‘괜찮아 사랑이야’, ‘라이어 게임’, 현재 ‘이혼 변호사는 연애중’ 외 11편에 출연했다.

또한 기아자동차 K5, 쁘띠첼 김수현의 선배, 삼성 갤럭시s4 액티브 CF에서 핸드폰을 물에 씻는 여자, 2편의 현대카드 등을 찍으며 CF계 블루칩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특히 그는 도회적인 캐릭터, 트렌스젠더와 같이 독특한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해내는가 하면 엄마의 정원에서의 털털한 역할 등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어? 이엘이 이런 연기도 하네?’, ‘이런 역할도 어울리네’라며 신기해하는 것을 원한다고. 연기력은 기본이니 다양한 배역을 자연스럽게 표현했다는 것이 인정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간 생각해 왔던 화려하고 도도한 이미지와는 달리 조용한 말투와 함께 티셔츠에 청바지를 즐겨 입을 만큼 수수했던 이엘. 만난 순간부터 이미 그가 신기해졌다.


이름이 특이하다. 하지만 본인의 이미지와 잘 맞는 것 같은 생각도 든다.

김지현이라는 본명이 너무 흔해서 막연히 특이한 이름이 갖고 싶어 직접 지었다. 여배우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일 수 있으나 독특한 이름만큼 특이하게 기억에 남게 잘 지었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현재 출연 중인 ‘이혼변호사는 연애중’에서 주인공을 괴롭히는 한미리로 분했다. 악역 연기는 어떤가.

정말 극중에서 계속 싸운다. 하지만 명확한 상황이라는 게 있어서 싸우고 화내는 것이 연기하기가 쉽고 오히려 생활 안에서의 잔잔하고 작은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더 어려운거 같다.

곧 방영을 앞둔 OCN ‘아름다운 나의신부’에서 역시 이혼 변호사와는 차원이 다른 악역을 맡았다. 선배들이 더 세게 연기를 하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카메라로 거쳐서 나오면 덜 표현이 되기 때문에 ‘왔다 장보리’의 이유리씨 같은 그 정도의 에너지가 나올까 싶어 어떻게 표현해 나갈지 고민 중이다.

다양하고 강렬한 이미지의 배역을 소화해 왔다. 어쩐 점을 가장 많이 고민하는가.

그 장면의 상황을 가장 염두에 둔다. 대사를 외울때도 한줄 한줄 외우고, 호흡을 나눠서 계산해서 나오는 연기가 아니라 통으로 상황을 먼저 이해를 한 다음 ‘이런 상황에서 이것 때문에 화가났고 그래서 내가 이런말을 하게 되고’ 이런식으로 그림을 그린다. 하지만 현장에 가면 또 변수가 많다. 앵글, 세트, 촬영장의 구조, 상대 배우의 톤이 예상했던 것과 다른 것까지. 대사만 달달 외우면 이러한 상황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지 않는 것 같다. 항상 미리 촬영장에서 먼저 가서 동선이나 소품 등을 둘러보고 체크하는 편이다. 

‘황해’ 베드신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야외 한 씬 찍고 1년 만에 스텝들과 감독들을 만나 촬영한 첫 씬이었다. 황해 자체가 제작 기간이 워낙 길어 힘들게 작업했던 터라 다들 예민해 있던 타이밍이었다. 나 역시 몸이 나오니까 먹지도 못하고 쫄쫄 굶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긴장이고 뭐고 다 벗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이 제일 컸다. 2박3일 예상하고 짐 쌌다가 일주일만에 나왔다. 진짜 악으로 한 것 같다.

트랜스젠더 역할 역시 인상이 깊었다.

평소 트랜스젠더나 동성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라 따로 캐릭터에 대한 공부는 하지 않았다. 또한 내가 ‘트랜스젠더다’라고 생각하지 않고 트랜스젠더로 봐도 좋고, 여자로 봐도 좋고, 여장 남자로 생각해도 좋다는 식이었다. 오히려 관찰하고 들어갔으면 더 배역에 대한 고민이 많아져서 자연스럽지 못했을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배역이 있다면.

‘괜찮아 사랑이야’에서의 세라. 세라는 겉모습은 완벽한 남자지만 내면에 여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고 살다가 진짜 여자가 된 트랜스젠더다. ‘하이힐’에 바로 이어서 두 번째 트랜스젠더 역이었는데 받아들이는 자체가 굉장히 묘했다. 침대에 누워있는 장면을 찍는데도 그랬고 상담하는 씬을 찍을 때도 세라를 이해하는 것이 수월했던 신기한 느낌을 받았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tvN 드라마 ‘라이어게임’. 대본, 캐릭터 다 재밌었고 스텝, 감독, 출연진들까지 팀웍이 너무 좋았다. 촬영장에 가고 싶고 신이 날 정도로 즐겁게 촬영했다. 드라마 끝나고도 만나면 시즌2 하자고 조를 정도로 사람들끼리의 궁합이 너무 좋았다.

