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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파일]쌍용차, 티볼리 그리고 이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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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9년 10월. 청산과 존속을 놓고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던 쌍용차가 중장기 회생 전략을 발표했다. 법원의 최종 결정에 앞서 어떻게든 회사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보여주려 했던 셈이다.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당시 'X100'이라는 CUV 제품 개발이 포함됐다. 유럽 내 소형 CUV가 성장하는 만큼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리고 어떻게든 제품을 내놓기 위해 독자 개발 외에 전략적 기술 제휴 및 소싱의 문도 열었다. 

 그러나 그 해 12월 열린 2차 회생계획안은 부결됐다. 해외 채권자들이 청산과 존속을 결정하지 않았고, 법원은 기권으로 받아들여 부결시킬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X100의 꿈도 날아갔다. 그러나 법원은 세 번째 회의에서 쌍용차의 추가 자구안을 인정, 회사를 강제 존속키로 결정했다. 부결이 12월11일이고, 강제 존속 결정이 12월17일이니 불과 6일만에 X100은 사라졌다가 부활했다. 시작부터 고난이었던 게 바로 쌍용차의 X100이다.






 그렇게 시작된 X100 프로젝트에 쌍용차는 모든 역량을 쏟았다. 그러나 여전히 어려운 상황은 개발의 걸림돌이었고, 실추된 기업이미지와 부족한 재원도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2010년 11월, 인도 마힌드라가 구원투수로 나섰다. 그러자 X100 개발도 숨통이 트이며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2011년 9월13일,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 'XIV-1'이라는 컨셉트로 X100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이를 두고 이유일 대표는 현지에서 XIV-1에 쌍용차의 모든 역량을 집중했으며, 위상을 굳건히 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흥분을 감추지 않았던 현장의 생생한 그 모습은 지금도 기억이 선명하다.






 물론 모터쇼에서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자 쌍용차는 이듬해 스위스 제네바모터쇼에 XIV-2를 공개하며 X100의 양산 의지를 다졌다. 나아가 지난해 파리모터쇼에선 앞으로 X100 시리즈로 추가 양산될 ‘XIV-에어’와 ‘XIV-어드벤처’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렇게 개발된 X100에 '티볼리(TIVOLI)'라는 차명이 붙었다. 이유는 분명하다. 코란도 우산을 씌울 경우 SUV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았던 데다 앞으로 계속될 제품 확장에도 보탬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X100 제품군으로 10만대 규모를 달성하기 위해선 별도의 브랜드가 필요했고, 쌍용차는 주력 수출지역이 유럽이라는 점에서 이탈리아 휴양지 이름을 사용키로 최종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쌍용차가 브랜드 벤치마킹으로 삼은 곳은 '미니(MINI)'다. 작은 차 전문으로 인식된 미니가 컨트리맨 등 결코 작지 않은 제품까지 내놓으며 영역을 확대하는 것에 주목했다. 티볼리를 기반으로 쿠페, 정통 SUV 등 다양한 제품군을 마련해 갈 쌍용차로선 X100에 코란도 우산을 씌울 수 없었던 셈이다. 그리고 결과는 현재까지 성공적이다. 가솔린이 먼저 나왔음에도 1주일 만에 5,000대가 넘게 계약됐다. 티볼리만의 시장을 만들겠다는 이유일 대표의 언급이 허풍은 아니었다는 의미다.






 그런데 화려하게 등장한 티볼리를 뒤에 두고 X100 개발의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쌍용차 이유일 대표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한다. 대주주 변경 후 티볼리 개발에 매진해 왔고, 이제 화려한 조명을 받았으니 용퇴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년 모터쇼 현장에서 허물없는 대화로 인연을 만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면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이제 쉬고 싶다는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완전 파산했던 회사를 일으키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6년을 버텨왔으니 말이다. 티볼리에 조명이 쏟아질 때 조용히 떠나기로 결정했어도 티볼리를 볼 때마다 그의 얼굴은 언제나 오버랩 될 것 같다.

 권용주 선임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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