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산차는 글로벌 경기 부진에도 총 860만5,564대를 기록, 전년대비 5.0% 성장을 기록했다. 선전 이유로는 지속적인 품질 향상, 수출 시장 다변화, 고부가 가치화가 병행된 덕분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하지만 내수는 감소가 불가피했다. 전체 시장이 축소된 것. 경기 침체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히지만 마냥 화살을 돌릴 수도 없다. 수입차 점유율은 12%를 돌파해서다. 같은 기간 현대기아차의 내수 승용 점유율은 70%를 밑돌았다. 본격적인 내수 공방이 시작된 셈이다. 갑오년, 완성차 회사의 내수 기상도를 그려봤다.
▲현대자동차-약한 비 후 갬
한국 자동차 시장의 맹주 현대차는 2013년 전년대비 4.0% 실적이 하락했다. 가장 많이 팔린 차는 아반떼로 9만3,966대였다. 하지만 전년 대비 15.6% 부진했고, 쏘나타 역시 14.0% 내려앉은 8만9,400대에 그쳤다. 다행인 것은 그랜저의 건재였다. 8만8,501대로 2012년과 같았다. 내수 시장에서 워낙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었기에 작은 흔들림에도 타격은 컸다. 심상치 않은 여론 또한 현대차에겐 불안 요소다. FTA는 현대차에게 새로운 기회가 됐지만 안방에서 거센 도전을 불러왔다.
상반기 출시할 신형 쏘나타는 오랜 시간 한국인에게 사랑을 받아 온 차로, 현대차의 '믿는 구석'이다. 또한 2013년 말에 출시된 신형 제네시스 또한 흐름이 나쁘지 않다. 수입 디젤 공세를 막아내기 위한 그랜저 디젤도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소비자를 품기 위한 여러 시도도 계속된다. 2014년의 현대차는 제품의 다양성과 소비자 신뢰를 동시에 회복하는 한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기아자동차-매우 흐림
2013년 내수 2위는 공고했지만 이렇다 할 성적도 거두지 못했다. 내수 성적이 현대차보다 부진했던 것. 45만8,000대로 2012년에 비해 5.0% 떨어졌다. 기아차가 내세운 디자인 경영은 정체된 느낌이고, 신형 카렌스와 쏘울도 틈새 차종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기아차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 K5 역시 2012년보다 19.2% 후퇴했다. K3에 디젤을 추가했지만 파괴력은 신통치 않았다.
2014년에는 신형 카니발이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기아차의 대표적인 효자 차종이다. 특정 소비층을 타깃하는 제품이지만 존재감 또한 확실하다. 6년 만의 완전 변경을 맞는 신형 쏘렌토도 출격을 준비 중이다. 두 차의 선전에 따라 기아차의 운명이 갈릴 전망이다.
▲한국지엠-찬바람 뒤 따뜻해짐
쉐보레는 2013년 15만1,040대로 2012년보다 3.7% 성장했지만 두 자릿수 점유율을 지키지 못했다. 연초부터 판매를 시작한 트랙스가 별다른 힘을 보여주지 못했고, 올란도는 10.3% 판매가 줄었다. 가장 많이 판매돼야 할 스파크도 2012년과 비교해 5.9% 판매 하락했다. 말리부는 존재감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은 승용 점유율이 10%를 조금 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올해 신차가 없다는 점이 걱정이다. 기존 라인업으로 버티기엔 시장이 녹록치 않은 탓이다. 올란도에 새 트림이 마련될 예정이지만 판매를 획기적으로 늘릴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러나 말리부 디젤만큼은 시장 기대가 남다르다. 1분기 발표될 예정이다. 정확한 제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동력계는 2.4ℓ 디젤이 유력하다. 쉐보레는 지난 2011년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최고 출력 169마력의 말리부 2.4ℓ 디젤을 선보인 바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맑음
르노삼성의 2013년 내수 누계는 6만27대로 2012년보다 0.2% 늘었다. SM7이 조금씩 살아났다는 점이 브랜드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엔진을 다양하게 준비한 SM5는 의외의 선전을 보였다. SM3는 8.5% 성장으로 실적을 뒷받침했다.
스페인에서 불어온 QM3 바람도 강력했다. 3월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되면 바람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SM5 디젤 역시 르노삼성이 기대하는 부분이다. 또한 SM3, SM5, SM7 등 SM 시리즈의 부분변경 차종도 준비 중이다.
▲쌍용자동차-맑은 후 흐림
지난해 가장 선전한 국산차 회사다. 전년대비 34.1% 증가한 6만3,970대를 내수에 내보냈다. 이는 2005년 이후 최대 실적이다. 코란도C와 코란도 스포츠가 실적을 주도했다. 레저라는 틈새시장 개척을 위한 마케팅 기법이 완전히 주력으로 올라선 것. 하지만 올해는 신차가 없다. 매우 큰 불안요소가 아닐 수 없다. 자동차 회사는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보여줘야 실적도 유지될 수 있는데, 현재로선 기대할 만한 어떤 제품 정보도 나와 있지 않은 상태다. 마케팅만으로 버텨내기엔 한국 내수 시장은 쉽지 않기 때문에 올해 쌍용차는 도전의 해가 될 것이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