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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휘청거리는 내비게이션, 정글에서 살아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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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자동차 운전자의 필수품으로 여겨졌던 내비게이션이 급격한 내리막을 걷는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장이 포화인 데다 스마트기기용 어플리케이션이 등장하며 설 자리를 잃고 있어서다. 실제 최근 내비게이션 시장은 블랙박스로 이동중이다. 그래서 일부에선 성장 동력이 다한 '레드 오션'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동차 용품업계에서 내비게이션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품목으로 꼽힌다.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에게 내비게이션은 성장의 시발점이자 여전히 주요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 내비게이션 시장, 어떻게 변화했나
 국내 운전자들이 본격적으로 내비게이션에 주목한 시점은 2000년대 초반이다. 당시는 PDA(개인용휴대단말기) 기반 제품이 다수를 차지했다. 각사 집계 자료 및 온라인 쇼핑몰 판매 실적에 따르면 2003년 10만대였던 내비게이션 시장은 2006년 130만대로 급성장한 후 2010년 175만대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급격한 보급이 이뤄지며 내리막을 걸어 지금은 매년 15~20%씩 규모가 줄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내비게이션은 100만대 수준에 머물렀다. 

 시장 침체에 따라 한 때 많게는 50개 이상 난립하던 제조사도 일부만 남았다. 자체 지도 소프트웨어를 보유한 팅크웨어, 파인디지털, 현대엠엔소프트, 만도 등이 80% 이상의 점유율로 명맥만 유지하는 중이다.  

 이처럼 내비게이션의 몰락을 가져 온 것은 분명 스마트폰 등 휴대기기다. SK플래닛 티맵, KT 올래내비 등 통신사들이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길찾기 어플리케이션은 소비자들이 굳이 내비게이션을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을 가져왔다. 시중에 나와 있는 다양한 무료 길찾기 앱 역시 내비게이션 시장을 잠식한 지 오래다. 게다가 최근에는 신차 구입 때 OE로 적용돼 나오는 내비게이션도 애프터마켓을 압박하는 중이다. 

 ▲내비게이션의 미래, '매립'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생존 방법을 찾는 관련 업계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그 결과 찾은 방법은 과거처럼 거치형이 아닌 매립형이다. 수익면에서 거치형보다 나은 데다 판매사가 시공비까지 받을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 업계 1위로 평가받는 팅크웨어 홍보팀 관계자는 "앞으로 매립형 내비게이션이 대세가 될 것"이라며 "거치형보다 시각적으로도 깔끔해 소비자들이 선호한다"고 강조했다. 파인디지털 홍보팀 역시 "내부적으로 수년 내 거치형 내비게이션 판매를 아예 중단하자는 논의가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현재 매립 시장의 핵심은 OE(제조사 공급) 수준의 장착 품질과 시공능력이다. 차에 미리 장착된 멀티미디어 화면과 동일한 수준으로 자연스럽게 매립돼야 한다. 또한 후방카메라 등 기존 편의품목과의 연계성도 중요한 요소다. 이에 따라 제품 규격과 시공 작업의 조기 파악을 위해 신차 출시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실제 팅크웨어는 최근 현대차 LF쏘나타가 출시된 지 이틀 만에 매립형 제품의 제작을 마쳤다. 현대차와 협업 없이 자체적으로 신차를 최대한 빠르게 구입, 관련 데이터를 확보한 결과다. 신차 출시 2주만에 매립형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정도로 재빨리 대응했다.






 AS품질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많은 공임을 주더라도 '장인'이나 '달인'으로 불리는 전문가에게 시공받고 싶어하는 수요가 많다는 건 그만큼 서비스 수요가 높다는 방증이다. 각 업체들이 판매사 및 시공점 교육을 강화하고, 직영 장착점을 개장하는 등 오프라인 활동 비중을 늘리는 이유다.

