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지 기자/ 사진 김강유 기자] 문수권 옷은 깔끔하다. 그 안에 숨은 디테일이나 위트를 찾는 일은 흥미롭다. 가끔은 소년의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디자이너의 얼굴이 비치기도 한다.
문수권의 디자이너 권문수는 미국 뉴욕에서 인턴을 시작으로 세 번의 제너레이션 넥스트 쇼를 거쳐 작년 가을, 정식 데뷔한 2015 S/S 서울패션위크에서 가파른 성장세로 인기 쇼의 주인공이 됐다. 평소 제 생각과 경험을 토대로 디자인하는 권문수, 그래서일까? 권문수에게도 문수권이 참 잘 어울린다.
사실 알고 보면 그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2만명을 돌파한 서울의 인기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그가 올린 게시물에는 국내뿐 아니라 다국적 팬들의 응원 글도 심심치 않게 보이는 걸 보면 이제 서울의 디자이너도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 같아 패션 기자로서 괜히 뿌듯해지기도 한다.
서울을 대표하는 ‘핫’한 디자이너 권문수. 2015 F/W 서울패션위크를 일주일 앞둔 어느 날, ‘잘 나가는’ 모델들과 정신없이 피팅 중인 브랜드의 수장 권문수를 직접 만났다. “2015 F/W 컬렉션도 자신 있으시겠죠?”
Q. 브랜드 이름이 단순해서 좋다.
내가 생각하는 디자이너 브랜드란 디자이너 이름을 쓰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해외 디자이너들도 자신의 이름을 써서 많이 활동하고 있고 예전부터 내가 브랜드를 하게 된다면 당연하게 내 이름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Q. 문수권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상속자들’ 배우 이민호가 입은 카디건 덕분이었다.
당시 이민호 스타일리스트에게 직접 연락이 왔다. 처음에는 팬 미팅이나 행사로 협찬 요청이 왔었는데 그때는 화보와 잡지 위주의 협찬을 하는 상황이었다. 이후 이민호가 SBS ‘상속자들’을 촬영하면서 스타일리스트에게 세 번째 전화가 왔다. 브랜드 카디건을 드라마에서 꼭 입히고 싶다고 전해 왔다. 나도 “시청률이 잘 나오는 드라마에 해보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는데 중요한 장면에 등장해 이슈가 됐다.
Q. 문수권 2015 F/W 컬렉션에 관해 설명해달라.
이번 컬렉션은 ‘불면증’에 대해 풀었고 타이틀은 ‘Can’t sleep, Count sheep’(잠 못 자는 이들은 양을 세라)로 정했다. 이번 시즌을 준비하면서 내가 잠을 못 잤다. 원래 컬렉션에 내 이야기를 녹여내는 걸 좋아하는데 생각해보니 잠을 많이 못 자서 ‘불면증’으로 풀어내면 재밌겠다 싶어서 결정 했다. 타이틀은 운율을 맞추고 싶었고 그래픽적으로도 재밌게 하고 싶어 정했다.
Q. 가장 아끼는 아이템이나 이번 쇼에서 중점적으로 봤으면 하는 것은 무엇인가?
카디건이 시즌마다 업데이트되고 있는데 이번 컬렉션 역시 기대할 만하다. 또한 양이 자카드로 짜인 아이템이나 소매에 들어간 타이틀 글자를 재밌게 봐주셨으면 한다.
Q. 주로 디자인 영감은 어디서 얻는지 궁금하다.
컨셉슈얼하고 어려운 주제보다는 내 생각을 대중이 쉽게 공감하고 알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다. 주로 내가 흥미로운 것들로부터 디자인을 시작한다.
Q. 주요 타깃이 궁금하다. 영한 감성이 계속되는 것 같은데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을 위한 문수권 스타일링 방법은 없을까?
문수권은 20대 중반부터 40대 초반까지도 소화할 수 있다. 대부분 남성이 허리가 슬림하게 들어간 재킷을 많이 입는데 문수권은 허리 실루엣이 일자다. 그 덕에 마른 체형은 마른 허리를 커버할 수 있고 배가 나온 사람들도 커버가 가능해 카디건 등은 40대 초반까지도 충분히 스타일링이 가능하다.
Q. 세 번의 제너레이션 넥스트 쇼와 두 번째 서울패션위크, 인기 쇼의 주인공이다.
열심히 한 만큼 보답을 받는 것 같아 감사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느낀다.
Q. 남자 모델들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이 덕에 모델을 보기 위해 쇼를 찾는 팬들이 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불만은 없다. 어찌 됐건 모델이 인기가 많아져 패션위크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는 것이기에 좋다. 쇼는 초대받은 사람만 들어올 수 있지만 그래도 관심을 가지고 패션위크 현장에 찾아오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서 부정적인 생각은 전혀 없다.
