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나 기자] 압도적인 유쾌함, 묵직한 존재감 그리고 위풍당당한 모습. 언제 비호감이라 불렸냐는 듯 이제는 대세 중의 대세로 손꼽힌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시너지가 생기는 기분이다. 이게 바로 긍정의 아이콘 개그우먼 이국주가 가진 치명적인 매력이 아닐까?
최근 bnt뉴스와의 인터뷰를 위해 만난 이국주는 등장만으로도 주위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여느 아이돌 스타 부럽지 않은 이국주의 인기는 결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다. 벌써 데뷔 9년차 개그우먼 이국주에게 지난 무명의 세월은 그가 지금 빛을 발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코미디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라디오, 드라마, 예능 버라이어티, 쇼 프로그램 등 조금씩 다 맛을 봤어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당황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것 같아요. 만약에 이런 기회가 데뷔한 지 1, 2년차 때 생겼다면 아마 부담이 돼서 못 했을 거예요.”
참으로 어마어마한 인기다. 그 때문인지 나날이 그의 활약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한때 뚱뚱하다는 이유로 무대에 서지 못했던 이국주가 이제는 가히 독보적인 ‘뚱뚱한’ 여성 캐릭터로 활약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는 자신이 뚱뚱한 여성 캐릭터로 사랑받고 있음에 “운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예능인에게 캐릭터란 정말 엄청난 재산이고 보험이다. 만약 애매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었다면 이렇게 오래 버티기 어려웠을 거다”라고 덧붙였다.
헌데 조금 아이러니하다. 그가 가진 지금의 ‘무기’가 과거에는 ‘아픔’이 아니었던가. 사실 이국주의 외모는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살이 더 쪘다”며 통쾌한 웃음을 지었으니 말이다. 바로 그의 일관된 뚝심이 사람들의 선입견을 깼고 자신의 인생을 바꾸는 기회로 만들었음을 짐작케 했다.
“예전에 저도 악성 댓글을 보고 상처를 받고 여자로서 마음도 많이 아팠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 찾아서 보게 되는 거예요. 그러다가 어느 날 아무 댓글이 없는 걸 봤는데 그게 더 슬프더라고요. 그 때 느꼈어요. 욕을 먹더라도 내 캐릭터를 살려야하겠다고요. 그렇게라도 호감이든 비호감이든 관심을 받아야겠다고 생각 했어요.”
‘호감’과 ‘비호감’은 한 순간이라 여겨졌다. 요즘도 댓글을 읽어보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는 그의 말속도가 한층 더 빨라졌다.
“최근에 600개 정도 달린 댓글을 다 읽었어요. 그 중 어떤 분이 비속어를 섞어 가며 웃기다고 남겼는데 그게 가장 기분 좋았어요. 그 정도로 격한 반응이 저에겐 감동이에요. 이렇게 댓글을 읽다 보면 ‘아 내가 점점 호감이 돼 가는 구나’라는 마음이 들어요. 이국주라는 사람은 그대로고 점점 더 뚱뚱해지는데도 오히려 인기가 더 많아지니 감사해요.”
관객들을 휘어잡던 강한 카리스마 이면에 존재하고 있는 그의 여린 감성이 슬며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자신만의 확고한 캐릭터를 잡았음에도 이제 겨우 시작이라는 그의 말이 의아하게 들리기까지 했다.
“인기라는 게 처음 캐릭터로만 유지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처음 ‘코빅’에서 뚱뚱한 여성 캐릭터로 인기를 얻었지만 지금은 그 이미지로 인해 부담이 될 때가 있어요. 그래서 이제는 제가 가진 뚱뚱한 캐릭터를 고급스럽게 다듬어서 사람들이 질리지 않게 만들려고 해요.”
똑같이 뚱뚱한 캐릭터라 할지라도 개성이 제각각 이라는 것이 이국주의 생각이었다. 그는 개그우먼 이영자와 김신영을 자신의 롤모델로 꼽으며 “나 역시도 그들을 보며 꿈을 키웠던 것처럼 후배들도 제 캐릭터를 보며 꿈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사실 여성으로서 뚱뚱한 캐릭터로 자리매김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일 터. 그는 힘들어하는 후배들이 안쓰럽지만 그들에게 “여자로서는 욕심을 내지 마라”고 말한다고 했다. 새삼 프로다운 생각이라 여겨졌다. 이 정도로 자신에 대한 ‘내려놓음’이 있었기에 지금의 화려하고 당당한 이국주가 탄생할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저는 제가 뚱뚱한 거 인정해요. 그래서 당당해요. 그렇기 때문에 주위에서 제 이야기에 더 공감하고 제가 하는 행동에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속이 시원한 거죠. 일종의 대리만족이라고 할까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잘생긴 남자 배우와의 인터뷰보다 짜릿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로.
가장 뜨거운 인기를 실감하고 있는 나날이지만 결코 여기서 안주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이국주가 나아가는 길은 어떤 곳을 향해있을까. ‘잘’ 나가는 개그우먼 이국주의 다재다능한 끼를 과연 어떻게 분출해나갈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는 ‘안전빵’ 좋아해요. 지금 안정적으로 해나가고 있는 것들 이상으로 무리하고 싶지는 않아요. 괜히 시도했다가 도리어 자신감을 잃는 건 싫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역량 안에서 다져놓은 입지를 더욱 단단히 굳히고 싶어요.”
당당해서 더 아름다운 이국주에게 ‘안정’이라는 단어가 조금은 어색하기도 했다. 허나 어쩌면 지금껏 달려오던 시간들이 그에게 이미 ‘도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기본적으로 코미디 프로그램은 놓지 않을 거예요. 제 이름은 건 요리 프로그램도 맡고 싶고요. 제가 말도 좀 하니깐 라디오 DJ도 하고 싶고… 결국 다 하고 싶은 건 맞네요. (웃음)” (사진제공: 코코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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