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영 기자] 명실공히 국민연극이라는 칭호를 받는 작품이 얼마나 될까. 하루에도 수 십 개가 넘는 공연예술이 무대에 오른다. 선택의 폭은 넓지만 '좋은 작품'으로 검증된 것들은 많지 않다. 15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작품이 있다. 연극 '라이어'는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전국을 누비는 국민연극이다.
'라이어'는 1999년 국내 초연 후 공연횟수 18,000회와 누적관객 300만을 돌파한 기록을 세웠다. 국민연극이라는 타이틀이 당연하게 느껴질 만큼 놀라운 기록이다. 현재 드라마와 영화 등에서 활약하고 있는 배우 이문식, 안내상, 정재영, 이종혁 등도 연극 '라이어'의 초연멤버 출신이다.
작품은 9월1일까지 윤당아트홀에서 공연하고 3주간 휴식기를 가진 뒤 9월24일부터 다시 윤당아트홀 무대에 올라 앵콜 무대를 갖는다.
평범함, 일상성 가진 리얼리티
연극 '라이어'는 친숙하다. 작품 속 인물들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닌, 일상에서 흔히 마주할 수 있는 범인(凡人)들이다. 두 집 살림은 TV 드라마 속 재벌들이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연극 '라이어' 주인공 존 스미스의 직업은 택시기사다. 그는 힘든 노동을 하며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일반 가장들과 다르지 않다. 존 스미스와 함께 거짓말 작전을 펼치는 공범 스탠리 가드너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직자다.
택시기사라는 직업은 존 스미스의 두 집 살림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그는 교대근무를 핑계로 5분 거리인 두 집을 왕래하며 완벽한 스케줄을 소화해낸다. 스탠리 가드너 역시 고정 직업이 없으니 존 스미스 집을 제 집 드나들 듯하며 공범 노릇을 톡톡히 한다.
연극 '라이어' 속의 평범함과 일상성은 작품에 현실감을 더한다. 관객들은 작품 속 해프닝에 대해 ‘흔한 일은 아니지만 충분히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이야기에 집중하게 된다.
미워할 수 없는 거짓말 범인들
연극 '라이어'는 쉴 틈이 없다. 꼬여가는 상황 속에서 배우들이 던지는 말 한 마디는 순간을 더 아찔하게 만든다. 주춤대는 움직임들은 슬랩스틱을 만들며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연극 '라이어'를 보면 '연기의 정점은 코미디'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다.
배우들이 코미디 연기를 하다 보면 신선함은 없어지고 유행어 등 외연적인 요소에 집중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연극 '라이어' 배우들은 장기공연의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모든 것이 처음인 듯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줬다.
존 스미스를 연기한 이강민 배우는 '죄는 밉지만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격언을 생각나게 했다. 그는 존 스미스를 그저 그런 불륜남이 아니라 두 아내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두 번 결혼할 수 밖에 없었던 '박애주의자'로 잘 표현해냈다.
작품의 또다른 히로인은 스탠리 가드너를 연기한 김희준 배우다. 그는 위기에 빠진 존 스미스보다 더 바쁘게 두 집을 오가며 꼬인 상황을 해결하려 애쓴다. 관객들은 날쌔지만 어딘지 어설픈 그의 움직임과 입 안에 폭탄을 숨긴 듯 안절부절 못하는 그의 말 한마디에 웃음을 터뜨렸다.
연극 '라이어'는 분할 무대를 사용한다. 무대 오른쪽은 존 스미스와 먼저 결혼한 메리 스미스의 집이다. 무대 왼쪽은 나중에 존 스미스와 결혼한 바바라 스미스의 집이다. 배우들은 무대가 철저하게 분리된 공간임을 인지하고 능청스런 연기를 펼친다. 관객들은 두 공간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을 지켜보며 스릴과 코미디를 함께 느낄 수 있다. (사진제공: 공감N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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