Q. 컬렉션 모델 캐스팅 기준은?
‘미소년 스타일’을 선호하는 편이다. 호리호리한 체격에 얼굴이 예쁘장한 친구들이 좋다.
Q. 가장 친한 모델은?
남주혁과 윤진욱, 이 둘만 말하면 다른 친구들이 삐지려나? (웃음)
Q. 패션 사업 집안, 남들보다 고생 없이 쉽게 디자이너가 됐다고 생각하는 편견도 있을 것이다.
정말 편견이라고 생각한다. 패션 비즈니스를 하는 아버지 밑에서 배웠고 어린 시절 특별히 고생하지는 않았지만 내 일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첫 시작을 국내에서 했다면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었겠지만 난 외국에서 인턴 생활을 시작했다. 흔히 말하는 연줄 같은 건 그곳에서 전혀 없었고 내가 갖춘 능력으로 취직을 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에 들어와서 나만의 브랜드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편견들이 어쩔 수 없는 점이라고 생각해 억울하지는 않다. 그럴 필요도 없고. 진심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고 얘기할 수 있고 인턴부터 시작했던 일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인턴 시절 무보수로도 일했고 노력의 보상으로 뉴욕에서 취직해 활동하다가 한국에 들어왔다. 계속 미국에서 일 하고 싶었지만 개인 사정으로 한국에 들어오게 됐다. 그때 “조금이라도 어릴 때 브랜드를 해보는 게 어떨까?”하는 생각에 도전했다. 뉴욕에서 브랜드 운영하는 실무적인 일을 많이 배워서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Q. 잡지 화보 촬영과 유튜브 채널 ‘THE ICON’에 출연했다. 방송 출연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패션 배틀 쇼에 출연 계획은 없나?
기회가 된다면 나가는 데에 거부감은 없지만 지금은 시간적 여유가 없다. 상품이나 브랜드 등 인지도가 생겨야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될 수 있어 방송이 이름을 알리는 데에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패션 배틀 쇼도 요청은 많이 왔었는데 내가 정말 시간이 없다.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옷 한 벌 만들었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과정이 있다. 여유가 있으면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Q. 케이패션이 대세다. 디자이너로서 의무감이나 책임감을 가졌는지 궁금하다.
음.. 사실 국가에 대한 사명감보다는 치열한 패션계에서 살아남으려고 하는 이유가 더 크긴 하다. 그래도 메이드 인 코리아의 이름을 붙이고 서울패션위크를 하는 디자이너이므로 자연스럽게 생각해 보게 되는 것 같다.
Q. 3월1일 인도네시아 패션위크에 초청받았다. 어떻게 그곳까지 갔는지 궁금하다.
문화원에서 초청해 줘 인도네시아 패션위크에 참석할 수 있었다. 패션위크 오프닝은 스튜디오케이, 나와 자렛이 마지막을 장식했다. 무사히 마치고 잘 다녀왔다.
Q. 패션위크가 끝난 뒤의 성과라면 어떤 게 있을까?
좋은 쇼 사진을 얻고 그 결과물들로 다른 일들을 진행해 나갈 수 있다.
Q. 세컨드 레이블이나 여성복 론칭 계획은 없는가?
메인 컬렉션 준비 때문에 이것도 아직은 여유가 없다. 여성복 라인은 신세계 블루핏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해 4월 중 출시될 예정이다. 여성복에 도전해보니 어렵더라. 나는 남성복에 관심이 더 많아 남성복만 해 왔으니까. 나중에 도전해보고 싶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렵지 않나?”라는 생각도 든다. 세컨드 레이블도 아직은 계획이 없다.
Q. 2015 F/W 패션쇼가 며칠 안 남았다. 쇼 이후의 활동 계획이 궁금하다.
4월에 열리는 아우디 모터쇼 의상 제작을 맡았다. 그리고 쇼 이후 제품 생산과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해서 아마도 못 쉴 것 같다. 저번 시즌에는 ‘한강의 여유로움’이 콘셉트였는데 내가 쉴 틈이 없어서 컬렉션으로나마 여유를 느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Q. 2015 F/W 쇼도 성공적으로 마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쇼 이후 뒤풀이도 하나?
원래는 수고한 모델들과 쇼 관계자들과 함께 고기를 먹는 정도였는데 이번에는 재밌게 해 볼 생각이다. 친한 동생이 라운지 바를 오픈하는데 그곳에서 진행하게 될 것 같다. 조만간 ‘핫 플레이스’가 될 것 같은 낌새가 느껴지는 좋은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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