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나 기자] ‘시간’이란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지지만 결코 동일하게 사용되는 건 아니다. 스페셜 미니 7집 앨범 ‘타임(Time)’ 발매를 앞두고 있는 그들의 ‘시간’은 여전히 흐르고 있었다. 과연 데뷔 5주년을 맞은 그룹 비스트에게 지나간 5년의 ‘시간’들은 어떤 시간들이었을까.
10월16일 비스트 탄생 5년이 되는 날, 서울 청담동 큐브카페에서 그들을 만났다. 매번 컴백을 앞두고 갖는 여느 인터뷰와 다른 느낌이 드는 건 이날이 비스트 데뷔 5주년이라는 특별한 타이틀 때문일까, 평소와 마찬가지로 유쾌하고 활력 넘쳤지만 무언가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뒤섞여 보였다.
■ 비스트, 그들의 5년
인터뷰 당일 데뷔 5주년을 맞은 비스트 멤버들은 각자의 SNS와 팬 카페를 통해 소감과 함께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남긴 후였다. 그 순간의 감격에 대해 묻자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혼자서 조용하게 앉아서 글을 쓰는데 무언가 오묘했어요. 5주년이라서 정말 기쁘고 좋았는데, 한편으로는 무언가 이상하고 센치해졌어요. ‘벌써 우리가 5년이나 됐나’라는 생각도 들고, ‘너무 정신없이 달려왔나’ 싶기도 하고, 또 ‘잘 보낸 게 맞는 걸까’라는 마음도 들었어요. 정말 오만가지 생각이 한 번에 다 들었어요.”(준형)
“그 글을 쓰기 위해 한 시간 동안 생각했어요. 사실 처음부터 비스트가 완벽하게 좋았던 건 아니었어요. 데뷔 하고도 사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으면서 여기까지 왔어요. 그래서 더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더 파이팅 해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됐어요.” (동운)
아이돌 그룹이 5년을 못 넘긴다는 이른바 ‘마의 5년’ 징크스가 깨진지는 오래다. 하지만 최근 아이돌 그룹 멤버 탈퇴와 소속사 분쟁 등이 잇따라 불거지다보니 5년이란 시간을 비스트는 ‘무사히’ 보내온 격이 됐다. 이에 대해 멤버들은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고 이어 용준형은 “우리끼리 있을 때 심각하거나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 별 생각 없이 흘러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세월이 지났다”라고 담백하게 정리했다.
그러나 워낙 개개인이 뚜렷한 개성과 여러 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다 보니 개인적인 욕심이나 바람이 생길 법도 할 터. 개인 활동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리더 윤두준은 “항상 1순위는 그룹 활동이다”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이어 윤두준은 “사실 1년 전 까지만 해도 멤버들 각자가 개인 활동이 주가 된 느낌이 있었는데, 그렇게 되니까 그룹 활동이 죽더라. 우리는 아직 대중에게 보일 게 더 많고 젊으니까 할 수 있을 때 열심히 그룹 활동을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 한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 비스트, 그들의 아이덴티티(Identity)
언제부터 아이돌 그룹에게 있어서 개인 활동이 마치 ‘욕심’인 듯 비쳐지게 된 것인 걸까. 조금은 씁쓸한 마음이 들 찰나, 장현승이 조심스레 “개인 활동을 할 때는 집중해서 열심히 해야한다고 생각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그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룹의 아이덴티티가 확실하다면 개인이 어떤 활동을 한다고 해도 지장이 가지 않는다고 생각 한다. 어떤 활동을 하던 간에 대중에게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그러다 보면 개개인의 힘이 더 커져서 그룹에 더 큰 시너지로 작용하지 않을까”라고 피력했다.
이어 양요섭 역시 “개인 활동을 할 때는 개인 활동에 집중을 하고, 또 비스트 활동을 할 때는 비스트에 맞춰서 활동을 하는 편이다”라며 장현승의 말에 힘을 실었다.
