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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허밍어반스테레오 “저 마냥 달콤하지 않아요, 섹시한 것도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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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나 기자] 참 달콤 쌉쌀하다. 그의 곡을 들으면서는 마냥 달콤한 줄로만 알았는데 말이다. 한 시간 가량 대화를 통해 드러난 허밍어반스테레오는 의외로 자극적인 남자였다. 

최근 데뷔 10주년 기념 스페셜 앨범 ‘리폼(REFORM)’ 발매 기념 bnt뉴스와 만난 허밍어반스테레오는 그의 곡이 말해주듯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때로는 ‘하와이안 커플’ ‘베이비 러브’ ‘샐러드 기념일’ 처럼 스위트하게, 다른 한편으로는 ‘지랄’ ‘넌 그날’ ‘님’처럼 시크하게 말이다.

리메이크(REMAKE)

2004년 데뷔 앨범 ‘쇼트케이크’ 발표 이후 꾸준한 활동을 이어 온 허밍어반스테레오. 스스로 수고했다는 의미에서 만들었다는 이번 리메이크 앨범에는 대표곡 ‘샐러드 기념일’ ‘스컬리 더즌트 노우’ ‘하와이안 커플’ ‘인썸니아’ ‘지랄’ 등 다섯 곡이 리메이크됐다.

허나 반전이었다. ‘허밍어반스테레오’스럽게 재탄생될 줄 알았던 리메이크 앨범은 신선했다. 분명 동일한 곡인데 완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만의 달콤함을 기대했던 팬들에게는 다소 놀라움을 안길 법도 했을 텐데 주위 반응은 어땠을까.

“주위 반응은 물어보지 않았어요. 기존에 갖고 있던 익숙함과 추억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은 애초에 알고 있었거든요. 저 조차도 누군가의 리메이크곡을 들으면 원곡이 더 낫다고 생각해요. 똑같은 분위기로 만든다면 리바이벌밖에 안되니깐, 아예 다 뜯어 고쳤어요”

여기에 가수 지나, NS윤지, 나르샤 그리고 걸그룹 레이디스코드 애슐리 등 예사롭지 않은 피쳐링 라인업도 화제였다. 각각의 개성이 뚜렷한 이들을 한 데 어우르는 공통적 코드는 바로 ‘섹시’였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원했던 색깔은 섹시함이었어요. 원래 섹시한 거 좋아하고, 앞으로 추구하는 음악 스타일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달랐던 걸까. 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아닌 끈적함이 느껴졌으니 말이다. 사실 대중들에게 허밍어반스테레오의 섹시함은 약간 낯설 법도 하다. 그는 다양한 스타일의 곡들을 만드는 뮤지션으로써 특정 이미지가 각인돼 못내 애석한 표정이었다.

“대중들에게 각인된 제 색이 너무 강하다보니깐 이제는 변할 수 없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스타일을 시도하면 기존 팬들이 이질감을 가질 것 같기도 하고요. 팬들이 좋아하는 걸 갑자기 변하는 건 어렵겠죠. 물론 그 동안 바꾸려고 노력은 많이 했지만 아직은 좀 힘드네요. ‘하와이안 커플’ 임팩트가 대단히 강해서 그런가 봐요”

대중들이 생각하는 이미지를 이야기하는 그가 사뭇 진지해졌다. 뚜렷한 이미지가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면서도 리스크로 작용할 터. 그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뮤지션으로써의 모습은 어떨까.

“요즘은 대중들 반응을 많이 신경 써요. 누군가 내 음악을 좋아한다고 했을 때 ‘아, 저 사람 음악 취향 괜찮네’라는 말을 듣게 해 주고 싶어요. 허밍어반스테레오에 대한 브랜드 가치가 올라간다고나 할까요? 제 곡을 통해서 팬들의 음악적 수준도 높아지길 원해요”

흐뭇한 대답이었다. 요란스러운 자신감이 아니기에 더 진정성이 느껴졌다. 그렇다면 10년이라는 시간동안 그가 달려올 수 있었던 음악적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잠시 회상하는 듯 보이는 그가 잠시 머뭇거렸다.

“새 앨범이 나올 때 마다 대중들의 기대치도 함께 높아지는 걸 알아요. 그래서 적어도 제 곡을 들려주면서 스스로 창피한 음악을 만들지 않도록 긴장해요”

긴장감이라는 건 긍정적인 자극이다. 이러한 자극이 있기에 새로운 결과물들이 지속적으로 탄생할 수 있었을 터. 그의 말을 들어보니 10년의 시간동안 비단 음악적 실력이나 노하우만 늘어난 건 아니었나 보다.

“집이 커졌어요. 나이도 먹었고요. (웃음) 무엇보다 음악과 사람들에서 얻는 즐거움과 여유로움이 커졌어요. 초콜렛에 비유하자면 예전엔 설탕만 많았는데 지금은 카카오로 채워진 느낌이랄까. 같은 달콤함이라도 이제는 더 진하고 깊어진 거겠죠”


리필(REFILL)

그 맛이 바로 달콤 쌉쌀함이라 여겨졌다. 처음엔 마냥 달콤했는지 모르겠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쌉쌀한 맛까지 첨가됐다. 지금의 달콤 쌉쌀한 맛이 또 언제 다른 맛으로 변할지도 모른다는 허밍어반스테레오. 

“아마 대중들이 제게 느끼는 맛은 아직 달콤하기만 한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사실 달지만은 않아요. 제가 40대, 50대가 됐을 때도 ‘하와이안 커플’을 달콤하게만 부르면 이상하잖아요. 나이 대에 맞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음악이라는 게 시간이 지나면서 나를 대변하는 얼굴이 되잖아요. 그래서 계속 달콤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대중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하는 제 모습에 익숙해지지 않을까요?”

순리대로 흘러간다는 게 이런 걸까. 30대 허밍어반스테레오의 음악적 소신 이야기가 제법 무거워질 무렵 20대 허밍어반스테레오 모습이 궁금해졌다.

“어렵고 힘든 생활이었어요.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때 어머니께 돈을 빌려서 아담한 집에서부터 시작했어요. 그 때는 정말 많이 가난했죠. 대학로에서 바텐더로 아르바이트도 해 봤고요. 요즘말로 ‘찌질’했어요”

상상이 안됐다. 귀공자를 연상시키는 그의 외모에서 ‘가난’과 '찌질'이라는 단어라니.

“20대 시절에는 지금보다 더 부지런하고 열심히 돌아다녔어요. 전시회도 줄 서서 보고, 영화도 일찍 일어나서 조조로 보고… 이런 일상생활들을 통해 음악적 영감을 많이 얻었어요. 특별하지는 않지만 소소한 추억들이 많아요. 그러면서 집 평수도 점점 넓어지더라고요 (웃음)”

제법 친근하게까지 느껴졌다. 독특한 웃음 코드구나 라고 여길 찰나 “기자님 인터뷰 끝나고 혼자 있을 때 웃음이 나올 거에요”라며 환하게 웃는 그의 모습을 보니 말이다.

이런 게 바로 10년이라는 시간이 가져다준 허밍어반스테레오만의 여유로움이 아닐까. 그 여유로움에는 달콤함도 쌉쌀함도 미묘하게 잘 어우러져있었다. 그렇기에 그가 선보일 앞으로의 맛이 더욱 궁금해지나보다.

“몽상이라는 걸 중요하게 여겨요. 앞으로는 그 몽상을 더 실현할거에요. 음악적으로는 펑키한 스타일의 곡 작업이나 디제잉 쪽으로도 어필할거고요. 사람으로써는 주변에서 인정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사진제공: 이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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