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주 기자] 가수 박지윤을 떠올리면 많은 이미지가 떠오를 것이다.
가창력, 독특한 보이스, 파격적인 안무, 트렌디한 스타일 등. 대중이 기억하는 가장 강렬한 그의 모습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모두가 동의할 한 가지 특징은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자기복제가 없는 가수라는 점이다.
특정 장르를 고집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어떤 가수를 떠올리면 일련의 음악 패턴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선호하는 음악이나 추구하는 장르적 색깔이 노래에 묻어나기 때문일 것. 그러나 박지윤을 생각하면 비슷한 류의 노래들은 떠오르지 않는다.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장르를 ‘박지윤 만의 것’으로 소화해냈기 때문이다.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가지고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며 달려온 가수 박지윤을 만나봤다. 무대 위에서 트렌디한 댄스 안무와 가창력을 자랑하는 그는 조용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털어놓았다.
어느새 연예계 데뷔 20주년이다. 감회가 남다르지 않은가.
“우선 이렇게 오래 활동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해요. 사실 20주년이라는 것을 얼마 전에 우연히 알게 되었어요. 알고 나니 올 한해가 특별한 한해일 수도 있겠다 싶었죠. 아직 확실히 계획하고 있는 일정은 없지만 20주년을 기념할 수 있는 앨범을 내거나 공연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어요”
지금까지의 음악 활동 중 직접 프로듀싱하고 곡을 쓴 7, 8집이 하고 싶던 음악을 했던 느낌이라 가장 애착이 간다는 박지윤. 혼자서 잘 해왔던 그가 ‘미스틱89’와 손잡은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7, 8집이 가장 의미 있지만 직접 모든 작업을 진행하며 부딪혔던 어려움들이 있었어요. 나를 발전시켜 줄 수 있는 프로듀서의 필요성을 느꼈죠. 다음 앨범 작업은 프로듀서와 함께 진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차에 종신오빠에게 연락이 왔고, 함께 하게 됐죠”
미스틱89에 들어간 후로 더욱 박지윤만의 음악적 레이블이 구축되고 있는 느낌이다. ‘미스테리’는 감각적인 뮤직비디오와 멜로디가, ‘빕’은 댄스와 유니크한 콘셉트가, ‘나의 뇌구조’는 노래 가사가 인상적이다.
“‘미스테리’는 오랜만에 대중 앞에서 좋은 댄스곡을 선보였다는 점이 의미 있어요. ‘빕’과 ‘나의 뇌구조’는 가사에 직접 참여했기 때문에 더욱 뜻 깊었죠. ‘나의 뇌구조’는 박지윤을 솔직 대담하게 표현해보자는 취지로 썼기 때문에 더 의미 있고, 제 취향의 곡이에요”
‘나의 뇌구조’는 박지윤의 지난 사랑 이야기를 담은 노래다. 뮤직비디오에는 그의 실제 소품들이 등장한다. 어떻게 자신의 물건들을 뮤직비디오의 소품으로 쓸 생각을 했을까.
“제가 쓴 가사를 보신 아트디렉터 백종열 감독님이 '실제 박지윤의 소품을 같이 이용해보자'고 먼저 제안하셨어요. 아이디어를 주셔서 소품을 모아봤죠. 전 남자친구와 관련된 추억의 물건도 있고 지난 추억의 가장 큰 기억들이 담긴 사진 에세이집과 7,8집도 소품으로 사용했어요”
과거의 사랑이 직접적으로 노래에 묻어난다. 지난 사랑은 박지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과거의 사랑은 음악에 많은 영향을 주었어요. 가사의 대부분이 사랑 이야기이기 때문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해요. 모든 감정은 경험이기 때문에 그것들을 토대로 가사를 쓰고 당연히 음악에도 반영되죠”
박지윤처럼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고, 소화할 수 있는 가수는 드물다. 내놓는 곡마다 새로운 매력으로 대중을 사로잡는다. 그만의 선곡 기준이 있을까.