 ▲해외진출, "두 번의 실패는 없다"
 생존을 위한 또 다른 방법은 해외 진출이다. 국내 내비게이션 업체들의 기술 경쟁력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단연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미국과 유럽 시장 진출을 타진했던 기업들이 사업을 축소, 또는 중단하면서 해외 진출은 넘지 못할 성벽으로 여겨졌다. 진출 목표로 삼은 국가들이 한국에 비해 도로 사정이 좋은 데다 고성능 제품군에 대한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이 눈 돌린 곳은 중국이다.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된 신차가 2,300만 대에 이를 정도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신도시 등 건설붐이 일면서 도로 사정이 시시각각 바뀌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게다가 베이징, 상하이 등의 교통체증은  '빠른 길 찾기' 서비스의 필요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내비게이션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이 모두 갖춰진 셈이다.

 중국 진출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은 파인디지털이다. 이미 중국 내 지도제작사와 계약을 맺고 소프트웨어 개발 작업에 한창이다. 이르면 하반기 공식 진출을 노리고 있다. 

 중국 내비게이션 시장은 아직 저가형 제품이 중심을 이룬다. 대한무역투자공사(KOTRA)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1,000위안(한화 약 17만원) 이하의 저가 제품이 50% 이상을 차지한다. 화면 크기도 5인치 이하가 40% 이상으로 가장 점유율이 높다. 거치형 판매 비중도 유리와 달리 70%에 달한다. 시장규모는 2014년 1,3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무한기술경쟁 돌입···'더 빠르고 더 다양하게'
 내비게이션 성능은 끝없이 진화하고 있다. 빠른 경로 안내, 3D지도 구현, 음성인식 등 첨단 기능을 동시에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각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고성능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최고급 제품군의 경우 고성능 CPU인 2.3㎓급 코텍스 A9를 비롯해 별도의 3D 그래픽 카드, DDR3 1㎇ 메모리, SiRF V8 GPS 등을 장착하고 있다.

 각종 신기술의 발전도 눈부시다. 한라마이스터가 최근 내놓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만도 센드 투 카'는 저주파 신호를 이용해 스마트폰에서 검색한 목적지를 자동으로 내비게이션과 연동할 수 있도록 했다. 케이블이나 별도 앱이 없어도 편리하게 길을 찾을 수 있다. 팅크웨어는 스마트폰 앱 '아이나비 LTE 에어'를 통해 가입자 간 맛집 등 지역 정보를 공유하거나 가족의 현재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가족안심 서비스'를 선보였다. GPS 수신률이 낮은 지하 주차장이나 터널 등에서도 자이로스코프나 속도 감지 센서 등을 활용해 정확한 위치를 감지하는 DR(Dead Reckoning) 기술은 파인디지털이 자랑하는 강점 중 하나다.






 제품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자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전자지도 개발업체 맵퍼스는 연간 프로젝트로 경로 품질 개선 계획을 세우고 차기 버전의 경로 엔진을 설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내비게이션 성능 향상과 별개로 길찾기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했다. 내비게이션의 본질이 빠르고 정확한 길찾기라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기술 강점 활용해 성장해야
 국산 내비게이션의 품질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수입차 구매자들이 본사에서 개발한 순정 내비게이션에 불만이 많다는 점은 국내 소비자 눈높이가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토요타는 아발론, 렉서스 ES 등 국내 판매 차종에 한국형 내비게이션을 장착했다. LG전자와 맵퍼스 등과 함께 개발한 제품이다. 미국에서도 일본식 내비게이션을 사용하지만 IT 강국인 한국 만큼은 현지 업체와 협업이 필요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연초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는 5년 이내에 사라질 다섯 가지 기술제품 중 하나로 내비게이션을 꼽았다. 그러나 3~4년 간 격렬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은 국내 내비게이션 업체들은 아직 역사 속으로 사라질 생각이 추호도 없어 보인다. 오히려 사양산업이라는 선입견을 뚫고 퍼플오션(레드오션에서 발상의 전환을 통하여 새로운 가치의 시장을 만드는 경영전략)을 일궈내기 위한 업계의 노력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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