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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S/S 서울패션위크] 블랙과 화이트는 실패가 없다, 디자이너 요한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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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리라 인턴기자/ 사진 김치윤 기자] 해외에 작업실이 있어 인터뷰 일정을 잡기 어려웠던 요한킴, 그가 드디어 한국으로 돌아왔다.

컬렉션 의상들도 베이징, 홍콩, 파리, 이태리를 거쳐 쇼를 위해 겨우 한국으로 들어와 쇼룸을 채웠다. 트렌드 컬러에 연연하지 않고 블랙과 화이트로 풀어나가는 그의 옷에 錦繡는 신의 한 수와도 같았다.

에프엑스의 루나와 배우 클라라의 화보 속 자수 원피스, 중국 배우 판빙빙이 한 브랜드행사에 참석할 때 입은 스커트 모두 그의 작품이다. 여자를 아름답도록 피어나게 하는 옷, 그의 옷을 입으면 주인공이 된다.

국내에서 공개하는 첫 컬렉션을 위해 모델 캐스팅이 한창이었다. 블랙의 화려한 모습으로 의자에 앉아 매의 눈으로 모델들의 워킹을 지켜보고 있었다. 가죽소재의 스냅백과 컬러 하나 없는 올블랙 패션으로 당장이라도 무대에 올라가 힙합을 할 것 같은 첫인상과 달리 그는 귀여웠다.

크고 동그란 눈을 가진 그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인터뷰 내내 눈만 깜빡이며 잘난 척 한번 하지 않았다. 그저 럭키가이, 연신 운이 좋았다고만 말했다.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

어릴 적부터 옷을 좋아했기에 패션디자인학과로 진학했고 군대도 시기에 맞춰 다녀왔다. 코트 공장에서 6년간 테크니컬적인 부분도 배우고 유학을 다녀오게 되면서 모든 게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처음에는 런던컬리지오브패션(LCF)와 세인트마틴 둘 중 고민을 많이 했다. 세인트마틴은 예술적인 디자인을 선호하고 훈련시키는 반면 LCF는 좀 더 실용적인 측면을 강조해 디자이너를 양성하며 특히 휴학계 없이 일을 할 수 있어 더 끌리게 되었다. 정말 운이 좋게 2학년이 되던 해 한인 최초로 취업비자가 나왔다.

학업을 병행하며 우리나라에선 미치코 런던으로 유명한 미치코 코시노에서 아트웍 디자인으로 일을 시작했다. 쇼에 올라오는 인스퍼레이션 등 다양한 일을 하는 모습을 디렉터 분이 좋게 봐주시고 많이 가르쳐 주셔서 계속 아트웍 분야로 일을 했다.

그리고 졸업작품을 준비할 때 소재로 가죽을 사용해 보고 싶어 방학기간 동안 한국에 들어와 가죽공장을 찾아가 무작정 일하고 소재에 대해 배웠다. 전부 가죽을 사용해 제작한 졸업작품이 잘 되어 취업도 형통했다. 모든 것이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

배움의 과정에서 굴곡은 없었지만 아쉬운 점이 있었다. 낯선 환경의 생활이나 인턴쉽, 취업을 할 때 일본인은 선배들이 끌어주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었지만 한국사람들은 서로 교류가 많지 않아 힘들다기 보단 아쉬움이 남았다. 조금 더 발전할 기회를 얻지 못한 건 아닐까 하고.


외국사람들이 ‘근’ 발음하기를 어려워했다.

미치코 코시노를 기점으로 다른 브랜드에서 프리랜서로 활동하다 발망에서 정식으로 디자이너로 일을 하게 되었다. 졸업작품을 가죽으로 발표했기에 브랜드 내에서도 가죽을 중점으로 업무를 맡았다. 일하는 것이 정말 좋았다. 잠 안자고 일하는 것조차 너무 행복했다.