“곡을 선택하는 일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일이에요. 곡을 잘 고르는 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하죠. 너무 뒤떨어지지 않으면서도 트렌디한, 그렇다고 너무 유행에 치중하지 않은 노래를 고르려고 해요. 대중적이면서도 음악성이 있는 노래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미스틱89와 저의 바람이죠”
요즘은 아이돌 그룹 홍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악 방송을 점령하다시피 하는 아이돌 그룹들 사이에서 부담감은 없을까.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돌들은 시작하는 친구들이고 음악적인 장르도 다르기 때문이죠. 현실적으론 음악 차트에서는 경쟁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부담감이 느껴질 때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것에 연연하다보면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내가 하고자 하는 음악을 잘 하자’고 생각해요”
강남 5대 얼짱으로 유명했다는 박지윤. 당시에는 어린 나이에 데뷔한 친구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주변의 남학생들이 보러 학교에 찾아왔을 정도라고. 연예계 데뷔 계기도 광고 모델이었기 때문에 미모가 결정적 데뷔 계기였던 셈이다.
“어려서부터 성악을 배웠고 성가대 활동을 하는 등 음악을 좋아했었어요. 연기자로 기획사에 들어갔는데 우연히 노래하는 것을 듣고 가수 활동을 제안 받았어요”
‘가수 박지윤’ 못지않게 ‘연기자 박지윤’을 사랑하는 대중들이 많다. 연기나 예능 쪽으로 활동할 계획은 없을까.
“작품은 지속적으로 컨택 중이에요. 연기에도 욕심이 있기 때문에 좋은 작품을 만나기를 바라고 있죠. 연기 활동과 가수 활동을 병행할 수 있는 소속사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게 현실적인 문제인 것 같아요. 가수는 의지가 필요한 직업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앨범에 집중하고 싶다. 연기와 음악 활동은 동시에 적극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아쉬워요.
사진과 영상은 언제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나를 해도 완벽하게 하고 싶기 때문에 언젠가 여유가 될 때 시도할 계획이에요. 사진, 영상 어떤 것을 하더라도 어설프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사진과 영상에 대한 질문을 덧붙이자 야심차게 대답했다. 좋아하는 일 중 하나를 하더라도 허투루 하고 싶지 않다는 그의 답변에서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욕심과 확신이 묻어났다.
결혼을 생각해야 하는 나이이기 때문에 연애할 상대를 만나는 것이 신중해지는 것 같다는 박지윤. 친구처럼 오래 함께할 수 있는 동반자를 만나고 싶다고.
“이상형은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유머러스한 사람이면 좋겠어요. 제가 말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더 그렇죠. 대화가 통하고 관심사가 같은 사람이면 좋겠어요. 외모는 쌍커풀이 없는 사람이 좋아요”
DJ와 MC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박지윤은 긴 목표를 가지고 살지 않기 때문에 매 순간 즐겁게 자신의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고 했다. 연예계 데뷔를 안했더라면 미술 관련된 일을 하고 있을 것 같다는 그는 미술 외에도 사진, 영상, 디자인, 애니메이션 등을 거론하며 못을 박았다.
“저는 천상 예술 쪽이 맞아요”(웃음)
많은 후배들에게 독보적인 선배이자 좋은 귀감이 되고 있는 박지윤. 지난 수 년 동안 그가 펼쳐온 음악 장르들이 예상하기 어려웠던 만큼, 앞으로도 종잡을 수 없는 그의 다양한 음악 활동이 기대된다.
기획 진행: 윤희나, 이미주
포토: bnt포토그래퍼 최승광
영상 촬영, 편집: 이홍근
의상: 나인걸, 락 리바이벌, 모스아일랜드, 스타일난다, 에린블리스
주얼리: 뮈샤, 라뮈샤
시계: 베카앤벨
헤어: 지안 뷰티샵 최희원 팀장
메이크업: 지안 뷰티샵 성지안 원장
bnt뉴스 기사제보 fashion@bntnews.co.kr
▶ 2014 S/S “뱀파이어 미모”가 되기 위한 스타일 변화
▶ 대한민국을 웃고 울린 김연아 연기 속 의상의 비밀
▶ ‘악녀’ 조안 vs ‘복수녀’ 박시은, 진정한 독한 여자는?
▶ 가브리엘 샤넬 “패션은 사라지지만 스타일은 영원하다”
▶ 출근길, 그 남자의 ‘비즈니스 웨어’ 스타일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