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선 기자] ‘볼매(볼수록 매력있다)’란 말이 딱 어울리는 여배우를 만났다. 넘치는 해피바이러스에 곁에서 바라보기만 해도 에너지가 전달되는 그런.
차가워 보이는 인상과 달리 그의 말투엔 애교가 가득 묻어났고 웃는 모습엔 아직도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느껴졌다. 데뷔 20년 경력에 빛나는 배우 김소연(33)은 그렇게 따스한 봄 햇살처럼 빛났다.
최근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bnt뉴스와 만난 김소연은 소현경 작가를 ‘짝사랑’하고 있다고 밝히며 수줍은 소녀처럼 미소 지었다. 그는 늦은 시간 진행된 인터뷰에 지칠 법도 했지만, 격양된 목소리로 “작가님은 정말 아름다운 분이세요”라며 “한 번 만나보시면 반하실 거에요”라며 자신하기도 했다.
2010년 드라마 ‘검사 프린세스’를 통해 한 차례 소 작가와 인연을 맺은 김소연은 2013년 ‘투윅스’로 다시 그를 찾았다.
“사실 작품 선택할 때 가장 고려하는 건 캐릭터예요. 보통은 ‘내가 소화할 수 있을까’,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다’ 하는 걸 따져보는 데 이번엔 좋아하는 작가님이 하신다니까 제가 알아봐 달라고 주위에 부탁했죠.”
작품 선택의 기준까지 바꿔놨을 정도로 김소연에게 소현경 작가가 미치는 영향력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렇게 강력한 어필에도 아무 소식 없이 2주가 흘렀고, 그는 자신의 마음이 그저 짝사랑으로 끝나는 줄 알았다고. 슬슬 체념해야 한다고 마음먹었을 즈음, 소 작가는 김소연에게 박재경 역을 선물했고 그렇게 두 사람의 인연은 다시 이어졌다.
“물론 ‘검사 프린세스’ 때 이미 해봤던 검사지만 마혜리와 박재경은 너무나도 다른 검사라 전혀 걱정이 없었어요. 그리고 만약이지만 작가님이 저에게 또 검사 역을 주신다면 전 또 연기할 거예요. 그 어떤 배역이라도 영광이죠.”
하지만 이렇게 애정이 넘친 만큼, 김소연이 느낀 아쉬움도 많았다. 그는 준비했던 대로 연기가 나오지 않아 속상했다며 드라마가 끝난 지 한참임에도 아직 미련이 남은 듯한 목소리로 극 초반 이야기를 꺼냈다.
“대본 보고 연습했을 때보다 감정이 더 나올 때가 있었어요. 미숙이 집에 가서 유혈이 낭자한 모습을 보니 저로 인해 한 사람이 죽었다는 그 감정이 너무 크게 다가오더라고요. 그런 감정 연기 뒤에 점점 더 박재경이 되어 가면서 그때 제가 좀 더 조율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라 이런 감정을 더 느끼는 것 같아요.”
이번 작품에서 김소연은 범인을 쫓기 위해 잠시 하이힐에서 내려와 운동화를 신어야 했다. 예쁘게 꾸미는 것 없이 편안한 스타일링만을 선보여야 했지만 그는 박재경 캐릭터를 칭찬하며 자신에게 매력적인 역할을 안겨준 소현경 작가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언제 이런 옷을 입어보고 언제 이렇게 뛰어보겠어요. 전 오히려 이런 스타일을 앞으로 또 할 수 없을까 봐 그게 두려울 정도예요. 그리고 제 연기의 아쉬움과는 별개로 작가님이 120% 만족스러운 캐릭터를 그려주셔서 감사해요. 사실 14일 동안이기 때문에 캐릭터의 진폭이 클 수 없는 데 중간 중간에 박재경의 매력을 살릴 수 있는 장면을 많이 넣어 주셨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작가님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김소연의 소현경 작가 사랑 그리고 ‘투윅스’ 사랑이 더욱 전해졌다. 빙의 장면과 담을 넘는 장면, 그냥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장면, 변장해 오토바이 타는 장면 등은 소 작가의 그림에 김소연의 채색이 더해지면서 모두가 명장면, 명대사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김소연의 끝없는 애정에도 ‘투윅스’의 시청률 성적은 좋지 않았다. 완성도 높은 작품에 호평은 이어졌지만 이상하게도 시청률만큼은 오르지 않아, 이후 포털 사이트엔 “‘투윅스’ 시청률 안 나오는 이유”라는 연관 검색어가 생겼을 정도.
“신경을 안 쓸 순 없겠지만 무덤덤해지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투윅스’만큼은 시청률이 안 나와서 아쉽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촬영하면서 굉장히 자부심을 느껴 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했거든요. 야구도 생중계로 보는 것과 홈런인지 볼인지 알고 하이라이트 보는 게 다르듯이, 긴장감 넘치는 상황의 연속인 ‘투윅스’를 본방으로 많은 분들과 공유하지 못해 안타까워요.”
마지막으로 김소연은 소현경 작가뿐 아니라 함께 고생한 스태프들을 떠올리며 자신의 이상향을 밝혔다. 평소 땀이 없는 체질이라 믿었던 그조차 땀이 눈 아래서 나왔을 정도로 힘들었던 촬영이었기에 그는 탈 없이 함께 달려와 준 이들을 생각하며 꿈꾸는 미래에 대해 털어놨다.
“어쩔 수 없이 업 앤 다운(Up & Down)이 있겠고 또 남의 시선을 의식하게 될 수밖에 없는 직업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제는 좀 더 행복하게 즐기고 싶어요. 물론 지금도 즐겁지만 좀 더 편안하고 여유롭게 연기하고 싶어요. 그래서 나만 빛나는 게 아닌 내 스태프들도 같이 빛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다음 작품은 이왕이면 밝은 로맨틱 코미디였으면 좋겠다는 김소연. 소현경 작가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 모두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보여주고 있는 그가 바람대로 이러한 감정을 잘 살릴 수 있는 작품을 만나게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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