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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파일]기아차, K9 돌풍의 그늘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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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2년 5월 처음 판매에 들어간 기아차 K9을 놓고 다소 어색한 광경이 벌어지는 중이다. 기아차가 K9 판매량을 설명하며 '18개월 만에 최대 판매 실적, 돌풍'이라는 표현을 들고 나와서다. 하지만 K9의 시작과 지금을 비교하면 '돌풍'은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그래서 표현의 자유는 인정하지만 의미를 받아들이는 소비자는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기아차가 플래그십을 내세우며 K9의 국내 판매에 들어간 때는 2012년 5월이다. 첫 달은 1,500대로 순조롭게 출발했다. 이어 6월에는 1,703대, 7월에는 1,300대로 시장에 안착한 모습을 나타냈다. 하지만 8월부터 내리막을 걸었고, 10월 510대를 거쳐 12월에는 580대로 곤두박질쳤다. 제품력은 인정받았지만 6,000만원에 달하는 가격이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하락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기아차도 마땅한 카드가 없었다. 당장 가격을 조정하자니 기존 구입자들의 반발 및 제품 원가 측면을 감안해야 했다. 그러는 사이 판매량은 2013년 1월 500대로 떨어졌고, 6월에는 410대로 추락하더니 급기야 12월은 출시 후 최저 판매량인 222대로 마감했다. 연간 판매량만 5,029대로 8개월 동안 판매된 2012년보다 2,000대 이상 줄어든 셈이다. 
  
 이처럼 코너에 몰린 기아차가 내놓은 대책은 부분 변경에 따른 가격 조정이었다. 이에 따라 올해 1월 등장한 K9 부분변경은 3.3ℓ 프레스티지 가격이 4,990만원으로 책정됐고, 기아차는 품목 보강에도 불구 최대 140만원 인하했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시작된 2014년 1월은  300대로 출발했지만 2월 583대, 3월 613대로 상승했다. 기아차로선 시들던 K9이 조금이나마 되살아나니 '18개월 만에 최대 판매, 돌풍'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월 평균 판매량을 보면 '돌풍'은 썩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다. 2012년 K9의 월 평균 판매량은 949대였고, 지난해는 412대였다. 그리고 올해는 3개월 평균 498대에 머물렀다. 평균으로 보면 전년 대비 86대 상승이고, 2012년과 비교하면 무려 451대가 줄어든 숫자다.

 사전에서 돌풍은 '사회적으로 갑작스러운 영향을 미치거나 관심을 모으는 현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정의돼 있다. 이 말을 K9에 적용하면 월 평균 86대 늘어난 게 사회적으로 관심을 모은 '돌풍'이다. 그렇게 본다면 월 평균 451대가 줄어든 것은 무엇으로 불러야 맞을까?
 
 물론 K9에 대한 기아차의 애착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지금 시대 소비자는 매우 현명하다. 불과 86대 상승을 돌풍으로 받아들일 사람은 많지 않다는 의미다. 굳이 K9의 판매량 증가를 내세우고 싶었다면 '상승세 회복' 정도가 온당했을 것이다. 공자는 이를 두고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다. K9에 적용하면 '돌풍은 지나친 표현이어서 돌풍을 일으키지 못한 것과 같다'는 뜻이다. 간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K9의 선전을 기아차 스스로 깎아내린 것 같은 마음을 떨칠 수 없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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