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희 기자] “모방은 디자이너의 상상력에 제동을 건다”
디자이너마다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듯 그들의 신념 역시 다르다. 파코 라반의 디자이너 프란시스코 라바네는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옛말을 거스르는 듯 자신의 창의력을 바탕으로 디자인 세계를 나가는 디자이너다.
대게 시대를 뛰어넘는 창의력은 당시 거부감을 일으키듯 그의 미래주의적인 디자인들도 당시에는 환영 받지 못했다. 금속, 비닐 등 1960~70년대 당시에는 볼 수 없었던 이색 소재들과 디자인들을 받아들이기에 파리 패션계는 보수적이었던 것이다.
■ “나에게 있어 독창성은 거절, 거부를 의미한다”
1934년 스페인에서 출생한 프란시스코 라바네 쿠에르보는 스페인 내전 당시 프랑스로 이주한 뒤 파코 라반이라는 이름으로 성장했다.
1951년 파리장식미술학교에 입학해 건축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그는 금속장신구와 팝아트 스타일의 조각에 심취해 발렌시아가에게 데생을 배우며 패션에 대한 기초를 다졌다.
학교 졸업 후 한동안은 핸드백, 신발 등의 프리랜스 디자이너로 활약하며 코코 샤넬이 ‘장래가 촉망되는 금속 가공 예술가’로 인정했을 정도로 기상천외한 발상으로 주목을 끌기 시작했었지만 발렌시아가의 재단사였던 어머니의 뜻에 따라 패션계에 입문한 것.
이후 그는 오트 쿠튀르의 디자이너로서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메종에서 8년 동안 기초를 다지며 1964년 독립한다.
■ “옷은 착용하는 사람에게 자유와 상상력을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오늘날까지 퓨처리즘의 대가로 손꼽히고 있는 그는 현대적 감각의 아름다움과 세련미를 갖춘 옷과 액세서리를 런웨이에 올리며 신선한 충격을 가져왔다.
실용성보다도 조형미에 초점을 둔 기상천외한 발상과 고도의 테크닉이 결합해 심플한 실루엣으로 완성된 것. 금속과 가죽 링, 알루미늄 등 이색 소재를 활용한 그의 디자인은 당시 일반적 패브릭만 사용했던 타 브랜드의 디자인과는 차별성을 갖춘 혁명적 디자인이었다.
1968년 인기 가수 프랑스와즈 아르디에게 금속 조각의 미니 드레스를 입히며 대중 앞에 서게 한 그는 ‘호기심이 많은 젊은이가 인간에게 쇳덩어리의 멍에를 씌운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현대에 와서는 소재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인지한 선구자적 행동으로 재평가 받고 있다.
1971년 파리 오트 쿠튀르 의상조합에 가입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한 디자이너에게 수여되는 ‘황금골무상’을 20년만인 1991년에 수상한 그는 그 후 인조가죽 드레스, 몸에 틀을 씌우는 몰딩 방법의 웨딩 드레스 등 다양한 소재 개발을 선보인 디자인들은 신선함과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고정관념을 깬 소재와 구조는 현대에 이르러서도 다양한 디자이너들에게 이지적 영감을 주고 있다.
■ “나는 모든 아이디어를 가장 대중적인 것에서 찾는다”
정교하다 그리고 구조적이다. 대게 건축과 패션을 접목해 디자인을 풀어나가는 디자이너들의 특징이다.
옷의 시작과 끝에서 한치의 오차도 찾아볼 수 없는 그는 칼 라거펠트와 함께 지적 수준이 뛰어난 디자이너로 손꼽히기도 한다. 이런 그도 아이디어는 가장 대중적인 것에서 찾는다고 말한다.
특이한 구조와 다양한 재료들로 센세이션을 일으키지만 그 위에 심플한 디자인을 덧대어 대중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앙드레 쿠레주와 더불어 대표적인 퓨처리즘 디자이너이자 패션계의 이단아로 불리우는 파코 라반.
30여년의 세월 동안에도 변하지 않는 정열적인 모습은 간직해온 그는 “나는 모든 아이디어를 가장 대중적인 것에서 찾는다. 그래야만 표현방식이 비현실적이더라도 결국엔 대중적인 모습으로 되돌아 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결 같은 작품세계로 혁명적인 새로움에도 망설임이 없는 그의 하우스는 지금 푸이그 그룹에 의해 전개되고 있으며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 머니쉬 아로라를 이어 줄리앙 도세나에 의해 전개되고 있다. (사진출처: 파코 라반 공식 홈페이지 내 영상 및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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