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윤 기자] 빗소리가 세차게 울려 퍼지는 오후. 인터뷰를 위해 신사동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올해로 데뷔 10년 차를 맞는 배우였지만 어딘지 쑥스러워하는 모습이 신선해 보였다. 부드러운 외모와 달리 그의 목소리는 밝고 유쾌했다.
이세민은 처음부터 배우의 길을 꿈꾼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어머니가 하시던 가게에 지인이 놀러 와 우연히 그와 마주쳤다. 연기해볼 생각이 없냐며 전화번호를 받아간 그 사람이 바로 영화 싱글즈의 캐스팅 담당이었던 것. 그리하여 그는 15초 정도의 짧은 단역이었지만 배우로서 첫걸음을 내딛게 된다.
“솔직하게 처음엔 연기가 좋아서 출연하게 된 게 아니었어요. 짧은 단역의 출연료였지만 고등학교 3학년에겐 이걸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큰 수입이었거든요. 사실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아서 가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어서 결심한 거였어요”
처음 영화 현장에 투입된 이세민에게 모든 것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시작은 아니었지만 촬영이 거듭될수록 연기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촬영이 끝나고도 마음속에서 생겨나는 새로운 열정을 지울 수 없었던 그는 고3 마지막 2개월을 연기공부에 매진해 서일대 연극과에 입학하고 만다.
“갑자기 배우가 되겠다고 결정했을 때 부모님께서는 반대보다는 많이 걱정하셨어요. 두 분 다 시골에서 식당을 하시며 소박하게 살아오신 분들이시라 욕심도 없으시거든요. 제가 하겠다고 하니까 믿고 응원해 주셨지만 캐스팅 때마다 사기꾼이 아닌지 늘 걱정하셨어요. 인맥이나 금전적으로 풍족하게 지원을 못 해주신 걸 늘 안타까워하세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묻자 그는 망설임 없이 가장 최근에 연기한 SBS 아침 드라마 ‘당신의 여자’를 꼽았다.
“사실 제가 보이는 이미지가 선한 느낌이 강해서 지금까지는 어린 역할이나 착한 역할을 많이 했는데 여기서 처음 악역을 맡았어요. 정말 갈 데까지 간 양아치였죠. 늘 악역을 해보고 싶었는데 막상 연기하려고 하니까 캐릭터에 마음을 열지 못하겠더라고요.
생각보다 제가 제 외모에 대한 고정된 시선을 가지고 있었어요. 연기자는 그러면 안 되는데. 그래서 말 그대로 대사만 외워서 연기하니까 정효 감독님께 많이 혼났어요. 계속 혼나다 보니까 제 내부에서 조금씩 뭔가가 깨지더라고요. ‘내 이미지에 맞게 연기하는 게 아니다. 내가 잘 나오는 게 아니라 캐릭터가 잘 나와야 한다’는 아주 기본적인 거였는데 말이죠“
그렇게 내면의 싸움을 끝내자 연기에 몰입할 수 있었고 촬영이 끝나고 정효 감독으로부터 눈물이 날 정도로 큰 격려를 받았다고 한다.
“감독님이 촬영이 끝나는 날 ‘세민아 넌 연기해도 너 밥벌이 충분히 해먹고 살겠다. 잘하는 거 같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는다는 건 정말 가슴이 벅차오르는 일이었어요”
이세민은 가장 좋아하는 배우를 묻자 정재영을 꼽았다. 정재영 특유의 연기 색깔을 닮고 싶다며 그는 운을 띄웠다.
“이상형 같은 게 있잖아요. ‘내가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은 이랬으면 좋겠다’는. 정재영 선배님은 거친 연기에서도 코믹함과 멜로를 내면에서 보여주시잖아요. 지금은 저 다운, 조금은 밝고 유쾌한 역할에 제 매력을 가장 많이 보여 드릴 수 있지만 저도 언젠가는 그런 연기를 펼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또 그렇게 노력할 거고요”
이세민은 곧 tvN 특집 드라마 ‘빠스껫볼’로 다시 돌아올 예정이라고 밝히며 마지막으로 배우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나이가 40이 되고 50이 되어도 계속 성장하는,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어요. 누구라도 저 사람은 배우라는 그런 느낌이 들 수 있는 연기를 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반짝이는 눈빛을 마주하자니 앞으로의 이세민의 연기가 기다려진다. 훈훈한 외모는 물론 조용하지만 깊은 열정을 가진 배우 이세민의 훗날을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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