유명브랜드에서 일하면 많이 배우고, 경험도 쌓고 이력에도 좋긴 하겠지만 앞으로의 내 인생을 봤을 때 내가 열심히 해서 일궈낸 영광이 다른 이에게 간다는 것이 조금 슬펐다. 팀을 생각하면 맞는 일이지만 ‘내 브랜드였으면 야근하고 철야하는 것들이 이렇게 힘들게 느껴지지 않겠다’라는 생각을 가지며 브랜드 론칭을 결심하게 되었다. 그땐 어려서 내가 이렇게 열심히 일을 하면 큰 돈을 벌겠다는 순수한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

원래 브랜드 이름은 요한킴이었다. 세례명이기도 하고 영어이름이다. 외국사람들이 ‘근’ 발음하기를 어려워했다. 베이징 갤러리 라파예트에 입점했는데 이미 요한킴이 등록이 되어있어 이 참에 바꾸자는 생각이 들어 요하닉스라는 새로운 브랜드명이 생겼다. 딱히 뜻은 없고 발음하기 편하게 네이밍했다.


좋게 말하면 ‘멋있는 여자’가 입는 옷을 만들고 있다.

남성복이 너무 어려웠다. 맥시멈한 것을 좋아하는데 남성복에 압축하고 또 압축해 심플하게 담아내기가 너무 어려웠다. 넘기 힘든 산.

여성복이긴 하지만 남성복, 여성복 이렇게 구분 하지 않고 그냥 단순하게 옷으로만 구분 짓는다. 요샌 워낙 남자들도 스키니한 몸매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 큰 사이즈로 주문을 하기도 한다. 이번 시즌부터는 남성복이 추가 되었는데 아이러니하게 파리의 여성들에 의해 주문이 많이 들어왔다.

브랜드 콘셉트 자체가 ‘스트릿 카펫’이다. 스트릿+레드카펫. 우리 브랜드 옷을 입고 주인공이 되었으면 좋겠다. 10명의 친구들이 모였을 때 누가 봐도 주인공일 수 있는. 트렌디하지만 길을 걸으면 레드카펫 위에 선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그런 룩. 조금은 과할 수도 있겠지만 쉽게 말하면 센 여자, 좋게 말하면 멋있는 여자가 입는 옷을 만들고 있다. 어디서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미의 기준이 아닐까.

도로시, 얜 나쁜년이다.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영감을 많이 얻는다. 두 번째 시즌에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도로시, 얜 나쁜년이다’ 그런 생각이 들며 이야기 꼬리의 꼬리를 물며 이거 재미있다, 바이커 갱스터를 해봐야겠다, 그래도 동화니까 ‘귀여운 콘셉트로 해보자‘ 라며 시작했다.

솔직히 컬러에는 자신이 없다. 트렌드에 민감하지 않고 항상 운이 좋았던 것 같다. 그래서 컬러를 잘 쓰지 않는다. 한국에서 거의 머물지 않고 북경에서 지내는데 한 달에 3회정도 외출할 정도로 밖을 나가지 않아 트렌드에 둔해지는 듯 하다.
 
아트웍으로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패턴 뜰 때, 마네킹 위에 바로 종이테이프로 작업을 한다. 손이 많이 가서 패턴사 분들이 힘들어 하신다. 파리에서 일할 때 아뜰리에 시스템이 정말 좋았다. 한국에선 샘플실이나 공장에서 작업을 해야 하는데 대량생산이 아닌 소량생산은 원하는 디자인 작업에 한계가 있다.

제약이 너무 많아 아쉽다. 하고 싶은 게 많아 론칭한 것인데… 그래서 중국에서 11명의 팀끼리 모든 작업을 한다. 우리는 피드백이 들어오면 언제든지 수정이 가능하다.


인스타그램에서 옷을 구입하고 싶다고.

평소에 입는 아우터인데 한국 론칭 기념으로 화이트 컬러로 제작이 들어간다. 자수는 사실 기계자수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작업이 어렵다. 물론 더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알다시피 소량은 작업을 해주지 않아 중국에서 작업한다.

세 번째 시즌부터 자수반응이 좋았다. 반응이 제일 좋았지만 가장 나답지 못한 시즌이었다. 사실 조금 혼란스러웠다. 디자인 하던 당시 기분이 평소보다 많이 밝았다.

