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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자동차 연료 놓고 벌어지는 목숨 건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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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바 자동차용 연료를 두고 현재 전쟁이 벌어지는 것을 아십니까? 같은 석유연료라도 유종에 따라 정유 업계와 가스업계가 팽팽하게 날을 세우고 있습니다. 논란의 요지는 하나, 과연 휘발유나 경유가 더 친환경 연료냐, 아니면 LPG가 더 친환경적이냐를 두고 벌이는 싸움이죠. 만약 한 쪽이 지게 되면 그것은 더 이상 자동차연료 장사를 그만 두라는 것과 다름이 없어 사활을 걸 수밖에 없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자동차의 효율이 높아지면서 자동차 연료의 사용량이 향후 점차 줄어들 것이란 전망 때문입니다. 물론 자동차 보급이 늘면 연료사용량도 증가하겠지만 지금처럼 신차가 나올 때마다 10% 이상씩 효율이 높아지고,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의 친환경차가 봇물을 이루면 검은 화석 연료는 외면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곳은 바로 연료 업계입니다. 줄어드는 연료시장은 LPG와 정유 업계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상황으로 변한다는 겁니다. 연료사용량이 줄면 그만큼 가스사와 정유사의 판매량도 줄고, 이익도 줄어들지요.

 이처럼 향후 전망이 비관적인 연료시장에서 이른바 '친환경'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에 있어 더 이상 배출가스를 늘리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기후변화협약을 끌어내면서 탄소배출권 제도가 시행되고, 탄소배출총량제도 도입되고 있습니다. 국가 전체의 탄소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죠.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탄소를 줄여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니 정부에서 주목한 것이 바로 자동차 배출가스입니다. 그럴 수밖에요. 탄소 배출의 절반 이상이 자동차에서 뿜어져 나오니 가만 놔둘 수 없는 상황이 된 겁니다. 그래서 '어떤 연료를 사용하는 차가 더 친환경이냐?'를 따져봤더니 휘발유와 경유, LPG 모두 각각의 논리를 펼치면서 서로 친환경이라고 우겨대는 입장이 돼버렸습니다. 

 그럼 먼저 휘발유를 한번 볼까요? 경유나 LPG 대비 탄소배출이 많은 연료입니다. 그런데 휘발유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등장하면서 휘발유 하이브리드가 저탄소 차종으로 변했습니다. 대표적으로 토요타 프리우스 하이브리드만 해도 탄소배출량은 ㎞당 100g 이하입니다. 상당히 뛰어나죠. 따라서 하이브리드 시스템만 있으면 제 아무리 휘발유라도 효율이 높아지니 친환경 연료라는 주장에 설득력이 생깁니다. 휘발유 사용량을 억제하지 않아도 하이브리드가 대중화 되면 탄소배출이 줄게 된다는 것이죠. 이런 논리가 바로 휘발유를 친환경 연료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입장입니다.

 그럼 경유는 어떨까요? 당연히 친환경 연료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휘발유처럼 하이브리드 하지 않아도 열효율이 높아 연료효율이 좋으니 친환경이라는 겁니다. 쉽게 보면 리터당 주행거리가 휘발유 및 LPG 대비 길고, 상대적으로 같은 거리를 주행할 때 탄소 배출량은 적으니 그야말로 친환경의 표본이라는 것이죠. 바로 클린 디젤을 주장하는 업계의 이야기입니다. 대표적으로 정유 업계와 보쉬, 델파이 등 디젤관련 부품을 만들어내는 회사가 내놓는 논리입니다. 최근 들어 정유 업계가 활발하게 클린 디젤 사용을 늘려야 한다고 세미나를 열고, 간담회 등을 개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세번째, LPG는 그럼 친환경이 아니냐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1리터를 소모했을 때 탄소배출량만 놓고 보면 나름 친환경입니다. 현재 인식되는 친환경이 탄소배출을 줄이자는 취지임을 감안하면 당연히 친환경이라는 논리가 성립됩니다. 그래서 LPG차를 적극 늘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게 LPG 업계의 입장입니다. 정부가 탄소배출을 억제하려면 LPG차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고, 덕분에 LPG 판매량이 늘면 LPG 수입사는 당연히 기분 좋은 일이겠지요.

 여기에 손 들고 목소리를 높이는 쪽이 있으니 바로 천연가스입니다. 요즘 버스에는 'CNG'라는 글자가 써있습니다. 최근 폭발사고로 주목받기도 했지만 이른바 '압축천연가스'를 태우는 버스입니다. CNG는 정부에서 친환경으로 여겨 보급에 적극적입니다. 천연가스 수입, 판매 사업자들이 경유를 사용하는 버스 대비 매연이 적다는 점에서 강력 추천했고, 정부가 받아들인 겁니다. 하지만 이산화탄소 배출이 그리 적지만은 않습니다.

