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박슬기 기자] 불온한 두 낭만이 만났다.
따뜻한 아랫목만을 바라던 넝마주이가 어느새 크나큰 땅을 바라며, 끝없는 욕망에 사로잡힌다. 어느새 욕망은 쓸쓸함으로 다가오고, 그들의 불온한 삶은 시작된다.
영화 ‘강남 1970’(감독 유하)은 강남땅의 개발이 막 시작되던 1970년대를 조명한다. 고아 출신의 두 젊음. 김종대(이민호), 백용기(김래원)는 강남땅을 둘러싼 이권다툼의 최전선에서 정치권력의 행동대원이 되어 목숨을 걸고 싸우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강남 1970’은 가진 것 없는 청춘이 폭력과 만나는 드라마로서 거리 시리즈의 주제 의식을 3부작 중 가장 큰 스케일로 보여준다.
첫 영화주연을 맡은 이민호와 극을 무게감 있게 잡고 가는 김래원의 연기 변신은 성공적이다. 동화 속 왕자 이미지였던 이민호는 ‘돈’이라는 욕망에 사로잡혀 서슴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처절한 김종대로 분했고, 김래원은 안정적인 연기를 토대로 백용기의 비열함을 제대로 표현했다.
무엇보다 평범한 행복을 원했던 이민호와 김래원이 욕망에 사로잡혀 배신과 음모의 중심에 서게 되는 과정이 흥미롭다. 가진 게 없기에 잃을 것도 없던 두 남자의 눈빛은 흡사 맹수의 눈빛과도 같았고, 부귀영화를 누릴 기회가 다가올수록 두 남자의 잔인함은 더해져만 간다.
분명 스토리는 강남 개발 광풍에 대한 두 남자의 얽히고설킨 비극적인 삶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러닝타임이 흐를수록 보이는 두 남자의 미묘한 심경변화가 인상적이다. 출구 없는 인생을 깨트리기 위한 이민호의 꾹꾹 눌러 담은 내면연기와 성공이라면 손에 피 묻히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김래원의 과감한 연기는 극의 몰입도를 높이기에 충분했다.
‘강남 1970’은 유하 감독의 작품 중에서도 유난히 남성적이다. ‘돈’과 ‘땅’에 사로잡힌 두 남자의 삶, 그리고 파격적인 농기구 액션과 가감 없는 정사 신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다만 너무나도 가벼이 다뤄지는 죽음과 뜬금없이 나오는 정사신은 적나라하면서도, 섬뜩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유하 감독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액션신은 ‘강남 1970’에서 빛을 발했다. “죽음의 카니발을 보여주고 싶었다”던 그의 말처럼 진흙탕 액션신은 이번 영화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하다. 김종대와 백용기가 반대편 조직원들을 쳐 나가는 과정의 이 액션신은 그 어떤 감정 신보다 비릿하고 묵직한 여운을 안겨준다. 특히 ‘붉은 황토 속 핏물’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에 대한 잔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강남 1970’은 유하감독의 ‘거리 3부작’의 종착지인만큼 강렬함을 남겼다. 이민호와 김래원 두 남자의 연기변신을 성공적으로 이뤄냈고, 강남 개발 광풍에 대한 스토리를 신선하게 풀어냈다. 그런만큼 이번 영화는 단순한 시대극이 아니다. 현대시대의 천민자본주의를 두 남자의 감정선과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오늘날의 현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21일 개봉. (사진제공: (주)미디어플렉스,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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