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혜란 기자] 그도 아이돌이었다.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청순한 눈빛을 하고서 ‘영원한 사랑’을 부르는. 솔로로서 진짜 자신을 보여주기 시작한 2003년, 잠재되어있던 그만의 매력이 ‘텐미닛’으로 터져 일명 ‘이효리 신드롬’을 일으켰고 그 후 이효리는 많은 여자 아이돌들의 우상이 되기 시작한다.
그가 대중에게 보여준 모습을 얘기할 때 ‘스타일아이콘’이라는 수식어를 빼놓을 수 없다. 2013년, 솔로로서의 새로운 시작을 세상에 알린지 딱 10년이 되던 해에 그는 5집 앨범 ‘모노크롬’을 선보였다. 다양한 장르와 시도, 음악적 성장만큼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비주얼이었다.
그는 그렇게 Mnet ‘2HYORI SHOW’를 통해 화려하게 귀환했다. 그야말로 그만의 ‘쇼’를 보여준 것이다. 언제나처럼 파격적이고 스타일리시했지만 여느 때와는 달랐다. 그것은 두 개의 뮤직비디오에서 아주 잘 나타난다. 앨범의 곡 다수를 직접 작사한 만큼 이효리의 진짜 음악과 스타일을 보여줬다.
♪ 화장은 치열하게 머리는 확실하게 ‘Bad Girls’
첫 장면부터 앰뷸런스가 등장하는가하면 앤디워홀의 팝아트를 연상케 하는 컬러와 CG(컴퓨터그래픽)가 화면을 장악한다.
거기에 이효리의 의상은 선명한 컬러의 화면 구성을 더욱 또렷하게 만든다. 스타일리시하게 등장한 ‘새엄마’의 강렬한 옐로 퍼(fur) 롱코트는 키치한 화면에 포인트를 주는 데에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진한 레드컬러의 블라우스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화면의 구조적 실루엣까지 만들어 시선을 끄는 부분이다.
위로 힘껏 솟은 까만 눈썹, 오버사이즈의 이어링은 ‘강한 여자’의 표본을 보여주는 데에 그치지 않고 메이크업과 함께 과하지 않게 어울린다.
당당한 여자가 ‘Bad Girl’로 여겨지는 현실을 빠른 템포의 밴드 사운드와 직설적인 가사로 표현한 곡인만큼 영상에서도 그만의 당당한 제스처와 함께 재치 있게 표현되었다.
♪ 이리 와 봐요, 다 괜찮아요. 넌 ‘미스코리아’
실루엣의 움직임과 함께 시작되는 ‘미스코리아’의 뮤직비디오는 앨범명 ‘모노크롬(단색화)’을 흑백화면으로 표현하고 있다. 1970년대에 유행했던 모노크롬 회화가 그랬듯 ‘극단적 절제미’가 느린 템포의 리듬, 이 시대 여성들을 위로하는 듯한 노랫말과 함께 조화롭게 묻어나온다.
‘미스코리아’에 녹아있는 복고무드는 여느 아이돌이 흉내 내는 그것과는 다른 ‘진정성’이 있다. 마치 한 시대를 풍미한 ‘섹시 아이콘’의 자화상 같기도 하다. 데칼코마니 기법의 장면에서 그는 자신의 모습을 마주보며 대화하듯 노래를 읊조린다.
분할된 화면에서의 이효리는 60년대 패션모델 트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역시 한 시대를 주름잡던 그가 남긴 흑백사진들처럼 매력적이고 품위 있다. ‘아이돌의 조상’이라고 불리는 그조차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가 블랙&화이트 배경의 미니멀리즘으로도 재현되었다.
물론 이효리가 이 노래와 영상에서 그려내는 것은 ‘시대’도 아니고 ‘복고’도 아닌 자기 자신이다. 마치 움직이는 초상화같은 이 영상은 ‘일렉트로닉’에 익숙해져버린 귀를 달래주는 차분한 멜로디와 함께 지친 마음을 치유해 주는 듯하다.
스타일과 음악에 있어서 그의 노련함과 연륜은 범접할 수 없는 그 어떤 것이다. 이효리는 가요계를 주름잡은 ‘뭘 좀 아는 X언니’로서 사람들의 기억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사진출처: 이효리 ‘Bad Girls’, ‘미스코리아’ 뮤직비디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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