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슬러코리아가 내년 출시할 중형 세단 200의 가격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상품성 강화에 따른 수입가격 인상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크라이슬러코리아가 내년 2월 중형세단 200을 내놓기 위해 막바지 조율에 나섰다. 그간 대형세단 300C와 고급 미니밴 그랜드보이저 두 차종으로 버텨왔던 크라이슬러였던 만큼 신차에 대한 기대는 남다르다. 특히 동급 최초로 9단 변속기를 장착하고, 고급 실내 마감재와 다양한 편의·안전 품목을 탑재한 만큼 높은 상품성을 무기로 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고민은 가격이다. 국내 시장에서 경쟁할 일본 중형 및 국산 준대형 세단의 가격 수준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게다가 중형 세단 수요층은 브랜드 충성도가 높고 보수적인 경향이 강해 시장을 뒤흔들 정도의 강력한 '한 방(?)'을 보여주거나 매력적인 가격을 제시해야 점유율을 빼앗아 올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크라이슬러 판매사를 비롯해 수입차 업계에선 200의 국내 가격 마지노선을 3,400만원 정도로 보고 있다. 아무리 높은 상품성을 갖췄어도 3,400만원을 넘어서면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관심에서 멀어질 수 있어서다. 실제 토요타 캠리 2.5ℓ XLE는 3,390만원, 닛산 알티마 2.5ℓ 테크는 3,350만원, 혼다 어코드 2.4ℓ EX-L은 3,470만원에 판매되는 중이며, 올해 8월 폭스바겐코리아가 내놓은 파사트 1.8ℓ TSI도 기존 2.5ℓ 대비 380만원 내린 3,450만원이다. 국내 소비자에게 중형 세단의 가격은 '3,400만원대'가 심리적인 장벽이라는 점을 방증하는 셈이다.
신형 200은 올해 초 북미 국제오토쇼에 처음 공개됐다. 기존에 다소 밋밋했던 디자인과 부족한 편의품목 등을 크게 개선한 게 특징이다. 알파로메오 차체를 기반으로 제작해 우아한 디자인과 경쾌한 주행감각을 강조했으며, 쿠페를 연상시키는 감각적인 디자인도 호평을 받았다. LED 주간주행등과 안개등은 강렬한 인상을 전달한다.
국내에 도입될 동력계는 4기통 2.4ℓ 멀티에어 타이거샤크 가솔린 엔진에 신형 9단 자동변속기를 결합했다. 최고 184마력, 23.9㎏·m의 성능을 발휘하는 한편 연료효율은 고속도로 기준 ℓ당 약 14.9㎞를 기록했다. 9단 변속기를 채택하면서 효율은 13%, 최고 출력과 최대 토크는 각각 6%와 10% 개선됐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여기에 출시 후 시장 상황에 따라 4륜구동 투입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급 소재로 마감한 실내와 60종 이상의 안전품목, 첨단 편의품목도 강점이다. 미국차는 다소 실내가 투박하다는 인식을 깰 정도로 소재 품질이나 색상 등에 공을 들였다. 편의·안전장치는 7인치 LED 풀-컬러 주행정보 디스플레이와 8.4인치 터치스크린을 비롯해 패들시프트, 적응형 크루즈컨트롤, 모든 속도에서 반응하는 긴급 자동 브레이크 시스템, 평행 주차까지 가능한 파킹 어시스트, 사각지대 경보장치 등이 탑재됐다.
크라이슬러 판매사 관계자는 "수입 중형세단은 합리적인 가격과 높은 제품력을 동시에 갖춰야만 성공할 수 있는 쉽지 않은 시장"이라며 "후발주자라는 점과 (중형세단 시장에선 생소한)미국 브랜드라는 게 약점이지만 200의 실물을 확인하고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한 "실내 마감재나 편의 품목이 다소 과하다 생각될 정도로 구성이 좋다"며 "트림과 가격 결정 사이에서 크라이슬러코리아도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가격 경쟁력만 있다면 충분히 도전할 만하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크라이슬러코리아는 "2013년 피아트 브랜드를 출범하면서 국내 소비자가 수긍할만한 가격 결정이 얼마나 중요한 지 잘 알 수 있었다"며 200이 크라이슬러 브랜드의 성장 기대주인 만큼 소비자와 판매사가 모두 납득할 수 있는 가격을 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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