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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만도, 서스펜션 세계 1등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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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도 익산 공장






 국산차의 조향과 승차감은 어떨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조향성능과 승차감 등은 '수입차 우월론'이 끊임없기 제기되는 부분이다. 그 중에서도 차체와 바퀴 사이에서 충격을 흡수하고 자세를 잡아주는 서스펜션은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부문이기도 하다. 아직 수입차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를 의식해서일까. 현대차와 만도가 국산차 서스펜션 중심지 익산 공장을 자신있게 공개했다.

 ▲글로벌 4위…최신 기술은 선두에 뒤쳐져
 현대차와 만도의 인연은 40여년에 이른다. 1975년 출시된 현대차 포니에 적용한 쇼크업소버(충격흡수장치)가 만도 제품이었던 것. 이에 앞서 만도는 1970년 해당 장치의 국산화에 성공, 양산을 시작했다. 이후 양사는 해외 동반 진출을 통해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한편 각자의 경쟁력을 키워왔다.

 익산공장은 1995년에 생산체제를 확립했다. 11만8,800㎡의 대지 위 연면적 5만6,100㎡ 규모로 지어졌다. 연간 2,000만개의 서스펜션을 생산, 그룹 전체 생산량의 40% 정도를 담당한다. 이 밖에 중국, 미국, 브라질, 폴란드 등에서 연간 5,200만개의 서스펜션을 생산한다.






 익산공장을 비롯한 만도의 지난해 서스펜션 부문 매출은 9,707억원으로 2009년 4,986억원에서 3년 만에 2배 이상 성장했다. 매출 중 현대·기아차 공급분은 60%로 과반을 넘는다. 그러나 최근 GM, 르노-닛산, 푸조-시트로엥 등 글로벌 업체에도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납품 회사를 늘리는 것이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훨씬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세계 시장에서 만도의 위치는 글로벌 4위의 기업이다. 기술 수준은 2~3위권이지만 생산능력과 매출까지 고려한 결과다. 상대적으로 미국과 일본 업체의 매출이 커서다. 물론 아직 최신 기술에 뒤져있는 상태라는 게 회사 설명이다. 예를 들어 ZF 등 독일 업체와의 기술적 차이는 일반형의 경우 격차가 없지만 최신 기술은 2~3년 정도 차이가 난다. 이를 3년 안에 따라잡는 게 만도의 목표다.

 ▲스스로 주행감성을 조절하는 서스펜션이란?
 익산공장의 주요 생산품은 쇽 업소버다. 쇽 업소버는 차에 전달되는 노면 충격을 흡수하고 움직임을 제어해 조종 안정성과 안락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서스펜션의 핵심부품으로 기계 부품만으로 구성된 일반형(전통형)과 센서와 전자제어를 활용한 전자제어형으로 구분한다.

 전자제어형은 여러 상황에 맞게 감쇠력을 조절할 수 있지만 가격이 일반형의 수배다. 일반형은 저렴하고, 구조가 단순해 정비 등에 유리하지만 처음 세팅한 성능만을 구현할 수 있어 다양한 노면 상태에 대응할 수 없다. 현재 만도의 생산품 중 90%를 일반형이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최근 만도는 '하이브리드' 혹은 '하이 퍼포먼스'로 이름붙인 제품군에 집중하고 있다. 일반형을 기본으로 하되 제한적으로 전자제어 방식을 적용, 각 차종이 요구하는 승차감을 구현하는 동시에 비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주파수와 압력 조절을 구현하는 주파수 반응식 댐퍼, 짐을 많이 실어도 내부펌프가 작동해 항상 일정한 높이를 유지하는 자가차고조절장치, 험로나 과속방지턱 등 움직임을 제어하는 유압스토핑댐퍼(HSD) 등이 이미 현대차 싼타페 등 양산 차종에 적용됐거나 개량형이 도입될 예정이다.

 전자제어형 개발도 지속적으로 펼친다. 특히 스마트 댐핑 컨트롤이라는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노면의 상황과 움직임을 각종 센서로 판단, 서스펜션의 감쇠력을 조절해 진동 흡수성능을 구현한다. 기본적인 개발 방향은 맥이 잡혀있으며, 연구개발을 마치고 제네시스 등 신형 고급 세단에 적용하기 위한 공동 개발에 매진 중이다.  

 서스펜션이 궁극적으로 나아갈 방향은 스스로 도로 상황을 판단해 승차감이나 감쇠력을 조절하는 경지다. 이와 관련, 만도 서스펜션 R&D 센터장 조기행 상무는 "최근 다수의 차에서 승차감, 주행성능, 연료효율 등을 고려해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기술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버튼을 눌러 선택하는 방식에 만족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개별 운전자 성향에 맞춰 스스로 세팅값을 찾아가는 적응형 서스펜션을 선보이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이어 "기술들이 현실화 될 때 궁극적으로 운전자 성향과 노면상태, 주행상황 등을 고려해 차가 알아서 최적의 서스펜션의 성능을 구현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산 라인 탐방…높은 자동화 수준
 본격적으로 생산라인 탐방에 나섰다. 익산 공장은 두 개의 주요 생산시설이 있다. 제 1공장에서는 쇽 업소버와 에어 서스펜션, 모노튜브 댐퍼를 생산하고, 제 2공장은 서스펜션 스트럿, 반자동 댐핑 시스템, 자기차고조절장치 등이 출하된다.






