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민혜 기자 / 사진 김강유 기자] 변화무쌍한 배우 이천희를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까?
최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연애조작단; 시라노'(극본 신재원, 연출 강경훈)에서 이천희는 공민영(최수영)을 짝사랑하는 '키다리 아저씨' 차승표 역을 맡아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을 얻었다.
종영 후 오랜만에 한가한 시간을 맞은 이천희(34)를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났다. 드라마에서와 달리 소탈한 모습으로 웃는 그는 기자를 반갑게 맞이했다.
이천희는 SBS '패밀리가 떴다'에 고정 패널로 출연해 '엉성 천희'로 활약하며 예측불허의 엉뚱한 매력을 보여준 바 있다. 모델 출신다운 큰 키와 훤칠한 외모를 소유하고 있는 그였지만, 어딘가 2% 부족한 반전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이 같은 이천희의 엉성한 캐릭터가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부작용 또한 존재했다. 예능에서의 이미지가 매우 강했기에 어떤 작품을 맡아도 엉성한 모습이 떠오른다는 것.
하지만 이번 차승표 역할을 통해 이천희는 그의 대표적 이미지인 친근하고 유쾌한 모습을 벗어 던지고 사연 있어 보이는 어두운 모습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이와 관련해 이천희는 "주변에서 엉성한 캐릭터를 벗었다고 하는데 사실 실감은 안 난다"면서 "그냥 멋스러운 차승표를 연기하는 것도 굉장히 재밌고 '나도 멋있어 보일 수 있겠구나'라는 혼자만의 흐뭇함을 느낄 뿐이다"고 말하며 머쓱해했다.
사실 이천희는 이번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재미있고 유쾌한 그의 예능 이미지는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다고.
"이번에 차승표 역할을 하면서 현장에서 말을 잘 안 했어요. 왜냐면 저도 모르게 실제 제 성격이 나오게 될 테니까요. 그럼 승표 역이 흐트러지고 그 멋있음이 사라질까봐 현장에서 조용히 있었고 장난치지도 않았어요"(웃음)
"드라마 촬영 때문에 성격이 변화했다"고 말하는 이천희의 실제 모습이 궁금해져 질문하자 그는 "잘 모르겠다"고 답한 뒤 이내 "호기심이 많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물건에 대한 궁금증이 굉장히 많다"며 "뚜껑이 하나 떨어져 있어도 '이게 어디에 들어가는 뚜껑일까'라는 생각으로 심도 있게 고민한다. 그래서 결국 찾아내고야 만다"고 다소 엉뚱한 답변을 내놨다.
이렇듯 호기심이 많은 성격 덕분에 이천희는 연기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에도 발을 들이고 있었다. 스포츠를 좋아하기로 유명한 그는 각종 공예에도 관심을 보였다. 요즘에는 가구 만드는 일에 푹 빠졌다고.
배우들은 한 작품이 끝나고 차기작이 결정되기 전까지 비교적 한가로워서 이런저런 활동을 할 기회가 많다. 이에 이천희는 "쉬는 기간에 많은 활동을 하려고 노력한다"면서 "연기만 하는 배우가 아닌 다양한 분야를 두루 섭렵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아티스트 적인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이천희는 롤모델로 중견 배우 김영옥을 꼽았다. 예상치 못한 답변이라는 기자의 말에 그는 미소 짓더니 "같이 연기했을 때 '아 저분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과거 MBC '글로리아'(극본 정지우, 연출 김민식 김경희)에 김영옥과 함께 출연한 바 있는 이천희는 당시 그를 보며 많은 점을 배우고 느꼈다.
"김영옥 선생님을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적지 않은 나이에도 밤샘 촬영을 힘든 내색 없이 소화하고 짜증 한 번 내신 적이 없었죠. 그 모습을 보면서 김영옥 선생님처럼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시고 어떤 캐릭터든지 완벽하게 소화하잖아요. 굉장히 멋있는 분이에요"
엉뚱하면서도 순수한 매력이 돋보이는 배우 이천희. 인터뷰 내내 어떠한 질문에도 예상 가능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던 그는 대중들에게 알려진 것보다는 훨씬 다양한 모습이 내재돼 있는 사람이었다.
팔색조 매력을 갖춘 이천희가 이번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이미지 변신을 꾀하며 계속해서 대중들 앞에 서 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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