 이처럼 연료시장은 크게 휘발유&경유를 판매하는 정유사업자, LPG 가스를 취급하는 가스사업자, CNG를 보급하려는 천연가스사업자로 나뉘게 됩니다. 그래서 이들 셋이 모여 툭하면 친환경 연료라며 세미나 등을 열고 여론몰이에 한창입니다.

 어쨌든 최근 버스에 CNG가 늘어나자 정유업계가 경유 판매 확대를 위해 직접 돈을 들여 디젤 하이브리드 버스를 개발했습니다. 목 마른 사람이 직접 우물을 파듯 버스회사는 가만히 있었는데, 정유업계가 돈 지원해 줄테니 디젤 하이브리드 버스를 개발하자고 했죠. 버스회사 입장에서야 마다할리 있겠습니까? 그래서 나온 게 대우버스에서 개발한 디젤 하이브리드 버스고, 정유 업계는 CNG 버스만 고집하는 정부쪽에 상당한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겁니다. 디젤 하이브리드 버스도 운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죠.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내친 김에 디젤 택시도 사용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LPG보다 연료의 효율이 높고, 최근에는 유로5 기준을 모두 충족할 만큼 매연도 적은데 왜 허용을 해주지 않느냐는 것이죠. 물론 일리가 있습니다. 과거 매연이 심했던 디젤엔진이지만 커먼레일 방식으로 매연을 많이 줄였고, 이것도 모자라 매연여과장치를 부착해 친환경으로 거듭났기 때문이죠. 그래서 정부도 유로5 충족하는 디젤승용차의 환경개선부담금을 면제해 주고 있습니다. 친환경이라는 점을 부분적으로 인정하는 형국이지요.

 하지만 이미 자리 잡은 LPG나 CNG를 정부가 외면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만약 디젤이나 휘발유로 모든 연료를 채운다면 LPG나 CNG 산업은 그대로 주저앉아야 하고, 석유파동 등 외부 변수에 무척 취약한 연료시장이 될 수밖에 없어서입니다. 연료시장이 공존해야 연료에서 비롯되는 위험요소를 최소화 할 수 있고, 특정 산업에 편중되는 현상도 막을 수 있습니다.

 물론 정부의 입장은 애매할 겁니다. 과거 대기환경은 주로 미세먼지(PM)와 기타 배출가스를 줄이는데 초점이 맞추어졌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이산화탄소를 줄여야 한다는 과제가 생긴 것이죠. 그랬더니 연료 업자끼리 서로 친환경 연료라며 싸움을 벌입니다. 나름대로 다 논리가 있어 어느 편을 들어주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유 업계 또는 가스업계가 주최하는 세미나 등에 정부 관계자가 참석하는 일은 극히 드뭅니다. 누구 편을 들어주기가 곤란하기 때문이죠. 어찌 보면 칼자루는 정부가 쥐고 있는데, 정부도 달리 손 쓸 방도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는 정유 업계와 가스업계 모두에게 결정타를 날리는 결정이 하나 나옵니다. 바로 전기버스의 등장입니다. 서울시가 지난 2010년부터 전기버스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제한적이지만 CNG, LPG도 쓰지 않고, 경유도 쓰지 않는 순수전기버스 말입니다.  그러자 정유 업계는 물론 가스업계 모두가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어느 쪽이든 연료사용이 더 줄어들 것은 뻔하기 때문이죠.

 자, 그럼 여기서 이제 판단이 들어갑니다. 여러분이 정책 입안자라면 과연 어느 쪽 손을 들어줄 수 있을까요? 과연 탄소배출은 어느 연료가 더 적을까요? 그렇다고 단순히 배출가스를 이산화탄소만으로 기준 삼을 수 있을까요? 저도 생각을 많이 해보는데, 명확한 답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참고로 자동차회사요? 연료 사업자간 싸움에 별로 신경 쓰지 않습니다. 어떤 연료든 사용 가능한 차를 만들어 놓았으니 시장이 열리면 엔진만 바꾸면 됩니다. 100년간 사용해 왔던 화석연료, 패러다임의 변화는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당장은 아니겠지요. 아주 서서히 변화가 일어날 겁니다. 갑자기 한번에 바꾸면 산업 전체가 붕괴할 수 있어서지요. 현명한 정책이란 이럴 때 필요하고, 내놓아 하는 겁니다. 그게 바로 정부의 역할이죠.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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