 1공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밸브 생산 라인이 눈에 들어온다. 서스펜션의 핵심이라고 불리는 부품이다. 피스톤 내부의 밸브와 유체가 충격 흡수에 필요한 감쇠력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일반형 제품에는 압축 시 감쇠력을 만들어내는 보디 밸브와 리바운드 시 감쇠력을 생성하는 피스톤 밸드 등이 필요하다. 1톤을 가뿐히 넘기는 자동차를 엄지발가락보다 작은 부품이 지탱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밸브를 비롯해 피스톤, 실린더 등 쇽 업소버의 구성품은 100% 자동 조립이다. 직원의 역할은 자동공정 라인에 문제를 해결하거나 불량 점검, 반제품 이동 등을 맡는다. 이를 통해 불량률을 낮추고 작업 효율을 높일 수 있었다.

 다음에 찾은 곳은 모노튜브 쇽 업소버 생산라인이다. 최근 애프터마켓 시장에서 수요가 급증하는 제품이다. 기존 듀얼튜브 방식 대비 10~20% 부품수가 줄어 경량화를 달성했고, 연속 작동해도 성능을 유지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여기에 작동실이 공기와 직접 닿아있어 냉각에 유리하고, 장착 각도에도 자유롭다. 조립 직전 튜브 내부를 40bar 이상 초고압으로 뿜어내는 물로 세척한다.

 제 2공장의 입구에는 철 강관이 잔뜩 쌓여있었다. 절단, 세척, 용접 등의 과정을 거쳐 각 제품의 몸통이 되는 주요 소재다. 이 공장에서 가장 중요한 공정은 용접이다. 재밌는 점은 용접 품질 검사가 운전자 음주측정 단속을 연상케 한다는 것. 작업이 끝난 부품 내부로 알코올을 분사하고 외부에서 센서로 유출 여부를 측정한다. 총 5개의 센서가 미세한 알코올에도 반응, 불량품을 잡아낸다. 작업 공정을 관리하는 직원이 전날 과음을 하면 센서가 반응할 정도로 민감하다. 정밀한 검사를 위해 만도가 개발한 고유의 방식이다.

 공정 중간 생산되는 반제품은 주로 사람이 나르지만 완제품은 로봇이 옮긴다. 조립이 끝난 쇽 업소버 등의 무게가 개당 5~6㎏에 달하기 때문이다.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작업 효율도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최신 기술 실제 경험해보니…완성도 높아
 공장 밖으로 나와서 주행 테스트 도로로 이동했다. 시제품을 장착한 싼타페와 제네시스가 차고에 준비됐다. 싼타페에는 개량형 유압스토핑댐퍼(HSD), 제네시스에는 스마트 댐핑 컨트롤 시스템(SDC) 70버전을 탑재했다.






 우선 싼타페를 체험했다. 신형 HSD는 내부에 우레탄 재질의 완충재가 들어있다. 스프링 형태의 이 구성품은 중간 중간에 작은 홈이 파여 있다. 댐퍼가 작동하면서 틈 사이로 오일이 지나가면 유속의 변화에 따라 감쇠력이 조절된다. 높은 턱을 지날 때 '쿵'하는 소리, 이른바 '캐논 사운드'를 줄이기 위해서 개발됐다. 일반 승용차로는 지나갈 수 없을 높이의 턱을 연속 통과하며 기술을 체험했다. 기존과 비교했을 때 충격음이 작아진 것은 물론 높은 곳에서 갑자기 떨어지는 느낌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이어 제네시스에 올랐다. 차에 장착된 SDC 70은 최첨단이다. 두 개의 솔레노이드 밸브를 적용해 압축과 리바운드 시 감쇠력을 별도로 조절한다. 이전 전자제어방식은 하나의 회로만 사용해 두 가지 노면 상태에 대응했지만 SDC 70은 압축과 리바운드 단계를 구분 적용할 수 있다. 쇽 업소버의 반응을 보다 세밀하게 가져갈 수 있는 것. 이는 BMW 7시리즈 등에 적용된 것과 동일한 수준의 기술이다. 가장 단단한 세팅에서는 제네시스가 아니라 스포츠카를 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승차감은 주관적…한국형 기술 확보에 주력
 승차감은 주관적인 측면이 강하다. 게다가 여러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 이와 관련, 현대자동차 연구원은 "흔히 '안락하다'는 한마디로 승차감을 표현하지만 작용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다"며 "일반 도로와 험로, 아스팔트와 콘크리트에서 요구되는 사항이 각각 다른데, 충격 흡수의 반응 속도나 노면 소음․진동 주파수의 전달 정도, 도로 턱이나 경계면서 충격으로 인한 불쾌감 감소 등이 고려 대상이다"고 말했다.

 현재 현대차와 만도가 주력하는 부분은 승차감과 조향성능의 동시 향상이다. 이를 통해 오랜 시간 축적해온 선도 업체들의 기술 장벽을 뛰어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때문에 경쟁사 상품을 직접 뜯어보며 분석하고, 철저하게 정량화된 목표를 설정하고 개발에 임하고 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한국 브랜드만의 방향성을 확실히 세운다는 의지다. 우리만의 기술이 없다면 글로벌 시장은 물론 안방에서도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익산=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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