그렇다면 그들이 말하는 비스트의 아이덴티티는 무엇일까. 아이덴티티란 ‘정체성’ 정도로 해석할 수 있지 않겠는가. 혹은 심리적으로 해석했을 때 ‘자기 동일성’, 즉 타인과 구별되는 한 개인으로서 자신의 모습을 이어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장현승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발라드로 사랑받는 아이돌 그룹”이라며 “거기에 맞는 라이브와 퍼포먼스가 가능한 그룹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런 의미라면 비스트의 아이덴티티는 꽤나 확실했다. 일반적인 아이돌 그룹과 달리 비스트는 발라드에서 유독 강세를 보였기 때문. ‘괜찮겠니’, ‘비가 오는 날엔’, ‘이젠 아니야’ 등 비스트표 발라드곡은 꾸준히 음원차트에 오르며 그 인기를 과시해왔다. 한편으로는 이제 비스트를 단순한 ‘아이돌 그룹’ 그 이상으로 괜찮은 ‘음악적’ 그룹으로 대중들이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라 해석할 수 있었다.
■ 비스트, 그들의 평범하지 않은 발라드
비스트표 발라드는 그들만의 색이 분명하다. 작사, 작곡, 프로듀싱 작업을 직접 맡아하는 멤버 용준형을 중심으로 멤버들의 하모니가 잘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스페셜 미니 7집 앨범 ‘타임(Time)’은 비스트표 감성 발라드의 절정판이라 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이번 발라드 타이틀 ‘12시30분(12:30)’의 프로듀싱을 맡은 작곡팀 ‘굿라이프(Good Life)’다. 굿라이프는 ‘쉐도우’, ‘굿럭’ 등 비스트의 히트곡들을 만든 용준형-김태주 콤비가 뭉친 작곡팀이다. 용준형은 “내 이름이 따로 나오는 게 싫었다. 비스트 멤버로서 이름이 나오길 원했다”며 굿라이프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타이틀곡 ‘12시30분’에 대해 멤버들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발라드다”라고 말했다. 이어 용준형은 “평범하다고 하기 에는 너무 강하다. 리듬이나 비트 자체가 춤추기 좋은 곡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발라드를 해석하고 소화할 수 있는 것이 비스트의 장점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지금까지 화려하고 강한 음악들은 많이 보였기 때문에 이번에는 힘을 빼고 싶었어요. 계절도 계절이고, 감성적으로 건들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웃음) 그렇지만 결코 평범한 발라드는 아니에요. 아마 신선한 모습을 보일 것 같아요.”(준형)
“‘굿럭’의 연장선일 수도 있어요. 베테랑 같은 느낌보다는 신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노래에서는 힘을 많이 뺐지만, 무대에서만큼은 저희의 힘을 더 느낄 수 있을 거에요.”(요섭)
■ 비스트, 그들의 20대 남자 이야기
어느덧 20대 중반의 아이돌 그룹이 된 비스트 멤버들은 “돌아보니 금방이다”라는 애늙은이 같은 말도 서슴지 않았다. 막내 손동운은 지난 5년의 세월을 되돌아보며 “팬들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줬고, 그들에게 우리가 좋은 사람이었다면 우리 모두 좋은 삶을 살아왔던 것 아니냐”는 철학적인 말로 모두를 놀라게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차곡차곡 잘 쌓아온 것 같아요. 우리는 정말 정직하게 5년을 지내왔기 때문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비스트를 떠올리면 단단한 느낌이 들어요. 티끌을 모아서 밀도 있게 꽉 뭉쳐서 가지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빵’하고 터지는 게 아니라, 조금씩 천천히 잘 숙성시키고 발효 시킨 그런 느낌이요.”(준형)
관심사도 다르고, 좋아하는 것도 다르고, 성향도 모두 제각각이라는 비스트 멤버들이지만 결론적으로 비스트라는 하나의 울타리 안에서 각자 성장해 나가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앞으로 5년 후, 또 이렇게 되돌아보는 날이 그들 말대로 ‘금방’ 오기를 바라본다. (사진제공: 큐브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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