셀럽 마케팅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2013년 드라마 ‘주군의 태양’에서 소지섭의 첫사랑 차희주 역을 연기했던 배우 한보름 씨가 인스타그램에서 옷을 구입하고 싶다고 구입처를 알려달라며 먼저 연락을 주셨다.디자인을 할 때 풀 착장으로 디자인 하기 때문에 그처럼 한 벌로 입으셨으면 좋겠다. 사실 우리 옷을 좋아서 입어주신다면 마냥 좋다.

한국은 보기에 편한, 심플하고 시크한 멋이 있다.

중국베이스로 일을 하다 보니 첫 트라노이쇼를 할 때 중국 바이어들의 반응이 좋았다. 한류 열풍이다 보니 바이어들이 한국 디자이너가 한국 연예인과 작업을 하지 않는 걸 의아하게 생각했다. 한국에도 재미있는 분들이 많아 기회를 만들려고 한다.

스타일도 다르지만 제일 크게 느낀 차이점은 소비습관이다. 런던은 오래 입기 위해 고가의 옷을 구입한다. 중국은 경제가 좋다 보니 그 시즌을 즐기기 위해 고가의 옷을 산다. 그래서 매니아층이 두터워 진다. 한국은 패스트 패션의 영향도 있고, 옷보다는 굿즈에 투자를 하는 경향을 많이 느꼈다.

중국은 정말 과하고 세게 입는 반면 한국은 보기에 편한, 심플하고 시크한 멋이 있다.


’The Eraser’ or ‘Eraser in my head’

낮과 밤, 태양과 달, 시계의 무브먼트, 녹아내리는 꽃, 스터드장식.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테마들이 만나 하나의 컬렉션을 만들었다.

기억. 태양의 ‘눈,코,입’ 노래를 들으며 가사가 너무 좋아 모티브를 얻게 되었다. 좋아하는 사람을 처음 바라볼 때 눈도 보이고 코도 보이고 입도 보이고, 돌아서면 1초 2초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잊혀져 가며 마음만으로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감정을 담아냈다.

이번 2015 S/S 컬렉션 분위기도 많이 밝다. 보여드리고 싶은 것이 많아 43착장이었는데 너무 많아 39착장으로 줄이고 있다. 첫 의상은 선명하고 강한 디테일로 시작하여 마지막 의상은 추상적인 느낌으로 끝이 난다.

추상주의 작가 카즈미르 말레비치에게 영감을 얻어 기억이라는 것이 추상적으로 변하는 것을 표현했다. 그래서 룩북도 뿌옇게 촬영했는데 바이어들은 싫어하더라.


앤디워홀처럼 팩토리를!

한국에서 론칭한 뒤 항상 듣는 말은 ‘세다’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 세게 보이기보단 사실 욕심이 많아 원하는 디테일을 다 넣어서 디자인한다. 그래서 남들이 볼 때 과하게 나온다. 바이어들이 옷을 보고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사람 잡아먹는 옷이라고 한다. 단 본인이 입고 즐길 수 없다면 어려운 옷이다.

3일간 80명의 모델 캐스팅을 보고 있다. 유명한 모델보단 신인이나 일반인들을 쓰려고 한다. 앤디워홀처럼 팩토리를 만들어 재미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 재미있는 사진작가, 모델, 일러스트레이터와 같이 모여 이야기 하며 영감을 받고 싶다.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지고 싶다.

또 디자이너로서 ‘대중과의 소통’은 과업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단,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그래서 SNS를 이용할 때가 많다. 이번 서울패션위크에도 인스타그램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요하닉스 컬렉션 사진을 태그해서 올리면 추첨을 통해 선정되신 분께 원하는 의상을 증정할 예정이다.

이제 쇼 D-day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에서 첫 쇼라 긴장과 기대로 가득하다. 무엇보다 즐길 수 있는 쇼, ‘다음에 또 오고싶다’하는 그런 느낌의 쇼로 자리잡게 되기를 바란다. 많이 기대해 달라. (사진출처: YOHANIX 공식 홈페이지, bnt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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