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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성능 시대여 안녕, 이제는 브랜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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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 성능을 표시하는 힘의 단위는 출력(㎾, ㎚), 토크(㎏.m) 등이다. 그러나 이런 단위가 실제 소비자를 유인한다고 여기면 곤란하다. 경량화 덕분에 마력과 토크의 숫자를 놓고 우열을 가리던 시대가 저물어 가고 있어서다. 2,000㏄ 100마력 엔진이 1,000㎏의 중량을 감당하던 때가 10년 전이라면 지금은 1,600㏄ 150마력 엔진이 800㎏을 이끈다. 사실상 성능 경쟁의 시대가 막을 내린 셈이다.

 자동차에 '마력(馬力)'이라는 단위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증기기관을 발명한 제임스와트다. 그는 자신이 제조한 증기기관의 힘을 이해시키기 위해 당시 영국에서 마차 견인용으로 널리 쓰이는 말(馬), 그 중에서도 샤이어 품종을 골랐다. 이렇게 인식된 말의 힘은 전반적으로 기계나 물체를 쉬지 않고 계속 움직이게 하는 '동력'의 단위로 활용됐다.






 힘을 나타내는 또 하나의 단위인 '토크(Torque)'는 유럽 켈트족의 목 장신구에서 비롯된 용어라고 한다. 로마가 브리튼을 침략하면서 토크 장신구는 용맹한 군인에게 상으로 주어지곤 했는데, 이후 과학에서 토크 단위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아르키메데스(BC287-212)로 알려져 있다. 이른바 회전하는 힘을 의미한다. 

 출력과 토크는 1896년 내연기관 자동차 등장 이후 100년을 지배해 온 자동차의 화두였다. 힘에 비례한 속도 경쟁은 엄청난 고성능 스포츠카를 개발시켰고, 스포츠카 매력에 흠뻑 빠진 이들이 늘면서 고출력은 자동차의 신분(?)으로 여겨지는 현상을 일으켰다. 
 
 하지만 고성능이 결코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부터다. 고성능이라도 달릴 도로가 없는 데다 환경 문제가 크게 부각됐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속도 경쟁은 경주장에서만 관심일 뿐 소비자 인식에선 차츰 벗어나기 시작했다.

 실제 지난 2011년 마케팅인사이트가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자동차 구매이유를 조사한 결과 엔진 배기량 및 성능은 10가지 우선 항목 중 8위에 그쳤다. 반면 디자인은 부동의 1위로 꼽혔고, 그 위상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그런데 최근 브랜드가 새로운 영역을 확대하는 중이다. 물론 이전에도 영향력은 컸지만 요즘처럼 절대 힘(?)을 발휘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다 성능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면서 브랜드를 주목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졌고,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곧 구매와 연결되는 사례가 흔하게 나타나고 있다. 브랜드 자체가 주는 사회적, 문화적, 심리적 가치를 공유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아진다는 의미다.

 자동차에서 브랜드는 해당 제조사 이름이 주는 신뢰도를 의미한다. 어떤 철학을 가지고, 어떤 성격의 제품을 만드느냐가 곧 브랜드 가치로 해석될 수 있다. 그래서 기업마다 브랜드 컨셉트를 드러내기 위한 슬로건'에 집중하기도 한다. 벤츠의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 아우디의 '기술을 통한 진보', 렉서스의 '완벽을 향한 끝없는 추구', 현대차의 '새로운 생각, 새로운 가치', 폭스바겐의 '이것이 자동차' 등이 만들어진 배경이다.

 그런데 브랜드가 소비자들의 믿음을 얻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제품력과 품질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름뿐인 브랜드의 영향력이 커지려면 디자인과 품질, 효율 등 자동차의 기본 속성에서부터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자동차 브랜드는 결코 기술력과 떼어내 생각하기 쉽지 않다. 

 물론 기술력에 대한 이미지는 전문화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다시 말해 자동차회사마다 주력 기술 차별화가 곧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랜드로버는 4WD SUV의 대명사로 꼽히며, 토요타는 '기초 품질이 뛰어난 차', BMW는 '역동성이 인상적인 차'로 인식되는 게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제품별 이미지 차이는 극명하게 나타난다. 쌍용차는 SUV의 명가로 알려져 있고, 현대차는 '가장 무난한 차', 쉐보레는 '젊은 차', 르노삼성은 '품격이 담겨진 차'로 소비자 머리에 각인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무형의 이미지는 곧 브랜드의 정체성으로 연결돼 구매 순간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최근 쌍용차가 '코란도'를 하나의 브랜드로 가져간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쌍용차의 대표 차종이 '코란도'였음을 감안해 아예 '코란도'를 별도의 브랜드로 독립시켰고, 그에 따라 코란도 C, 코란도 스포츠, 코란도 투리스모 등의 제품이 이어졌다. 한 때 국내 대표 SUV였던 '코란도(Korando)'가 하나의 브랜드로 부활한 셈이다.

 하지만 '브랜드'라는 건축물이 각광을 받으려면 건축물 자체에 나름의 컨셉트가 있어야 한다. 또한 사용되는 소재와 디자인은 소비자 감성을 충족시켜야 한다. 그러자면 결국 제품력이고, 제품력은 기술 노하우에 따라 달라진다. 그만큼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브랜드를 추종(?)하는 소비자의 증가는 막을 수 없는 대세다. 그들에게 브랜드는 곧 자신을 드러내는 일종의 대외적인 가치이기 때문이다. 성능 시대가 저물고 브랜드 시대가 도래한 배경이다.

 권용주 선임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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