앞으로 개봉할 영화 ‘내부자들’에서의 유일한 여자 배우다. 맡은 배역을 많은 여배우들이 탐냈었다고.

고급 요정 마담 역할을 맡아 이병헌의 복수를 돕는 역할로 등장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항상 여자 배역들이 피해자에 국한되어 있거나 주연의 조력자 정도로 여배우가 강렬한 영화들이 없다. 그래서 최근 개봉한 ‘차이나타운’을 주변 사람들에게 꼭 보라고 한다. 남자들만의 느와르가 쏟아지면서 그런 스토리의 영화가 안 나온지 굉장히 오래된 것 같아서 2명의 여배우가 주인공인 영화도 ‘뭔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독특한 마스크 때문에 독특한 배역이 들어오는 것 아닐까. 어떤 점이 좋은가. 

독특하게 생긴 얼굴로 캐스팅되기도 하고 각도에 따라서 얼굴이 변하는 점으로 캐스팅 되기도 한다. 도회적인 이미지로는 광고쪽으로 득이 많이 됐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말투도 어눌하고 SNS에 바보표정 지어서 올려서 다른 여자 연기자들처럼 예쁘게 올리라고 주변에서 한 소리 듣기도 한다. 그래도 그러한 나의 엉뚱한 면을 팬들이 좋아해 준다. ‘생각보다 소박한거 좋아하시네요’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20대의 연기와 30대의 연기, 어떤 점이 달라지던가.

20대에는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렸다. 어려운 집안 형편때문인지 하나라도 작품을 더 해야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고 언제나 일, 가족, 돈이 전부였다. 항상 우울했고. 시니컬했고 친구도 필요 없었다.

이제 30대가 되니 연기, 외모, 성격 등 모든 것이 조금씩 완성되어 가는 느낌이 든다. 언제나 일을 놓을 수가 없어 노심초사 했지만 돌아보니 작년까지 일을 오버랩되지 않은 적이 없었을 만큼 많은 작품을 했더라. 어느정도 마음적으로 안심이 되어 나도 돌아볼 수 있고 주변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어려운 형편에 앞날이 그야말로 불투명한 연기자를 고집했던 이유.

어릴 때 그림을 포기한 뒤 처음으로 하고 싶었던 것이 연기였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연기만 생각했다. 다른 일을 해보려고도 생각했지만 연기만이 내가 잘 할 수 있고 노력만 하면 잘 되서 가족들도 도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운도 좋았다. 연기자가 되리라 생각한지 1년 안에 싸이더스라는 회사를 만났고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긍정적인 칭찬도 많이 받았었다. 그래서 어린 나이에 ‘이 정도면 나만 열심히 하면 되겠다’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연기를 하고 싶은가.

사실 연기가자 불안정한 직업이 맞기 때문에 고민이 많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내 자리를 대신할 후배들이 계속 생기고 잘하는 친구들도 너무 많기 때문에 한 작품이라도 쉬면 나는 금방 잊혀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록 사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그래서 인생 계획 중 하나가 디저트 전문점이나 커피전문점을 차리는 것이다. 언니가 있는데 바텐더, 디제잉도 한다. 칵테일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언니랑 한다면 바를 차리게 될 지도 모르겠다.

어쩐 배우 롤 모델, 존경하는 배우

연기를 잘하는 분들이라면 손에 꼽지 못할 정도로 너무나 많지만 그 중에서도 꼭 꼽으라면 제니퍼로렌스. 로렌스는 영화 ‘헝거 게임’의 성공으로 액션 영화는 남자가 중심이라는 사고를 깼다. 이전에 탑 200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여자 액션 배우를 중심으로 한 영화 중 히트한 영화는 없었다.

그의 연기는 틀에 박힌 격식이 없다. 다양한 배역 속에서의 자유로움을 닮고 싶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나를 볼 때마다 신기해했으면 좋겠다. ‘이런 것도 어울려’, ‘할 줄 아는 것 많다’, ‘작품마다 얼굴이 변해서 못알아보겟어’ 그런 거. 다양한 모습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기획 진행: 김희옥
포토: bnt포토그래퍼 김태오
의상: 주줌, 스타일난다, 락리바이벌
주얼리: 주줌, 비엔베투
시계: 베카앤벨
선글라스: 룩옵티컬
슈즈: 바네미아
헤어: 이경민 포레 의환 부원장
메이크업: 이경민 포레 안미나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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